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Editor's Explore] 눈과 귀를 활짝 열고



주말농장 + 미니 삽

평소처럼 학교에서 돌아온 어느 날 밤, 제 책상 위에 딸기(라고 하기엔 조금 작은) 한 알이 몸집에 맞지 않는 큰 접시에 올려진 채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게 뭐지…’ 바라보고 있던 순간 아빠가 한껏 신난 표정으로 방으로 들어오더라고요. 그 무렵 아빠는 주변 사람들과 동네 공터를 빌려 주말농장을 시작했거든요. 비료 없이 키워보겠다는 아빠의 원대한 꿈과 달리 농사는 쫄딱 망해버렸고 겨우 살린 딸기나무에서는 산딸기인지, 그냥 딸기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귀여운 열매 다섯 알이 열렸어요. 그래도 다섯 알이 열려서 가족들에게 하나씩 줄 수 있다며 기뻐하던 아빠의 모습이 너무 웃겨서 사진을 찍어두었던 기억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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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한동네에 살다 파주로 거주지를 옮겼을 때 한동안은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매일 밤 공원을 걸었습니다. 그때 운명처럼 파주시에서 운영하는 주말농장 공고를 보게 됐어요. 막상 알아보니 생각보다 치열한 경쟁률에 놀라 당첨 발표일을 달력에 적어두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 말, 드디어 소박한 제 밭을 분양받았어요. 제 이름을 딴 농장 이름도 짓고, 애벌레 모양 모종삽과 장갑까지 구비해 농부가 될 만반의 준비를 마쳤지요. 농장을 일구는 데 필요한 물건들을 하나씩 준비하면서 아빠가 처음 주말농장을 시작했을 때 왜 그리 들떠 보였는지 새삼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선택한 모종은 차로 우려 마실 허브 두 종류와 비빔밥을 해 먹을 때 사용할 상추, 주스로 갈아 먹을 케일이었는데요.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떠올리며…) 야무지게 모종을 심고 비닐까지 둘러놨건만, 다음 날부터 갑자기 비가 내리는 바람에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도 모종들이 걱정되더라고요.(이게 농부의 마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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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업무로 바쁜 일주일을 보내고 토요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밭에 다녀왔어요. 걱정했던 대로 제 곁을 떠난(ㅠㅠ) 몇몇 아이들을 정리하고 새로 들일 모종을 찾아보았어요. 점점 따스해지고 있는 계절을 기다리며 이번 주에 새로 심을 모종은 ‘방울토마토’입니다.

어느 날 제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딸기 한 알처럼, 팀원들에게 방울토마토 한 알씩 선물할 수 있는 그날까지 힘내볼게요! (아자아자!)


Editor. 다소루



새 산책 + 쌍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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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해서 수집하는 자연 풍경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핑크 하늘이고, 다른 하나는 새입니다. 초록이 드문 도심에 살면서 주로 여행지 같은 비일상 속에서 새를 봐왔는데요. 파주에서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새를 봐야겠다, 일명 ‘탐조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큰마음 먹고 꽤 멋진 쌍안경을 장만했어요. 막연히 걷다가 새를 보는 것도 좋지만, 쌍안경 하나만 얹어도 일상이 완전히 다른 풍경으로 변하지 뭐예요 !


쌍안경과 함께한 첫 탐조는 ‘북서울꿈의숲’에서였어요. 숲을 오르며 새소리가 들리는 곳마다 쌍안경을 들어 초점을 맞춰봤지만, 막상 시야에 들어오는 건 나뭇가지뿐, 새를 포착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결국 첫 탐조는 목에 쌍안경을 걸고 산책한 사람이 된 것으로 끝났습니다. 경험치를 쌓는다는 점에서 이것 자체도 꽤 큰 수확이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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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탐조는 ‘서울의 새’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한강의 흰죽지 떼를 보고 무작정 영상 속 장소로 떠난 것이었어요. 그간 인스타그램을 보며 저장한 장소는 죄 팝업스토어나 맛집뿐이었는데, 새떼 영상에 매료되어 지도에 핀 하나 찍고 무작정 떠난 ‘토정나들목’. 그곳에 도착하니 정말 수많은 흰죽지를 만날 수 있었고, 쌍안경을 들고 새를 관찰하는 제 모습이 괜히 뿌듯했습니다. (쌍안경만 들면 어깨가 올라가는 쉬운 사람, 접니다.)


