
책을 좋아하는 마음, 더 나아가 출판사를 애정하는 마음은 무엇일까요?
사회 초년생 시절, 들었던 말이 문득 떠오릅니다.
"독자들은 굳이 출판사를 보고 책을 사지 않아요."
같은 제목의 작품이 여러 곳에서 나온다면, 대개는 표지나 가격을 보고 고를 뿐 출판사를 따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였어요. 지금 생각하면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지만, 그 시절 제게는 꽤 충격이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마음에 품어둔 출판사가 늘 있었거든요.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따라 읽다보면 문득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걸 발견하기도 하고, 어떤 출판사의 표지 디자인을 유독 좋아하기도 했고요.
돌아보면 책이 좋으니 자꾸 들여다보게 되고, 자연스레 판권면에 적힌 이름들을 보며 '이 책을 만든 사람들은 어떤 이들일까' 상상하곤 했던 것 같아요.
이곳 문학동네에 모인 사람들도 어쩌면 저와 비슷한 결을 지닌 이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에 푹 빠져 살다 문학동네를 알게 되었고, 그 애정이 이어져 결국 한 지붕 아래 모이게 되었을 테니까요.
승준 님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사옥 곳곳에서 이제 막 일을 시작한 다른 신입 막내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졌습니다. 이 친구들은 과연 어떤 책을 통해 문학동네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을까요?
오늘은 편집부와 마케팅부, 네 명의 막내들이 들려주는 솔직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Editor. 지지
1. 독파팀 세코

『밤은 내가 가질게』 안보윤
안보윤 작가의 『밤은 내가 가질게』라고 말할 수밖에요. 저와 운명 같은 일화가 있는 책이라 누군가 책 추천을 부탁하면 이 책을 자주 꼽고는 하는데요. 개인적인 일화를 떼어놓고 보아도 작품으로서도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멋진 문장력, 그 속에 차가운 듯 따뜻한 메시지, 다 읽고 나면 가슴 벅차지는 구성 ... 마지막으로 제 취향에 딱 달라붙은 듯한 분위기까지. 가끔 내게 딱 맞는 책을 읽고 나면 작가뿐만 아니라 출판사에게까지 감사한 마음이 들잖아요.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출판사까지 사랑하게 만들어준 책, 사실 두 권이 더 생각나는데요. 『슬픈 짐승』과 『긴긴밤』 도 저에게 그런 책이에요. 한 권만 추천해달라고 하셨는데, 세 권이 됐네요. 모르겠어요. 좋은 책이 많은데 어떻게 하나요, 그럼?
때로는 문학동네에서 일하는 것에 둔감해졌다가도, 이 책들을 떠올리면 감회가 새로워져요. 언제까지나 그럴 것 같다고 말하면 너무 주접 같나요?
2. 엘릭시르 긍다

『시간의 딸』 조지핀 테이
독자였던 제게 엘릭시르는 '미스터리 책장' 시리즈로 과거의 명작을 소개하고, 잡지 『미스테리아』를 통해 오늘날의 미스터리를 조명하는 전천후 미스터리 출판사(?)였습니다. 그런 제게 엘릭시르를 각인시킨 책도 '미스터리 책장'의 『시간의 딸』이었죠.
수사중 사고를 당해 입원한 그랜트 경위는 무료함에 시달리다 친구가 선물한 리처드 3세의 초상화를 보고 의문을 품습니다. 조카를 죽이고 왕위에 올라 희대의 악인이라 불린 인물이 왜 성인(聖人)의 얼굴을 하고 있을까? 관상(!)을 믿던 그랜트는 병원 안팎의 도움으로 자료를 읽으며 진실에 다가갑니다.
그랜트는 1950년대, 리처드 3세는 그로부터 400년 전 사람입니다. 심지어 영국에, 역사에, 왕실이라니. 우리와 너무 멀지 않느냐고요? 하지만 가만히 앉아 책을 펼치기만 해도 나를 낯선 세계로 데려다주는 것이 책의 매력이 아닐까요. 심지어 '역사는 승리한 자의 기록'이라는 보편적 명제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니, 그리 낯설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초상화 한 점에서 시작해 역사란 무엇인지까지 고찰하게 되는 이 책, 추천합니다!
3. 국내2팀 이승준

