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열혈 독자, 문학동네 직원이 되다 - 독파 앰배서더와 카페꼼마 아르바이트를 거쳐, 문학동네 신입 편집자가 된 승준님의 이야기

‘꿈’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괜히 가슴이 뛰고, 한밤중 친구와 나누던 긴 통화 같은 것들이 떠오릅니다.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노래도 하나 있고요.

 

“왜? 왜냐면 난 내가 내 꿈의 근처라도

가보고는 죽어야지 싶더라고”


- 빈지노 <Always Awake>


첫 회사의 명함 뒷면에 넣고 다니기도 했던 노래 가사입니다. 저는 지금도 이 말을 꽤 믿고 있어요. 꿈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거창한 선언보다, 일단 그 근처까지라도 가보겠다는 마음.  그 근처라도 가보기 위해 계속 노력하다보면 어느 순간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와 있게 된다고요.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라도 좋아하는 마음을 놓지 않고 계속 움직이다보면, 어느새 꿈에 가까워져 있더라고요.

 

승준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가사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문학동네를 좋아하는 독자에서 독파 앰배서더가 되고, 마침내 문학동네 편집자가 되기까지.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계속 달려온 시간이었을 거예요. 그 꿈을 어떻게 현실로 만들어왔는지, 승준님의 이야기를 만나보았습니다.

 

Editor. 제이지



 

1부 좋아하는 마음은 어디까지 데려갈까?

― 문학동네의 ‘열혈 독자’에서 입사를 꿈꾸기까지

 

1.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지금 문학동네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동네사람들>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문학동네 편집국 국내문학부문 국내2팀에서 일하고 있는 이승준이라고 합니다. 문학동네에서 국내문학 편집자로서 한국소설, 시, 계간지 등을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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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정 중인 이승준 편집자  


2. 입사 소식을 올린 SNS 게시물이 사내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많은 분들이 함께 기뻐해 주셨는데, 예상했던 반응이었나요? 당시 기분도 궁금해요.


(세상에, SNS 관련 질문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우선 저에게 문학동네는 ‘꿈의 직장’이었습니다. 한국문학을 애정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출판사니까요. 입사하게 된 것도 너무나 꿈만 같은데, 출근한 첫날 웰컴 키트를 주시더라고요! 그걸 받으니 정말 기뻐서 그 마음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어 SNS에 게시물을 올렸는데, 그렇게 큰 화제가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습니다. 다음날 같은 팀 선배님들께서 제 계정을 보셨다고 했을 때 크게 놀랐는데요, 이후 알고리즘을 타는 바람에 타 출판사 분들께도 노출이 된 듯합니다. 얼마 전 인턴으로 일했던 출판사의 사수님을 뵈었는데, 그곳 직원분들도 제 게시물을 보셨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주셨거든요……


솔직히 아직까지도 어안이 벙벙하고 당황스럽지만, 무척 기쁘기도 합니다. 많은 분의 축하 속에서 비로소 어엿한 출판계 사람이 된 것 같아서요. 앞으로는 SNS 관리도 조금 신경쓰면서(?), 편집자로서 더욱 성실히 일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축하해주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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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렇게 많은 분들이 입사를 함께 축하해주셨는데요.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볼게요.  문학동네와의 첫 인연은 언제였나요? 


문학동네라는 출판사를 제 머릿속에 처음으로 각인시킨 책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바로 최은영 선생님의 『쇼코의 미소』입니다. 『쇼코의 미소』는 제가 한국문학을 좋아하게 만든 ‘첫 책’이거든요. 책을 좋아하다보면 주변 사람들에게 책을 왜 읽냐고, 특히 ‘문학’을 왜 읽냐는 질문을 종종 듣곤 합니다. 예전에는 그 질문에 그저 ‘재밌으니까’라고 단순하게 답할 수밖에 없었어요. 문학을 읽는 재미란 정말 다종다양하고 무궁무진한데, 그 많은 재미를 조리 있게 정리해서 논리적으로 말할 자신이 그때는 없었거든요. 그런데 『쇼코의 미소』를 읽으면서 제 안의 흐릿했던 감정들이 소설 속 문장으로 선명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삶에서 분명히 겪고 느꼈으나 명확한 단어나 문장으로 설명하지 못해 흘려보냈던 것들을 소설이 건져내더라고요. 소설 속 인물에게서 나 자신을 발견하면서 ‘나만 이런 마음을 느끼는 게 아니었구나’ 하며 위로를 받기도 하고,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라고 깨닫기도 하는…… 말이 너무 거창해진 것 같아 조금 부끄러운데요, 아무튼 그 복잡다단하면서도 희미한 감각들을 작가의 문장으로 선명하게 만나는 일은 저에게 적지 않은 쾌감을 주었습니다. 그런 느낌을 아주 강렬하게 경험하게 해준 책이 바로 『쇼코의 미소』였고요. 수록작 「한지와 영주」 속 한 문장을 적고 싶어요. 


