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짧고 마리오카트는 길다
저는 어릴 적부터 여름이면 행하는 의식 같은 루틴이 있습니다. 에어컨이 빵빵한 방에서 폭신한 이불을 덮고 손에는 닌텐도를 쥐어요. 바깥세상이 아무리 더워도 이 조합이 있다면 견딜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처음 가졌던 핑크색 닌텐도 DS부터 Wii, 3DS, 스위치, 그리고 지금의 스위치2까지…… 여름마다 손에 쥐고 있던 건 닌텐도였어요.
물론 게임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늘 재밌지만, 여름에 하는 게임은 어딘가 특별한 ‘여름 맛’이 있습니다. 여름 공기가 스민 이 계절만의 맛이요. 여름 맛이 느껴졌던 게임의 순간 세 가지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1. 마리오카트 Wii – 코코넛몰

코코넛몰은 휴양지의 쇼핑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마리오카트 맵중 하나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휴양지겠지’라고 생각만 했는데, 혹시나 싶어 검색해보니 ‘마리오 시리즈’의 열대 섬인 ‘돌픽섬’에 위치한 몰이라고 합니다. 이 코스의 매력은 단연 ‘여름 느낌’입니다. 에스컬레이터를 질주하고 분수 위를 날아다니는 동작도 경쾌하고, 전체적인 색감과 템포도 여름의 들뜬 느낌이에요.
2. 동물의 숲 – 불꽃축제

8월 매주 일요일 밤, 동물의 숲에서는 불꽃축제가 열립니다. 제가 이 이벤트를 처음 접했던 건 아마 초등학교 3학년 때쯤이었을 텐데, 그때의 감각이 아직도 생생해요. 동생과 이불 속에 들어가 나란히 엎드려 닌텐도를 쥐고, 프링글스를 하나씩 집어먹으면서 불꽃축제를 즐겼던 여름밤. 이 기억이 너무 행복해서 어른이 된 뒤에도 한번 재연해보았는데요, 역시 그 시절만큼의 즐거움은 구현되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이 기억이 여전히 반짝거린다는 사실만으로도 바래지 않은 추억을 가진 기분이라 좋아요.
3. 스플래툰 – 그랜드 페스티벌

사실 저는 스플래툰을 직접 플레이하진 않지만, 작년 9월에 열린 그랜드 페스티벌을 너무 보고 싶어서 친구를 집으로 초대했어요.
“너 와서 그랜드 페스티벌 좀 플레이해주면 안 돼?”
그날 저는 사람들이 게임 방송을 보는 마음이 뭔지 완벽히 이해하게 됐습니다. 웅장한 무대, 열광하는 해파리(?)들, 그리고 1열에서 감상한 오징어 시스터즈의 무대. 올해에도 열리면 좋겠어요. (친구야 또 와줄 거지?)
이렇게 닌텐도에서의 여름 기억을 떠올리다보니 지금 당장 게임하고 싶어졌어요. 참, 닌텐도 온라인을 구독하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닌텐도 뮤직 앱에서 새롭게 업데이트된 여름 플레이리스트도 꼭 확인해보세요. 무더운 여름을 시원한 여름 맛으로 보낼 수 있답니다.
그럼 전 이따 퇴근 후, 다시 달리러 가보겠습니다. 여름은 짧고, 마리오카트는 길어요.
Editor. 디또
우리는 모두 조금씩 이상하고 부족하니까

몸도 마음도 헐렁해진 여름에는 아무리 요즘 재밌다고 소문이 난 콘텐츠라도 그것을 보고 느낄 여력이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콘텐츠 헤비 소비러로서 잠시라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미 몇 번이고 닳도록 본 콘텐츠중에서 선별하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아주 신중해야 해요. 너무 늘어지는 서사는 더위를 잊게 해줄 수 없으니까요.
그럴 때 저는 ‘셜록 홈스’ 시리즈를 다시 봅니다. 수도 없이 본 시리즈이지만 볼 때마다 금방 몰입하게 됩니다. 마치 갓난아기가 몇 번이고 쳐다본 모빌인 데도 볼 때마다 정신을 빼앗기는 것처럼요.
Once you've ruled out the impossible, whatever remains, however improbable, must be true.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 남은 것은 아무리 이상하고 믿기지 않더라도 사실이기 마련이야.
_<셜록홈스 시즌 2 : 바스커빌의 사냥개들> 中
재수없지만 특출난 셜록과 부족하지만 따듯한 존. 그들이 서늘한 살인 사건들을 마구 헤치고 다니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이상하게도 주변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모두 조금씩 부족하고 이상하잖아요. “친구는 한 명도 없다”라고 말하는 셜록이 시즌 끝에 다다라서는 마침내 누군가의 안녕을 바랄 때 저 역시 기꺼이 누군가와 살을 맞대고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지곤 합니다.
Editor. 보키
여름밤을 자꾸만 기대하게 되는 건
여름은 내가 첫번째로 좋아하는 계절이자 자꾸만 어디론가 떠나고 싶게 만드는 계절이다.
길어진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감상에 빠지다보면 계절은 금세 제 몸을 바꾼다. 매년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기 전이면 항상 꺼내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바로 일본의 오랜 마을인 나라현 고조시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
여름을 좋아하지만 무더위에 늘 힘들어했는데 이 영화를 볼 때면 여름은 또다른 판타지처럼 펼쳐진다.
풀벌레소리는 좋은 음악이 되고, 화려한 불꽃놀이는 이 밤을 기억하고 싶게 만드는 장면이 된다.