『2020년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집』
문학동네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젊은작가상’은 등단 10년 이내의 젊은 작가들이 한 해 동안 발표한 중단편소설 중 일곱 편을 선정해 수여하는 문학상인데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널리 알린다는 취지로 출간 후 일 년 동안 특별 보급가로 판매하는 방식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한국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감동스럽기도 했어요.)
좋은 한국 소설을 찾으려 굳이 힘들게 노력하지 않아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한 권이면 여러 작가의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중 취향에 맞는 작가를 발견하면 단행본을 찾아 읽으며 독서를 확장할 수도 있고요. 그때 문학동네가 한국문학을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는 출판사라고 인식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덧. 제가 처음 읽었던 건 2020년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집이었는데, 당시 대상작이었던 강화길 선생님의 「음복」이 준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악의 없는 순수한 무지'가 누군가를 얼마나 치명적으로 괴롭힐 수 있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었달까요...!)
4. 마케팅2팀 몽당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이 소설을 처음 읽었던 21년 여름, 당시 써놓은 리뷰를 보니 제가 이렇게 적어두었더군요.
"책을 조금이라도 좋아한다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책!"
책이라는 물성을 넘어, 책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아주 커다란 로망을 품게 만든 소설입니다. 외딴섬(앨리스 섬)의 아일랜드 서점을 운영하는 에이제이를 중심으로, 책을 매개로 모여든 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삶을 가꿔나가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자극적인 설정 대신 잔잔하고 묵직한 울림을 주어, 이 세상 어딘가에 앨리스 섬과 아일랜드 서점이 살아 숨쉴 것만 같은 다정한 착각에 빠지곤 했습니다.
당시 제게 문학동네는 소설 속 '앨리스 섬'과 같았습니다. 이토록 다정하고 따뜻한 소설을 세상에 내놓는 곳이라면, 그 안에서 분명 책과 사람을 깊이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울고 웃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이들과 나란히 서서 다정한 이야기들을 세상에 전하겠다고 꿈꾸던 20대 초반의 어느 대학생은, 몇 년 뒤 어엿한 문학동네의 마케터가 되어 있네요!
이 소설에서 제가 가장 좋아했던 두 문장을 공유합니다.
아래 문장처럼, 제가 읽은 이 책을 여러분도 같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말할 수 있는 거라곤, 우린 함께 헤쳐나갈 수 있을 거예요, 맹세코. 나는 내가 읽는 책을 당신도 같이 읽기를 바랍니다. 나는 어밀리아가 그 책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내 아내가 되어주세요, 당신에게 책과 대화와 나의 온 심장을 약속할 수 있습니다, 에이미.”
(193쪽)
우리는 딱 장편 소설은 아니야. 우리는 딱 단편소설은 아니야. 결국, 우리는 단편집이야. 수록된 작품 하나하나가 다 완벽한 단편집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 만큼 읽었다. 성공작이 있으면 실패작도 있다. 운이 좋으면 뛰어난 작품도 하나쯤 있겠지. 결국 사람들은 그 뛰어난 것들만 겨우 기억할 뿐이고, 그 기억도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맞아, 별로 오래 가지 않아.
(301~302쪽)

책을 좋아하는 마음, 더 나아가 출판사를 애정하는 마음은 무엇일까요?
사회 초년생 시절, 들었던 말이 문득 떠오릅니다.
"독자들은 굳이 출판사를 보고 책을 사지 않아요."
같은 제목의 작품이 여러 곳에서 나온다면, 대개는 표지나 가격을 보고 고를 뿐 출판사를 따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였어요. 지금 생각하면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지만, 그 시절 제게는 꽤 충격이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마음에 품어둔 출판사가 늘 있었거든요.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따라 읽다보면 문득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걸 발견하기도 하고, 어떤 출판사의 표지 디자인을 유독 좋아하기도 했고요.
돌아보면 책이 좋으니 자꾸 들여다보게 되고, 자연스레 판권면에 적힌 이름들을 보며 '이 책을 만든 사람들은 어떤 이들일까' 상상하곤 했던 것 같아요.
이곳 문학동네에 모인 사람들도 어쩌면 저와 비슷한 결을 지닌 이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에 푹 빠져 살다 문학동네를 알게 되었고, 그 애정이 이어져 결국 한 지붕 아래 모이게 되었을 테니까요.
승준 님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사옥 곳곳에서 이제 막 일을 시작한 다른 신입 막내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졌습니다. 이 친구들은 과연 어떤 책을 통해 문학동네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을까요?
오늘은 편집부와 마케팅부, 네 명의 막내들이 들려주는 솔직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Editor. 지지
1. 독파팀 세코
『밤은 내가 가질게』 안보윤
안보윤 작가의 『밤은 내가 가질게』라고 말할 수밖에요. 저와 운명 같은 일화가 있는 책이라 누군가 책 추천을 부탁하면 이 책을 자주 꼽고는 하는데요. 개인적인 일화를 떼어놓고 보아도 작품으로서도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멋진 문장력, 그 속에 차가운 듯 따뜻한 메시지, 다 읽고 나면 가슴 벅차지는 구성 ... 마지막으로 제 취향에 딱 달라붙은 듯한 분위기까지. 가끔 내게 딱 맞는 책을 읽고 나면 작가뿐만 아니라 출판사에게까지 감사한 마음이 들잖아요.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출판사까지 사랑하게 만들어준 책, 사실 두 권이 더 생각나는데요. 『슬픈 짐승』과 『긴긴밤』 도 저에게 그런 책이에요. 한 권만 추천해달라고 하셨는데, 세 권이 됐네요. 모르겠어요. 좋은 책이 많은데 어떻게 하나요, 그럼?
때로는 문학동네에서 일하는 것에 둔감해졌다가도, 이 책들을 떠올리면 감회가 새로워져요. 언제까지나 그럴 것 같다고 말하면 너무 주접 같나요?
2. 엘릭시르 긍다