“그와 나를 삼 년이라는 시간 동안 묶어줬던 건, 스스로를 보잘것없는 사람이라고 믿었던 우리의 공통점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단지 그의 열등감이 나의 열등감보다 더 컸으므로 나는 그를 경멸하며 나에 대한 경멸을 피해왔을 뿐이었다.”(「한지와 영주」, 『쇼코의 미소』 159쪽.)

 

스스로 마주하기 부끄럽고 피하고 싶었던 내면의 모습을 투명하게 비춰주는 문장들 덕분에 오히려 깊은 위로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이후로도 최은영 선생님의 모든 작품을 따라 읽으며, 저는 최은영 선생님의 문장들을 도무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어요!

 

(덧. 제가 입사한 후 저희 팀에서 처음으로 나온 책이 다름아닌 최은영 선생님의 『백지 앞에서』였어요! 최은영 선생님의 첫 산문집이라니, 그 책이 나온 부서에서 내가 일하고 있다니!!! 친구들에게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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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입사 전부터 독파 앰배서더, 카페꼼마 직원 등 문학동네와 여러 인연을 이어 왔다고 들었어요. 어떤 활동들을 해왔고,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원래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먼저 문을 두드리는 편인가요?


문학동네에 들어오기 전에 입사지원서를 쓰면서 문학동네에서 어떤 활동을 했었는지 차분히 되짚어봤는데, 뭔가 하기는 정말 많이 했더라고요. 일단 카페꼼마 홍대점에서 약 9개월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던 걸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홍대 근처에 있는 카페 아르바이트를 구할 생각만 했었는데, 그 많은 홍대의 카페들을 제치고 카페꼼마에서 일하게 된 걸 보면 확실히 운명이란 게 있긴 한가보다 하는 생각을…… 죄송합니다. 너무 억지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로 꼽고 싶은 것이 바로 ‘독파 앰배서더’ 활동입니다. 제 SNS 계정에 꾸준히 올리던 책 리뷰를 좋게 봐주신 덕분에 독파 앰배서더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 앰배서더 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문학동네 입사까지 할 수 있었을지 잘 확신이 서지 않아요. 진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앰배서더로서 단순히 챌린지에 참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왕 하는 김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고 싶어 ‘독파메이트’에 지원했습니다. 그렇게 『데미안』이나 『희랍어 시간』 등 여러 책의 독파 챌린지를 직접 이끌었는데, 그때 감사하게도 반응이 엄청 좋았어서 담당자분께 따로 감사 인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 인연 덕분에 활동이 끝난 후에도 독파에서 열리는 여러 행사에 꾸준히 함께할 수 있었고요. 돌이켜보면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올린 시간과 경험들이 저를 지금 이곳, 문학동네 편집부로 이끌어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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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독파 앰배서더로 함께할 당시에도 정말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책을 읽고 기록하셨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승준님에게 책을 읽고 기록하는 일은 어떤 의미였나요?


사실 책을 읽고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책 내용을 까먹지 않기 위해서였어요. 책 한 권을 읽고 그냥 덮어버리면 그 감상이 금세 휘발되곤 했는데, 독후감을 적으니 그 글을 쓰는 동안 그 책에 대해 계속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기억에 오래 남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그렇게 글을 계속 적어나가다보니, 어느 순간 저조차 몰랐던 제 취향을 발견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동안 저의 취향에 맞지 않았던 소재를 깨닫는다거나, 반대로 소재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인물이 가진 매력이 마음에 들면 그 작품에 깊이 빠져든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 책을 ‘읽는’ 행위가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면, 감상을 ‘쓰는’ 행위는 그 과정을 한층 더 선명하게 이어가는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즐거움 덕분에 지치지 않고 계속 기록을 남길 수 있었고요!

