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매대에 놓인 수많은 책을 구경하다보면, 아름다운 표지에 먼저 시선이 머물곤 합니다. 내용을 잘 모르는 책도 표지가 마음에 들면 괜히 궁금해지고, 한 번쯤 들춰보고 싶어지지요. 책을 펼치기 전부터 작은 기대가 생기고, 어느새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문학동네 〈먼슬리 클래식〉은 감각적인 표지가 눈길을 끌어 독자들 사이에서 ‘소장하고 싶은 고전’으로 주목받아온 시리즈입니다. 이번 〈동네사람들〉에서는 이 시리즈로 인스퍼 어워드를 수상한 김이정 디자이너를 만나, 〈먼슬리 클래식〉 표지와 북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Editor. 제이지

1부. 〈먼슬리 클래식〉, 책을 읽기 전의 감정을 디자인하다.
Q1. 먼저 인스퍼 어워드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떤 마음이 드셨나요? 이번만큼은 조금 자랑해주셔도 좋습니다.
처음엔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회사에 오래 다니다보니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싶었어요.
수상 발표 당시에는 마감 걱정이 더 컸습니다. 〈먼슬리 클래식〉 5월 도서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표지 컨펌이 난항중이라 불안하고 초조한 시간이었거든요. 기쁘고, 슬프고, 이상하고, 좋았습니다.
오래 해온 일이 누군가의 눈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됩니다. 축하해주신 많은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앞으로 더 즐겁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2. 〈먼슬리 클래식〉은 매달 한 권씩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중 읽는 기쁨에 보는 즐거움을 더하여, 오래 독자로부터 사랑받아온 대표 작품을 감각적인 표지 디자인으로 선보이는 시리즈’입니다. 처음 이 시리즈의 디자인 방향을 잡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부담 없이 손이 가는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무겁거나 어둡지 않고, 편하게 곁에 둘 수 있는 책이었으면 했어요. 그런 마음을 기준으로 단순화된 도상과 경쾌한 색감을 사용해, 가볍지만 인상에 남는 표지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Q3. 시리즈 디자인에 관한 설명에서 ‘이미지를 먼저 마주한 뒤 작품의 제목을 인식하도록 하여, 시각적인 인상이 자연스럽게 독서로 이어지기를 의도했다’고 하신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구성이 실제로 독자에게 어떤 경험을 주길 바랐나요?
책을 펼치기 전, 이미 감정이 시작되길 바랐습니다.
Q4. 지금까지 나온 〈먼슬리 클래식〉 중 특히 마음이 가는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하나만 고르기 어려우시겠지만 그래도 좀 더 마음이 가던 책이 있다면 함께 소개를 부탁드려요.
첫 책인 『단순한 열정』이 입고되던 날의 풍경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차곡차곡 쌓여갈 책들을 생각하며 설렜던 마음이 떠올라요.

2부. 문학동네의 아름다운 책에 대하여
Q5. 〈먼슬리 클래식〉 외에도 디자이너님이 작업하신 아름다운 책들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강 작가님의 스페셜 에디션을 좋아하는데, 비하인드 스토리에서 ‘자수와 실’이라는 키워드를 소개하신 것이 기억납니다. 이 디자인은 어떤 이미지나 장면에서 출발했나요?
작품을 관통하는 감정이 ‘사랑’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도 분명히 이어지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그것을 ‘실’이 지닌 물성으로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Q6. 앤드루 포터 작가님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김금희 작가님의 『오직 한 사람의 차지』 표지도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두 책의 표지를 작업하실 때 떠올렸던 키워드가 있을까요?
아주 오래전, 소설 표지는 일러스트가 주류였던 시절에 사진을 활용해 보고 싶었습니다. 『너무 한낮의 연애』를 시작으로 제 안에서 사진을 가공하는 하나의 표현 방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푸르른 새벽의 감각이 강하게 남았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에서 라우라 마카브레스쿠(Laura Makabresku)의 사진을 소개할 수 있어 정말 기뻤습니다.


Q7. 표지 디자인의 의도를 알고 나면, 이미 읽은 책도 다르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작업하신 책 중 의도를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고 소개하고 싶은 표지가 있을까요?
이번달 〈먼슬리 클래식〉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표지 속 파란 장미의 의미를 찾아봐주세요. :)

Q8. 디자이너님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책’이란 무엇인가요?
디자이너님이 보시기에 정말 아름답다고 느낀 책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세요.
제게 있어 아름다운 책은 시간이 지나도 다시 떠오르고, 늘 곁에 두고 싶은 책입니다.
최근에 만난 최은영 작가님의 『백지 앞에서』도 그런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책을 보고 너무 아름다워서 깜짝 놀랐어요. 김유진 디자이너님 작업이고, 한동안 마음속에 깊은 울림으로 남아 있을 듯합니다.
3부. 북디자인과 김이정 디자이너에 대하여
Q9. 한 권의 책을 디자인하는 과정은 보통 어떻게 시작되나요? 디자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계나 원칙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원고를 읽으며 답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키워드를 뽑아보기도 하고, 낙서도 하고, 스케치도 하면서 계획을 정리한 뒤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는 편이에요. 실컷 읽고 한동안 잊어두면 불쑥 이미지가 떠오르곤 하는데, 그럴 때 참 좋아요.