영화는 두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흑백으로 촬영된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1부 ‘첫사랑, 요시코’에는 고조시를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감독 ‘태훈’과 조감독 ‘미정’이 지방 공무원 ‘유스케’와 마을을 둘러보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컬러로 촬영된 2부 ‘벚꽃우물’은 ‘태훈’의 영화로, 홀로 일본 여행을 온 ‘혜정’과 고조시에 정착해 감을 재배하는 ‘유스케’의 로맨스를 그린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진행되는 1부는 흑백화면이라는 점과 더불어 긴 롱테이크로 풍경을 주로 보여주는 탓에 지루하다는 평도 많다. 그러나 “풍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중요하다”라는 태훈의 대사처럼, 2부에서 태훈이 같은 장소의 풍경에서 사람을 어떻게 담아내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이 영화를 보는 재미다.
영화는 불꽃놀이를 기점으로 두 챕터를 가르며 형식과 내용을 자유롭게 변형한다. 불꽃이 터지면서 화면은 흑백에서 컬러로 변하고, 미동도 없던 카메라는 끊임없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오래 사는 것보다 행복하게 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오늘 좋은 말을 많이 하네요?”
“아무것도 없는 게 좋았어요.
저한테는 그런 시간이 필요했어요.”
자극적인 사건 없이 서로를 알아가는 혜정과 유스케의 대화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땀으로 흠뻑 젖은 유스케의 티셔츠, 살랑거리는 바람, 어색함을 채우는 풀벌레소리가 온 감각으로 느껴진다.

차분한 풍경과 달리 화려하게 펼쳐지는 불꽃놀이 장면을 보고 있자면
10년 전 〈한여름의 판타지아〉를 보고 영화관에서 나왔던 날이 자주 떠오른다.
늦은 시간 탓에 온 세상이 멈춘 것 같았던,
내년 여름에도 다시 꺼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초여름의 밤이.
Editor. 다소루



