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ATION]귀신보다 무서운 게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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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만 되면 여러 매체에서 추미스(추리·미스터리·스릴러) 콘텐츠를 소개하곤 합니다. 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저 역시 서늘함과 빠른 전개에 몸을 맡기고 싶어져 추미스 장르에 손이 가더라고요. 여러분은 귀신을 무서워하시나요? 어릴 때는 어두운 밤 화장실 창문 너머로 무언가 보일까 애써 눈길을 피했어요. 건너편이 옆 건물 벽인 걸 알면서도요. 지금은 귀신을 보면 오히려 안타까운 마음이 들 것 같고 사람이 제일 무섭습니다. 이번 큐레이션에서는 겪고 싶지 않은 일상, 사람이 더 무서운 소설 세 편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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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미래, 편혜영


오피스텔에 살다 보니 엘리베이터, 복도, 지하 주차장 등 갑자기 사람을 마주치거나 단둘만 좁은 공간에 놓이는 경우가 생깁니다. 평생을 주택에 살았던 저는 자취를 시작하고 이런 순간에 적응하기가 조금 어려웠어요. 특히 집에 들어가는 모습을 타인에게 보이는 게 두렵기도 했고요. 이런 공포, 불안을 느끼고 싶지 않고 타인에게 주고 싶지 않아 같은 층에서 함께 내리면 그들이 집에 들어갈 때까지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렸다가 들어가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이렇듯 일상 속에서는 타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존재만으로도 긴장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른의 미래』에는 느닷없이 등장해 따라다니는 남자, 정적을 깨는 한밤의 전화 등 고요했던 일상을 흔드는 불청객이 등장합니다. 아주 작은 사건으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죠. 무한으로 커지는 불안과 의심은 사람을 망가뜨리는 가장 조용한 무기일지도 모릅니다. 압축된 편혜영 작가의 소설 세계를 느껴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어떤 인생은 미움과 원망 같은 것으로 근근이 이어지기 마련이었다. 그는 그것이 자신의 인생이라고 생각했다._「이윽고 밤이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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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사람, 강화길


『괜찮은 사람』 속 ‘사람’ 연작은 리얼리즘에서 느낄 수 있는 서스펜스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집주인 여성과 얹혀사는 두 여자의 사이에서 생기는 소외감과 배척, 묘한 긴장감이 집을 휘감고 있는 「벌레들―외로운 사람」. 미스터리한 구석이 있는 예비 신랑과의 드라이브 「괜찮은 사람」. 여성을 향한 일상적인 폭력은 예민함의 문제가 아님을 꼬집는 「호수―다른 사람」. 기이하지만, 명문 있는 유치원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애쓰는 여자가 나오는 「니꼴라유치원―귀한 사람」까지.

 

강화길 작가의 뛰어난 심리 묘사와 흡입력 있는 상황 전개 덕에 선명하고 오싹한 감각에 휩싸입니다. 이야기 한가운데에 뚝 떨어져 그들을 지켜보는 조연이 된 것 같기도 하고요. 온 감각으로 즐길 수 있는 이 책으로 여름의 끝자락을 시원하게 보내시길 바라요.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와 같이 걸어가기 싫었다. 나는 혼자 빠르게 걸었다. 그가 뒤처졌다. 실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나보다 앞세워 걸었어야 했다. 그가 뒤에서 따라오고 있고, 내가 그걸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불안했다. 여기서 벗어나고 싶었다. 나는 더 빨리 걸었다._「호수―다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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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 박상영


저는 박상영 작가를 ‘잼얘의 대가’라 부르고 싶습니다. 같은 이야기여도 그의 손을 거치면 재미가 몇 배가 되는 것만 같아요. 어쩌면 그저 팬심일 수도 있습니다. 4년 만의 신작인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는 박상영 작가가 처음 선보이는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입니다. 처음 출간 소식을 접했을 때 도파민 두 배 이벤트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기대가 컸어요.

 

이 책은 자이니치 여성 ‘하나’가 어머니의 유언인 한국의 대기업 총수인 윤동주 회장을 찾아가라는 말을 듣고 자신들의 과거를 알아내기 위해 한국에 가 비밀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어머니가 어린 하나를 지키기 위해 포기한 건 무엇인지, 어머니를 둘러싼 사람들의 속내가 밝혀지는 순간을 따라가다 보면 그녀의 기구한 인생은 이기적인 타인에 의한 것이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재벌집 맏딸로 태어나 대기업 총수에 이른 여자, 미인 대회 우승자이자 가난한 자이니치 여성. 수식어만으로도 흥미진진한 두 여성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꼭 책으로 확인해보세요!

 

웃음이 나오더라. 내가 한심해서, 내 꼴이 우습고 가련해서. 나라는 사람이 믿고 있던 행복이 얼마나 연약한지 깨달아버렸지. 배를 잡으며 웃다 보니 마음속 어딘가가 죽어버렸다는 것을 알겠더구나._『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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