 



2부.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다

― 취업 준비부터 신입 편집자가 되기까지

 

1. 언제부터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는 것을 꿈꾸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기도 하잖아요.

 

사실 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군대 전역 후 바로 복학하지 않고 시험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정작 공부를 해야 할 시간에 자꾸 책을 읽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도 다소 어이가 없습니다.) 그런 제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대로 공무원이 되더라도 결국엔 다시 출판계로 뛰어들려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짜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책을 만드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자, 미련 없이 시험을 접고 출판사 취업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험을 포기하고 취준생이 된다는 데에는 별다른 고민이 들지 않았지만, 전공에 대한 걱정은 컸습니다. 국어국문학과나 문예창작과가 아닌 타 전공자로서 과연 편집자가 될 수 있을지 걱정이 컸거든요. 주변에 출판계 종사자도 없어서 막막해하던 차에 우연히 참석한 북토크에서 현직 편집자로 일하시는 작가님을 뵈었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사인을 받으며 조심스레 질문을 했죠. “타 전공자인데, 편집자가 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돌아온 답변은 “전혀 상관없다” 였습니다. 그 한마디에 용기를 얻어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온 결과, 다행히 문학동네 국내문학 편집자가 될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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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준 편집자의 책상 풍경

 

2. 실제 문학동네 입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공을 들였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입사지원서나 면접에서 어떤 ‘나’를 보여주고 싶었는지 궁금해요.

 

가장 공을 들였던 건 단연 ‘독서량’입니다. 저는 편집자가 ‘책을 읽는 직업’은 아니더라도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저는 앞서 말한 대로 비전공자였기 때문에, 전공자 못지않게(혹은 그보다 더) 문학을 많이 읽고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점을 드러내야 했습니다. 그래서 책을 진짜 많이 읽으려고 노력했어요. 학업 때문에 독서량이 조금 줄어든 달이 있으면 방학 때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한 달에 스무 권 넘게 읽기도 했고…… 그러다보니 일 년에 150권 정도 읽었던 것 같습니다. 입사지원서에도 이 독서량과 꾸준히 운영해온 SNS 계정을 함께 적어넣었고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입사한 지 5개월 차에 접어드는 지금까지도 저를 따라다니는 별명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문학동네 아들’인데요. 카페꼼마 아르바이트나 독파메이트 활동 등 문학동네와 얽힌 인연(?)을 SNS에 자주 올리다보니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에요. 저는 이 점을 입사지원서에도 적고, 심지어 면접 때 첫인사로 “안녕하세요, ‘문학동네 아들’ 이승준입니다!”라고 당차게 말씀드렸습니다. 그만큼 문학동네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강하게 어필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너무 강렬했는지, 지금까지도 대표님이나 같은 팀 선배님들께서 작가 선생님 내방 때마다 언급하셔서 당황하게 되는…… 그런 웃픈(?)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3. 면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질문이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실무진 면접과 임원진 면접, 두 차례의 면접에서 거의 모든 질문이 겹치지 않았지만 딱 하나 공통적으로 받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왜 마케터가 아니라 편집자가 되고 싶냐”는 것이었어요. 아무래도 제가 독파 앰배서더뿐만 아니라 다른 출판사 대외활동에도 많이 참여했고, 그 내용들을 입사지원서에 적었다보니 그 질문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마케터와 편집자 사이에서 진짜 제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깊이 고민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저는 확고하게 편집자를 꿈꾸었고, 그 진심을 면접관분들께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숙고 끝에 어렵게 답변을 꺼냈어요. 