세번째는 ‘사적인서점X탐조책방’ 새 산책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에요. 처음엔 아침부터 비가 내려 아쉬웠는데, 탐조책방 책방지기인 박임자 선생님이 “오늘 아니면 평생 비 오는 날 탐조는 안 나가보실 거예요”라고 말씀해주신 덕분에 기억에 오래 남는 하루가 되었어요. 우중 산책길에 만난 새들은 왠지 고독해 보여서 오히려 더 특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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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는 회사 선배와 점심시간 탐조를 했어요. 점심은 샐러드로 후다닥 해결하고 나가본 회사 앞 풍경, 그동안 그냥 스쳐지나던 곳에도 다양한 새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이날은 탐조 프로그램에서 배운 ‘귀로 하는 탐조’를 실습해봤어요.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소리 나는 방향으로 쌍안경을 들이대면, 쌍안경 안으로 유리딱새가 총총 들어오는 그 순간이 얼마나 짜릿했던지요.


이렇게 새 이야기를 써놓고 보니, 저 아무래도 탐조에 푹 빠져버린 것 같아요...! 다가올 계절에 만날 새들을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앞으로는 눈과 귀를 잘 활짝 열고 다니려고 합니다.


Editor. 디또



문장 + 순간 포착 카메라 


사실 제가 탐구에 관해 쓰는 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전 하나에 깊게 빠져들기보다는, 넓고 얕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거든요. 여고생이라면 한 번쯤 빠진다는 ‘덕질’도 해본 적이 없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이번 레터 주제를 두고 한참 고민했어요. 이토록 ‘비탐구인’의 성향을 지닌 내가 탐구하고 있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 하고요. 고민 끝에 건져 올린 비탐구인의 단 하나의 탐구생활, 그것은 바로 ‘활자’입니다. 저는 생활 속 활자를 탐구하는 사람이에요.


그렇다고 저의 활자 탐구가 대단히 학문적이라거나 깊이가 있는 것은 아니고요. 방점은 ‘생활 속’에 있어요. 계절공방에서도 몇 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저는 이곳 문학동네에 오기 전 IT업계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카피를 쓰는 일을 해왔는데요. 그러다 보니 오랜 직업병처럼 카피 쓰기에 재료가 될 법한 활자를 수집하는 습관이 있어요. 지나가며 보이는 모든 간판과 현수막, 작은 전단지까지도 모조리 눈으로 읽고 입으로 곱씹어보죠. 그러다 좋은 재료를 발견하면 꼭 사진을 찍어두거나 메모장에 기록을 해둬요. 이렇게 재료 창고를 부지런히 채워두는 습관이 저를 여태껏 먹고살게 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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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글을 읽고 계신 공방원분 중에 저처럼 언어적인 인풋이 필요한 일을 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생활 속 활자 탐구를 꼭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어떤 활자든 재료가 될 수 있어요.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오’ 같은 경고 메시지에도 재밌는 표현을 활용한 경우가 참 많아요. (전 습관적으로 이렇게 쓰면 더 효과적일 텐데, 하는 생각을 한답니다.) 그리고 출판사 직원의 사심을 빼더라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책이야말로 양질의 재료가 넘쳐흐르는 곳이라는 점입니다. 제가 IT회사에서 출판사로 업계를 바꿔 이직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몇 년 동안 꾸준히 책에서 재료가 되는 문장들을 아카아빙해온 습관 덕분이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저의 탐구생활 팁을 하나 더 밝히자면, 카피를 쓰는 일을 하거나 같은 뜻도 다르게 표현해야 하는 마케터분들이라면 시인들의 산문집을 읽어보길 추천해요. 평범한 일상 속 물건이나 상황을 시인의 언어로 풀어낸 문장들이 많아서, 하나의 사물을 표현하는 방법이 이렇게 다양할 수 있구나, 이런 식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도 있구나, 싶어지거든요.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한 재료의 곳간입니다. 


쓰다 보니, 탐구생활에 대해 말하는 건 비탐구인에게도 참 즐거운 일이네요. 모두들 자신만의 탐구생활을 즐겁게 해나가시면 좋겠습니다. 탐구생활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어줄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Editor. 송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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