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오프 연말정산북으로 기록하기

이번 연말, 다들 어떻게 보낼 계획이신가요?
연말이 다가오면 저는 묘하게 분주해지곤 합니다. 기념일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는 편인데도 한 해의 끝과 새해의 시작이 맞닿은 이 시기만큼은 시간의 경계를 선명하게 느끼고 싶어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연말을 맞이하는 방식도 삶의 시기마다 달랐습니다. 어릴 땐 가족들과 시상식을 보며 TV 앞에서 새해 카운트다운을 외쳤고, 성인이 되고 나서는 친구들의 자취방이나 에어비앤비를 빌려 자정을 기다렸죠. 서른을 앞둔 해에는 바르셀로나 광장에서 열두 번의 종소리에 맞춰 포도 한 알씩 먹는 스페인 풍습을 따라 하다 포도즙을 줄줄 흘렸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연말을 보내오던 제게, 3년 전부터 조금 다른 루틴이 생겼습니다. 12월의 어느 하루, 친구들과 함께 모여 ‘데이오프 연말정산북’을 작성하며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세 권이 쌓였고, 네 번째 해를 맞이하기 위해 올해분을 미리 주문해뒀습니다.

저희의 회고 방식은 이렇습니다.
1. 각자 한 장 분량으로 올해의 회고록을 작성합니다.
2. 먼저 끝낸 사람이 “끝” 하고 외치면, 휴식을 취하거나 다음 장으로 먼저 넘어갑니다.
3. 모두가 작성을 마치면 첫 번째 질문부터 순서대로 자신의 답과 이유를 공유합니다.
3-1. 특별한 이유가 없을 땐 답만 간단히 말해도 되고, 건너뛰고 싶은 질문은 패스해도 됩니다.
3-2. 다른 사람에게 궁금한 점이 생기면 언제든 질문을 던져도 좋습니다.
함께 모여 한 해 회고를 하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을 순간도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의미있게 떠오르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서로를 응원하게 됩니다. 그래서 연말정산 회고는 저와 친구들에게 단순한 기록 이상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손에 잡히는 결과물을 만들어준다는 점도 좋지만, 무엇보다 서로의 한 해를 함께 되짚어볼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소중하게 다가오는 작업인 듯합니다. 한 사람의 인생은 결국 기억의 무늬로 이루어진다고들 하는데요, 우리는 그 무늬를 조금 더 선명하게 남기고 싶어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연말을 보내는 방식에 정답은 없지만, 올해를 조금 더 깊이 기억하고 싶다면 작은 기록의 시간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Editor. 햄사리

데이오프 연말정산북으로 기록하기
이번 연말, 다들 어떻게 보낼 계획이신가요?
연말이 다가오면 저는 묘하게 분주해지곤 합니다. 기념일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는 편인데도 한 해의 끝과 새해의 시작이 맞닿은 이 시기만큼은 시간의 경계를 선명하게 느끼고 싶어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연말을 맞이하는 방식도 삶의 시기마다 달랐습니다. 어릴 땐 가족들과 시상식을 보며 TV 앞에서 새해 카운트다운을 외쳤고, 성인이 되고 나서는 친구들의 자취방이나 에어비앤비를 빌려 자정을 기다렸죠. 서른을 앞둔 해에는 바르셀로나 광장에서 열두 번의 종소리에 맞춰 포도 한 알씩 먹는 스페인 풍습을 따라 하다 포도즙을 줄줄 흘렸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연말을 보내오던 제게, 3년 전부터 조금 다른 루틴이 생겼습니다. 12월의 어느 하루, 친구들과 함께 모여 ‘데이오프 연말정산북’을 작성하며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세 권이 쌓였고, 네 번째 해를 맞이하기 위해 올해분을 미리 주문해뒀습니다.
저희의 회고 방식은 이렇습니다.
1. 각자 한 장 분량으로 올해의 회고록을 작성합니다.
2. 먼저 끝낸 사람이 “끝” 하고 외치면, 휴식을 취하거나 다음 장으로 먼저 넘어갑니다.
3. 모두가 작성을 마치면 첫 번째 질문부터 순서대로 자신의 답과 이유를 공유합니다.
3-1. 특별한 이유가 없을 땐 답만 간단히 말해도 되고, 건너뛰고 싶은 질문은 패스해도 됩니다.
3-2. 다른 사람에게 궁금한 점이 생기면 언제든 질문을 던져도 좋습니다.
함께 모여 한 해 회고를 하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을 순간도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의미있게 떠오르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서로를 응원하게 됩니다. 그래서 연말정산 회고는 저와 친구들에게 단순한 기록 이상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손에 잡히는 결과물을 만들어준다는 점도 좋지만, 무엇보다 서로의 한 해를 함께 되짚어볼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소중하게 다가오는 작업인 듯합니다. 한 사람의 인생은 결국 기억의 무늬로 이루어진다고들 하는데요, 우리는 그 무늬를 조금 더 선명하게 남기고 싶어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연말을 보내는 방식에 정답은 없지만, 올해를 조금 더 깊이 기억하고 싶다면 작은 기록의 시간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Editor. 햄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