『시간의 딸』 조지핀 테이
독자였던 제게 엘릭시르는 '미스터리 책장' 시리즈로 과거의 명작을 소개하고, 잡지 『미스테리아』를 통해 오늘날의 미스터리를 조명하는 전천후 미스터리 출판사(?)였습니다. 그런 제게 엘릭시르를 각인시킨 책도 '미스터리 책장'의 『시간의 딸』이었죠.
수사중 사고를 당해 입원한 그랜트 경위는 무료함에 시달리다 친구가 선물한 리처드 3세의 초상화를 보고 의문을 품습니다. 조카를 죽이고 왕위에 올라 희대의 악인이라 불린 인물이 왜 성인(聖人)의 얼굴을 하고 있을까? 관상(!)을 믿던 그랜트는 병원 안팎의 도움으로 자료를 읽으며 진실에 다가갑니다.
그랜트는 1950년대, 리처드 3세는 그로부터 400년 전 사람입니다. 심지어 영국에, 역사에, 왕실이라니. 우리와 너무 멀지 않느냐고요? 하지만 가만히 앉아 책을 펼치기만 해도 나를 낯선 세계로 데려다주는 것이 책의 매력이 아닐까요. 심지어 '역사는 승리한 자의 기록'이라는 보편적 명제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니, 그리 낯설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초상화 한 점에서 시작해 역사란 무엇인지까지 고찰하게 되는 이 책, 추천합니다!
3. 국내2팀 이승준
『2020년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집』
문학동네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젊은작가상’은 등단 10년 이내의 젊은 작가들이 한 해 동안 발표한 중단편소설 중 일곱 편을 선정해 수여하는 문학상인데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널리 알린다는 취지로 출간 후 일 년 동안 특별 보급가로 판매하는 방식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한국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감동스럽기도 했어요.)
좋은 한국 소설을 찾으려 굳이 힘들게 노력하지 않아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한 권이면 여러 작가의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중 취향에 맞는 작가를 발견하면 단행본을 찾아 읽으며 독서를 확장할 수도 있고요. 그때 문학동네가 한국문학을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는 출판사라고 인식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덧. 제가 처음 읽었던 건 2020년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집이었는데, 당시 대상작이었던 강화길 선생님의 「음복」이 준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악의 없는 순수한 무지'가 누군가를 얼마나 치명적으로 괴롭힐 수 있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었달까요...!)
4. 마케팅2팀 몽당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이 소설을 처음 읽었던 21년 여름, 당시 써놓은 리뷰를 보니 제가 이렇게 적어두었더군요.
"책을 조금이라도 좋아한다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책!"
책이라는 물성을 넘어, 책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아주 커다란 로망을 품게 만든 소설입니다. 외딴섬(앨리스 섬)의 아일랜드 서점을 운영하는 에이제이를 중심으로, 책을 매개로 모여든 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삶을 가꿔나가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자극적인 설정 대신 잔잔하고 묵직한 울림을 주어, 이 세상 어딘가에 앨리스 섬과 아일랜드 서점이 살아 숨쉴 것만 같은 다정한 착각에 빠지곤 했습니다.
당시 제게 문학동네는 소설 속 '앨리스 섬'과 같았습니다. 이토록 다정하고 따뜻한 소설을 세상에 내놓는 곳이라면, 그 안에서 분명 책과 사람을 깊이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울고 웃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이들과 나란히 서서 다정한 이야기들을 세상에 전하겠다고 꿈꾸던 20대 초반의 어느 대학생은, 몇 년 뒤 어엿한 문학동네의 마케터가 되어 있네요!
이 소설에서 제가 가장 좋아했던 두 문장을 공유합니다.
아래 문장처럼, 제가 읽은 이 책을 여러분도 같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말할 수 있는 거라곤, 우린 함께 헤쳐나갈 수 있을 거예요, 맹세코. 나는 내가 읽는 책을 당신도 같이 읽기를 바랍니다. 나는 어밀리아가 그 책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내 아내가 되어주세요, 당신에게 책과 대화와 나의 온 심장을 약속할 수 있습니다, 에이미.”
(193쪽)
우리는 딱 장편 소설은 아니야. 우리는 딱 단편소설은 아니야. 결국, 우리는 단편집이야. 수록된 작품 하나하나가 다 완벽한 단편집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 만큼 읽었다. 성공작이 있으면 실패작도 있다. 운이 좋으면 뛰어난 작품도 하나쯤 있겠지. 결국 사람들은 그 뛰어난 것들만 겨우 기억할 뿐이고, 그 기억도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맞아, 별로 오래 가지 않아.
(301~30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