좋은 책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일도 즐겁지만, 저는 책이라는 물성 자체를, 문학이라는 장르 자체를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라고요. 작가님과 직접 소통하며 원고를 받아들고, 아무 손길도 닿지 않은 초고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면서 그 매력을 한껏 키울 수 있도록 세밀하게 다듬어가는 ‘책을 만드는 일’의 한가운데 뛰어들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다만 그렇게 정성껏 만든 책을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도 크기에, 제목이나 카피 문구를 더 매력 있게 정한다든가, 그 작가님의 성격과 가장 잘 맞는 마케팅 방안이 무엇일지 함께 고민하는 ‘마케팅 마인드를 갖춘 편집자’가 되겠다는 포부도 덧붙였고요. 막상 제 답변을 글로 적고 보니 조금 쑥스럽지만, 그때의 간절한 마음이 그래도 조금은 전달되지 않았나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4. 마침내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어떤 기분이었나요?

 

그날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금요일날 면접을 보고 나서, 저 스스로는 만족스럽지 못했던 터라 굉장히 우울하고 자책하는 주말을 보냈어요. 그 모습을 보기 안타까우셨는지 저희 부모님께서 영화라도 한 편 보고 오자고 말씀하셔서, 월요일에 저희 가족이 다 함께 영화를 보러 갔었거든요. 영화 시작 시간이 오후 네시 반이었는데 합격 메일을 오후 네시 정각에 받았고요. 그래서 영화관 홀 한복판에서 저희 가족 셋 다 같이 얼싸안고 막 소리를 질렀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정말 순도 높게 기쁘기‘만’ 한 순간이었습니다.




3부. 판권면 사람들이 되다

― 편집자 5개월 차의 지금과 앞으로

 

1. 어느덧 입사 5개월 차예요. 독자로 바라보던 문학동네와 직원으로 경험하는 문학동네의 다른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독자였을 때는 완성된 책을 그저 즐기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한국문학을 워낙 좋아해 평소에 곁에 두고 많이 읽었지만, 책 한 권이 제 손에 들어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손길을 거쳤는지까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나 직원이 되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우선, 입사 초 성혜령 선생님의 『대부호』 교정에 참여하면서 문장의 미세한 결을 지켜내는 일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인지 뼈저리게 느꼈어요. 그리고 지난 6월에 위수정 선생님의 『은의 세계』 줌 북토크 진행을 맡기도 했는데요. 책을 꼼꼼히 빚어내는 것만큼이나, 만들어진 책을 독자분들과 어떻게 나누고 호흡할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애쓰는 과정 역시 매우 중요한 편집자의 일이라는 걸 그때 실감했습니다.

독자일 때는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이 끝이었다면, 이제는 책이 만들어지기 전의 정성스러운 시간과 출간 이후 독자에게 닿기까지의 고군분투가 모두 보인다는 점이 가장 달라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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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독자에서 편집자가 된 지금, 승준님은 이 일의 어떤 점을 가장 좋아하나요? (또는 직원으로서 문학동네의 어떤 점을 가장 좋아하나요?)


음…… 이 질문을 받으니, 지금까지 일하며 겪었던 많은 순간들 중 가장 뿌듯하고 보람찼던 기억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앞선 질문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입사한 지 한 달 정도 되었을 때 성혜령 선생님의 소설집 『대부호』 교정에 참여했습니다. 원고 전체를 교정하는 건 처음이라, ‘내 섣부른 교정으로 작품의 매력이 묻히면 어떡하지’ ‘내 교정이 선생님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어떡하지’ 하며 무척 걱정했습니다. 

그래도 긴장과 걱정을 뚫고 무사히 교정을 마친 뒤 성혜령 선생님께 교정지를 전달드렸습니다. 그후 책임 편집을 맡으신 같은 과장님께 저자교를 전달받았는데, 제가 조심스레 짚어두었던 사실관계 오류 부분 옆에 선생님께서 ‘놓친 부분을 짚어주셔서 감사하다’며 큰절 그림을 그려주신 거예요! 그 그림을 보았을 때 진짜 얼마나 뿌듯하고 벅찼는지 모릅니다. 그후 며칠 동안은 자기 전에 계속 그 그림 생각이 나서 붕 뜬 기분으로 잠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저는 편집자의 여러 업무 중 ‘교정’을 가장 좋아합니다. 고단하고 긴장되는 과정이지만, 저의 손길로 원고가 좀더 나아지는 것 같을 때, 그리고 그걸 원고를 쓴 작가님께 직접 인정받을 때, 정말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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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특히 좋아하시던 김애란 작가님의 개정판 교정에 참여했다고 들었어요. 좋아했던 작가의 책을 만들고 판권면에 이름까지 실린 경험이 특별했을 것 같아요. 자세히 말해주세요.