▲ 작업 중인 김이정 디자이너
Q10. 다양한 표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책 밖의 이미지나 사물, 일상에서 힌트를 얻는 경우도 있을까요?
입사 후 16년 동안 매달 3~5권 이상의 책을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장르도 다양하고 마감은 늘 촉박해서 매 순간 마감 지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지켜온 일상의 평범한 순간들이 가장 큰 힘이자 영감이 되어줍니다.
이야기 속 모티프가 된 실제 동네를 산책 삼아 찾아가본 적도 있고, 『GV 빌런 고태경』을 작업할 때는 오랜만에 극장을 찾아 진짜로 있을 법한 고태경의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했어요. 입사 초반에는 『커피 교과서』를 만들면서 커피에 푹 빠져 핸드드립 수업을 수료하기도 했고요.

▲ 김이정 디자이너의 책상 풍경
Q11. 편집자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디자인 방향을 정할 때 편집자와는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는지 궁금해요.
원고마다 성격이 달라 그때그때 다르지만, 원고를 가장 잘 아는 편집자의 코멘트를 무한 신뢰합니다.
제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함께 가지치기하는 편이에요. 엉뚱한 상상이 지나칠 때 중심을 잡아주는 편집자님들이 곁에 있어 참 든든합니다.

▲ 작업 중인 김이정 디자이너
Q12. 표지 디자인은 작품을 설명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너무 많이 설명하지 않아야 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균형은 어떻게 잡으시나요?
마음이 앞서 설명이 지나치면 표지가 복잡해지고, 다 덜어내면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고. 답이 없는 싸움 같지만, 만들다보면 또 답이 보이기도 합니다.
결국 선택의 문제 같아요.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덜어낼지. 답은 없지만 매번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Q13. 마지막으로, 앞으로 김이정 디자이너님의 표지를 마주할 독자에게, 또는 〈동네사람들〉 구독자에게 한마디를 남겨주신다면요?
책만 만들며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았던 것 같은데, 돌아보면 오히려 책을 통해 세상과 더 가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문학동네에는 저를 포함해 24명의 디자이너가 각자의 개성을 바탕으로 열심히 작업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사랑으로 봐주세요.