여름은 짧고 마리오카트는 길다
저는 어릴 적부터 여름이면 행하는 의식 같은 루틴이 있습니다. 에어컨이 빵빵한 방에서 폭신한 이불을 덮고 손에는 닌텐도를 쥐어요. 바깥세상이 아무리 더워도 이 조합이 있다면 견딜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처음 가졌던 핑크색 닌텐도 DS부터 Wii, 3DS, 스위치, 그리고 지금의 스위치2까지…… 여름마다 손에 쥐고 있던 건 닌텐도였어요.
물론 게임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늘 재밌지만, 여름에 하는 게임은 어딘가 특별한 ‘여름 맛’이 있습니다. 여름 공기가 스민 이 계절만의 맛이요. 여름 맛이 느껴졌던 게임의 순간 세 가지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1. 마리오카트 Wii – 코코넛몰
코코넛몰은 휴양지의 쇼핑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마리오카트 맵중 하나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휴양지겠지’라고 생각만 했는데, 혹시나 싶어 검색해보니 ‘마리오 시리즈’의 열대 섬인 ‘돌픽섬’에 위치한 몰이라고 합니다. 이 코스의 매력은 단연 ‘여름 느낌’입니다. 에스컬레이터를 질주하고 분수 위를 날아다니는 동작도 경쾌하고, 전체적인 색감과 템포도 여름의 들뜬 느낌이에요.
2. 동물의 숲 – 불꽃축제
8월 매주 일요일 밤, 동물의 숲에서는 불꽃축제가 열립니다. 제가 이 이벤트를 처음 접했던 건 아마 초등학교 3학년 때쯤이었을 텐데, 그때의 감각이 아직도 생생해요. 동생과 이불 속에 들어가 나란히 엎드려 닌텐도를 쥐고, 프링글스를 하나씩 집어먹으면서 불꽃축제를 즐겼던 여름밤. 이 기억이 너무 행복해서 어른이 된 뒤에도 한번 재연해보았는데요, 역시 그 시절만큼의 즐거움은 구현되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이 기억이 여전히 반짝거린다는 사실만으로도 바래지 않은 추억을 가진 기분이라 좋아요.
3. 스플래툰 – 그랜드 페스티벌
사실 저는 스플래툰을 직접 플레이하진 않지만, 작년 9월에 열린 그랜드 페스티벌을 너무 보고 싶어서 친구를 집으로 초대했어요.
“너 와서 그랜드 페스티벌 좀 플레이해주면 안 돼?”
그날 저는 사람들이 게임 방송을 보는 마음이 뭔지 완벽히 이해하게 됐습니다. 웅장한 무대, 열광하는 해파리(?)들, 그리고 1열에서 감상한 오징어 시스터즈의 무대. 올해에도 열리면 좋겠어요. (친구야 또 와줄 거지?)
이렇게 닌텐도에서의 여름 기억을 떠올리다보니 지금 당장 게임하고 싶어졌어요. 참, 닌텐도 온라인을 구독하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닌텐도 뮤직 앱에서 새롭게 업데이트된 여름 플레이리스트도 꼭 확인해보세요. 무더운 여름을 시원한 여름 맛으로 보낼 수 있답니다.
그럼 전 이따 퇴근 후, 다시 달리러 가보겠습니다. 여름은 짧고, 마리오카트는 길어요.
Editor. 디또
우리는 모두 조금씩 이상하고 부족하니까
몸도 마음도 헐렁해진 여름에는 아무리 요즘 재밌다고 소문이 난 콘텐츠라도 그것을 보고 느낄 여력이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콘텐츠 헤비 소비러로서 잠시라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미 몇 번이고 닳도록 본 콘텐츠중에서 선별하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아주 신중해야 해요. 너무 늘어지는 서사는 더위를 잊게 해줄 수 없으니까요.
그럴 때 저는 ‘셜록 홈스’ 시리즈를 다시 봅니다. 수도 없이 본 시리즈이지만 볼 때마다 금방 몰입하게 됩니다. 마치 갓난아기가 몇 번이고 쳐다본 모빌인 데도 볼 때마다 정신을 빼앗기는 것처럼요.
재수없지만 특출난 셜록과 부족하지만 따듯한 존. 그들이 서늘한 살인 사건들을 마구 헤치고 다니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이상하게도 주변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모두 조금씩 부족하고 이상하잖아요. “친구는 한 명도 없다”라고 말하는 셜록이 시즌 끝에 다다라서는 마침내 누군가의 안녕을 바랄 때 저 역시 기꺼이 누군가와 살을 맞대고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지곤 합니다.
Editor. 보키
여름밤을 자꾸만 기대하게 되는 건
여름은 내가 첫번째로 좋아하는 계절이자 자꾸만 어디론가 떠나고 싶게 만드는 계절이다.
길어진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감상에 빠지다보면 계절은 금세 제 몸을 바꾼다. 매년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기 전이면 항상 꺼내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바로 일본의 오랜 마을인 나라현 고조시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
여름을 좋아하지만 무더위에 늘 힘들어했는데 이 영화를 볼 때면 여름은 또다른 판타지처럼 펼쳐진다.
풀벌레소리는 좋은 음악이 되고, 화려한 불꽃놀이는 이 밤을 기억하고 싶게 만드는 장면이 된다.
영화는 두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흑백으로 촬영된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1부 ‘첫사랑, 요시코’에는 고조시를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감독 ‘태훈’과 조감독 ‘미정’이 지방 공무원 ‘유스케’와 마을을 둘러보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컬러로 촬영된 2부 ‘벚꽃우물’은 ‘태훈’의 영화로, 홀로 일본 여행을 온 ‘혜정’과 고조시에 정착해 감을 재배하는 ‘유스케’의 로맨스를 그린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진행되는 1부는 흑백화면이라는 점과 더불어 긴 롱테이크로 풍경을 주로 보여주는 탓에 지루하다는 평도 많다. 그러나 “풍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중요하다”라는 태훈의 대사처럼, 2부에서 태훈이 같은 장소의 풍경에서 사람을 어떻게 담아내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이 영화를 보는 재미다.
영화는 불꽃놀이를 기점으로 두 챕터를 가르며 형식과 내용을 자유롭게 변형한다. 불꽃이 터지면서 화면은 흑백에서 컬러로 변하고, 미동도 없던 카메라는 끊임없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오래 사는 것보다 행복하게 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오늘 좋은 말을 많이 하네요?”
“아무것도 없는 게 좋았어요.
저한테는 그런 시간이 필요했어요.”
자극적인 사건 없이 서로를 알아가는 혜정과 유스케의 대화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땀으로 흠뻑 젖은 유스케의 티셔츠, 살랑거리는 바람, 어색함을 채우는 풀벌레소리가 온 감각으로 느껴진다.
차분한 풍경과 달리 화려하게 펼쳐지는 불꽃놀이 장면을 보고 있자면
10년 전 〈한여름의 판타지아〉를 보고 영화관에서 나왔던 날이 자주 떠오른다.
늦은 시간 탓에 온 세상이 멈춘 것 같았던,
내년 여름에도 다시 꺼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초여름의 밤이.
Editor. 다소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