2024년 북클럽문학동네 프리미엄 강연 페스티벌(이하 프강페)에 『이중 하나는 거짓말』 출간 기념으로 김애란 선생님께서 연사로 나와주셨습니다. 당시 프강페는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어서 사전에 독자들에게 질문을 취합했어요. 그래서 저도 김애란 선생님의 열렬한 팬으로서 질문 하나를 남겼는데요, 강연 때 김애란 선생님께서 직접 제 질문에 답해주셨어요. 너무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일화예요. 그런데, 다음해 『안녕이라 그랬어』가 출간되어 오프라인 북토크에 갔을 때, 선생님께서 제 이름을 기억해주셨습니다! 그때도 선생님께 질문을 남겼었는데, 선생님께서 제 질문에 답하기 전에 한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으시다면서 혹시 작년 프강페에서 질문을 남겨주셨던 이승준님 아니냐 하셨어요...! 진짜, 너무 기뻤습니다. 책에 서명을 받으면서 ‘한국문학 편집자가 되고 싶다’고 조심스레 말씀드렸는데요, 선생님께서 ‘언젠가 꼭 동료로 만나길 바란다’고 해주셔서 정말 깊은 감동을 받기도 했고요. 그래서 더더욱 문학동네에 들어가고 싶었고, 언젠가 꼭 김애란 선생님의 저서 판권면에 제 이름을 실을 수 있기를 바랐어요. 그런데…… 그 목표를 수습 기간 때 이룰 줄은 몰랐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첫 산문집 개정판 『잊기 좋은 이름』 교정에 참여하게 되었거든요! 심지어 책임 편집을 맡으신 저희 팀장님과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선생님께서 저와의 일화를 말씀해주셨다고 하더라고요…… 진짜 감동 받아 기절할 뻔했습니다. 그만큼 저에게 『잊기 좋은 이름』은 또하나의 제 ‘인생책’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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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승준님이 생각하는 좋은 편집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1년 뒤 어떤 편집자의 모습이 되어 있으면 좋겠나요? 


5개월 차에 접어든 새싹 편집자에게 ‘좋은 편집자’를 정의하기란 아직 많이 이른 것 같습니다. 편집자의 모든 실무를 다 겪어본 것도 아니니까요. 다만, 짧은 시간이나마 지금까지 일하면서 ‘이런 편집자가 되고 싶다’는 목표는 생겼습니다. 바로 ‘믿을 수 있는’ 편집자가 되고 싶다는 거예요. 작가님에게는 ‘이 사람에게 원고를 맡기면 부족한 점이 채워지고 장점이 확실히 살아난다’는 믿음을, 팀 동료들에게는 ‘이 사람에게 교정을 맡기면 오류를 꼼꼼하게 잡아낸다’ 혹은 ‘원고를 보는 눈이 확실하다’는 신뢰를 주고 싶습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정말 큰 욕심인 것 같아요. 하지만 꿈은 크게 가지라고들 하니까요. 작가님과 동료 모두에게 믿음을 주는 편집자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5. 지금 좋아하는 일을 꿈꾸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일에는 분명 얼마간의 두려움이 따르고, 그만큼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환상이 깨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막상 용기를 내어 뛰어들어보니, 당연히 힘들고 긴장되는 순간도 있지만, 그 모든 고단함을 상쇄할 만큼 보람차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요즘 퇴근 후 친구들을 만나 회포를 풀 때면 “너 요즘 되게 행복해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곤 합니다. 애정하는 ‘책’이라는 세계를 매일 곁에 두고, 그 매력을 더 깊이 파고드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되니 저절로 얼굴이 핀 게 아닐까 싶어요. 좋아하는 대상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과정 자체에서 오는 쾌감이 있더라고요. 이 글을 읽으시는 <동네사람들> 구독자분들께서도 스스로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 기꺼이 몰입할 수 있는 일을 만나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부족한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paste.png ▲ 이승준 편집자가 좋아하는 피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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