서점 매대에 놓인 수많은 책을 구경하다보면, 아름다운 표지에 먼저 시선이 머물곤 합니다. 내용을 잘 모르는 책도 표지가 마음에 들면 괜히 궁금해지고, 한 번쯤 들춰보고 싶어지지요. 책을 펼치기 전부터 작은 기대가 생기고, 어느새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문학동네 〈먼슬리 클래식〉은 감각적인 표지가 눈길을 끌어 독자들 사이에서 ‘소장하고 싶은 고전’으로 주목받아온 시리즈입니다. 이번 〈동네사람들〉에서는 이 시리즈로 인스퍼 어워드를 수상한 김이정 디자이너를 만나, 〈먼슬리 클래식〉 표지와 북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Editor. 제이지
1부. 〈먼슬리 클래식〉, 책을 읽기 전의 감정을 디자인하다.
Q1. 먼저 인스퍼 어워드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떤 마음이 드셨나요? 이번만큼은 조금 자랑해주셔도 좋습니다.
처음엔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회사에 오래 다니다보니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싶었어요.
수상 발표 당시에는 마감 걱정이 더 컸습니다. 〈먼슬리 클래식〉 5월 도서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표지 컨펌이 난항중이라 불안하고 초조한 시간이었거든요. 기쁘고, 슬프고, 이상하고, 좋았습니다.
오래 해온 일이 누군가의 눈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됩니다. 축하해주신 많은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앞으로 더 즐겁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2. 〈먼슬리 클래식〉은 매달 한 권씩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중 읽는 기쁨에 보는 즐거움을 더하여, 오래 독자로부터 사랑받아온 대표 작품을 감각적인 표지 디자인으로 선보이는 시리즈’입니다. 처음 이 시리즈의 디자인 방향을 잡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부담 없이 손이 가는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무겁거나 어둡지 않고, 편하게 곁에 둘 수 있는 책이었으면 했어요. 그런 마음을 기준으로 단순화된 도상과 경쾌한 색감을 사용해, 가볍지만 인상에 남는 표지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Q3. 시리즈 디자인에 관한 설명에서 ‘이미지를 먼저 마주한 뒤 작품의 제목을 인식하도록 하여, 시각적인 인상이 자연스럽게 독서로 이어지기를 의도했다’고 하신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구성이 실제로 독자에게 어떤 경험을 주길 바랐나요?
책을 펼치기 전, 이미 감정이 시작되길 바랐습니다.
Q4. 지금까지 나온 〈먼슬리 클래식〉 중 특히 마음이 가는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하나만 고르기 어려우시겠지만 그래도 좀 더 마음이 가던 책이 있다면 함께 소개를 부탁드려요.
첫 책인 『단순한 열정』이 입고되던 날의 풍경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차곡차곡 쌓여갈 책들을 생각하며 설렜던 마음이 떠올라요.
2부. 문학동네의 아름다운 책에 대하여
Q5. 〈먼슬리 클래식〉 외에도 디자이너님이 작업하신 아름다운 책들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강 작가님의 스페셜 에디션을 좋아하는데, 비하인드 스토리에서 ‘자수와 실’이라는 키워드를 소개하신 것이 기억납니다. 이 디자인은 어떤 이미지나 장면에서 출발했나요?
작품을 관통하는 감정이 ‘사랑’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도 분명히 이어지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그것을 ‘실’이 지닌 물성으로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Q6. 앤드루 포터 작가님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김금희 작가님의 『오직 한 사람의 차지』 표지도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두 책의 표지를 작업하실 때 떠올렸던 키워드가 있을까요?
아주 오래전, 소설 표지는 일러스트가 주류였던 시절에 사진을 활용해 보고 싶었습니다. 『너무 한낮의 연애』를 시작으로 제 안에서 사진을 가공하는 하나의 표현 방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푸르른 새벽의 감각이 강하게 남았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에서 라우라 마카브레스쿠(Laura Makabresku)의 사진을 소개할 수 있어 정말 기뻤습니다.
Q7. 표지 디자인의 의도를 알고 나면, 이미 읽은 책도 다르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작업하신 책 중 의도를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고 소개하고 싶은 표지가 있을까요?
이번달 〈먼슬리 클래식〉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표지 속 파란 장미의 의미를 찾아봐주세요. :)
Q8. 디자이너님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책’이란 무엇인가요?
디자이너님이 보시기에 정말 아름답다고 느낀 책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세요.
제게 있어 아름다운 책은 시간이 지나도 다시 떠오르고, 늘 곁에 두고 싶은 책입니다.
최근에 만난 최은영 작가님의 『백지 앞에서』도 그런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책을 보고 너무 아름다워서 깜짝 놀랐어요. 김유진 디자이너님 작업이고, 한동안 마음속에 깊은 울림으로 남아 있을 듯합니다.
3부. 북디자인과 김이정 디자이너에 대하여
Q9. 한 권의 책을 디자인하는 과정은 보통 어떻게 시작되나요? 디자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계나 원칙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원고를 읽으며 답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키워드를 뽑아보기도 하고, 낙서도 하고, 스케치도 하면서 계획을 정리한 뒤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는 편이에요. 실컷 읽고 한동안 잊어두면 불쑥 이미지가 떠오르곤 하는데, 그럴 때 참 좋아요.
▲ 작업 중인 김이정 디자이너
Q10. 다양한 표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책 밖의 이미지나 사물, 일상에서 힌트를 얻는 경우도 있을까요?
입사 후 16년 동안 매달 3~5권 이상의 책을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장르도 다양하고 마감은 늘 촉박해서 매 순간 마감 지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지켜온 일상의 평범한 순간들이 가장 큰 힘이자 영감이 되어줍니다.
이야기 속 모티프가 된 실제 동네를 산책 삼아 찾아가본 적도 있고, 『GV 빌런 고태경』을 작업할 때는 오랜만에 극장을 찾아 진짜로 있을 법한 고태경의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했어요. 입사 초반에는 『커피 교과서』를 만들면서 커피에 푹 빠져 핸드드립 수업을 수료하기도 했고요.
▲ 김이정 디자이너의 책상 풍경
Q11. 편집자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디자인 방향을 정할 때 편집자와는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는지 궁금해요.
원고마다 성격이 달라 그때그때 다르지만, 원고를 가장 잘 아는 편집자의 코멘트를 무한 신뢰합니다.
제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함께 가지치기하는 편이에요. 엉뚱한 상상이 지나칠 때 중심을 잡아주는 편집자님들이 곁에 있어 참 든든합니다.
▲ 작업 중인 김이정 디자이너
Q12. 표지 디자인은 작품을 설명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너무 많이 설명하지 않아야 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균형은 어떻게 잡으시나요?
마음이 앞서 설명이 지나치면 표지가 복잡해지고, 다 덜어내면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고. 답이 없는 싸움 같지만, 만들다보면 또 답이 보이기도 합니다.
결국 선택의 문제 같아요.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덜어낼지. 답은 없지만 매번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Q13. 마지막으로, 앞으로 김이정 디자이너님의 표지를 마주할 독자에게, 또는 〈동네사람들〉 구독자에게 한마디를 남겨주신다면요?
책만 만들며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았던 것 같은데, 돌아보면 오히려 책을 통해 세상과 더 가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문학동네에는 저를 포함해 24명의 디자이너가 각자의 개성을 바탕으로 열심히 작업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사랑으로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