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바깥은 여름』 『이중 하나는 거짓말』 최윤미 디자이너 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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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문학동네, 2017)

 

계절공방에 실릴 레터를 요청받고 7년 전 『바깥은 여름』을 만났을 때를 떠올려봅니다. 당시 문학동네에서는 처음으로 펴내는 선생님의 소설집이었고, 오래 기다린 신작이라 출간 전부터 여러모로 기대와 열기가 높은 작품이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국내소설을 작업한 경험이 부족하다 여기던 시기라 막막한 걱정과 부담감에 모니터 앞을 쉽게 떠나지 못했습니다. 소설집 제목을 따라 ‘안과 밖’, ‘여름’에 초점을 맞춘 많은 시안들이 만들어지고 사라졌습니다. (눈물을 닦으며 묵혀뒀던 작업 폴더를 열어보니 그대로 묻어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시안들…….)

출간일은 다가오고 답은 보이지 않아 그날도 퇴근을 미루고 막연하게 사진을 찾던 중에 드디어 퇴근의 확신을 주는 이미지를 만났습니다. 고요하게 문을 통과하는 인물에게서 「입동」의 미진이 보였습니다. 빼꼼히 보이는 올리브색 벽지까지. 작품들의 정서를 생각하면 여름의 뜨거움에 반하는 약간의 서늘함이 필요했기에 원본의 배경을 푸른색으로 바꿔 대비를 쨍하게 다듬은 뒤에 지금의 표지가 완성됐습니다.

그렇게 무사히 출간한 이후 많은 독자들에게 오래 사랑받는 좋은 작품에 함께한 것이 큰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에게도 책장 잘 보이는 자리에 두고 오래 보는 책이 되었습니다. 그때 함께 해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 담당 편집자와 저는 아직 회사에 남아 있다가 7년 뒤 선생님의 신작 장편소설에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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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문학동네, 2024)

 

시간은 유한하고 할일은 무한한 직장인인지라 담당하는 모든 책을 완독할 순 없지만, 소설만큼은 작품 전체를 읽고서 작업을 시작하려 합니다. 직접 읽지 않고는 독자가 느끼게 될 첫인상과 끝인상에 공감을 얻을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미공개 작품을 먼저 감상할 수 있다는 건 책을 만들며 얻는 특권이면서도 아직 존재하지 않는 형태의 윤곽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동반하기에 설렘과 압박감이 교차하는 과정입니다.

긴 호흡을 각오하고 작품을 읽기 시작했는데 생생한 감성 묘사와 강렬한 몰입으로 인해 몇 번 아득해지고 몽글해지고 훌쩍거리다보니 단숨에 마지막 장면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잊고 지냈던 나의 열여덟 살과 지금 열여덟 살을 살고 있는 이들을 떠올리면서 찬란함은 없더라도 너무 어둡지 않고 적당한 무게감과 따스함이 드는 이미지를 찾고자 했는데, 마침 한지민 작가님의 그림을 알고 있던 게 참 다행이었습니다.

표지에 ‘작업실L’ ‘잠든 사람’ ‘어깨’ 세 작품을 옮겼는데, 이 그림들은 마치 어딘가 실존하는 소리, 지우, 채운을 그린 것처럼 느껴집니다. 일상에서 멀지 않은 장면들, 잠시 숨을 고르는 이들에게 멈춘 따스한 시선과 적당한 거리감이 소설의 결과도 잘 어울립니다. 삼단 분할로 인해 생겨난 평행선은 서로 맞닿아 있는 듯하면서도 쉽게 넘어갈 수 없는 경계가 되고, 각자가 겪어내는 상처와 삶의 무게처럼 서로 닮은 듯 같지 않은 배경색을 띠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끝나도 소설 속 인물들이 “앞으로 대단히 훌륭한 사람은 될 수 없어도, 그럭저럭 무난하고 무탈한 삶을 살아낼 수 있”기를 응원하게 되는데 그건 제 자신을 향해야 할 마음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도 그 위로와 응원이 닿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ditor 그나 | guest 문학동네 최윤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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