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지금 〈계절공방〉을 읽고 있는 장소는 모두 가지각색이겠지만 잠시 우리 모두 어느 산속 별장에 모여 있다고 상상해볼까요? 어두운 밤 우리는 거실에 둘러앉았습니다. 조금은 어두운 조도 아래 앞사람 얼굴도 흐릿하게 보이는 이때, 누군가 자기가 겪은 조금은 무섭고 기이한 일화를 털어놓기 시작합니다.
오늘 〈계절공방〉 에디터들은 여러분께 그러한 이야기들을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누구는 도시 괴담을, 누구는 오컬트를, 누구는 샤머니즘을……. 내용은 모두 천차만별인데요. 에디터들의 생생한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아래 버튼을 클릭해주세요.
by. 지지
"저는 있다고 믿어요."

사후세계나 샤머니즘과 관련된 이야기를 좋아하는 저는 요즘 퇴근 후 OTT 서비스를 통해서 〈귀신전〉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있습니다. 다른 콘텐츠로는 〈신들린 연애〉를 보기도 하죠. 그런 프로그램이 론칭되면 수많은 지인에게 “네가 좋아할 만한 것이 나왔어”라고 추천까지 받을 정도이니, 저의 이 분야 탐닉은 꽤나 오래된 취향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상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McGuffin’이라는 유튜브 채널의 ‘일본인 오컬트 수집가의 저주받은 아이템’ 편입니다.
#오컬트 #수집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감히 단언컨대 ‘환장’할 영상입니다. 전 세계의 저주받은 물건들을 수집하는 남성분이 나오는 영상인데, 그 영역이 어마어마합니다. 인형, 가면, 제사 도구, 돌, 액세서리 등등 종류를 가리지 않죠. 작은 집의 가장 큰 방을 내어줘도 저주받은 물건들로 공간이 부족할 정도입니다. 영상에서는 집에 있는 물건들을 한두 개씩 소개하면서 그 물건에 얽힌 사연 등을 상세히 설명해줍니다. 수집가가 설명하는 물건은 아프리카 어느 부족이 제사를 지낼 때 쓰는 물건이나 누군가가 나쁜 마음을 먹고 타인을 저주하는 인형, 일본의 어느 낡은 가옥을 부수던 공사장에서 발견된 가면 등 정말 다양한데요. 특히 그 가면은 본인이 집으로 가지고 온 순간부터 온몸이 아프거나 이상한 꿈을 꾸는 등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상황을 만들어냈다고도 해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은 저처럼 ‘과학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세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있다고 믿어요.
by. 그나
나폴리탄 괴담을 아시나요?

나폴리탄 괴담은 일본의 한 사이트에서 시작된 종류의 괴담으로, 어떤 존재를 미스터리하게 묘사하지만 뚜렷한 설명은 없이 독자의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괴담입니다. 규칙을 통한 간접적인 묘사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죠.
불쾌하거나 징그럽거나 저주받는 기분이 드는 건 아니면서도 곱씹어 생각할수록 무서운 종류의 이야기들이라 저는 아주 좋아합니다. 이런 나폴리탄 괴담이 인기를 끌면서 비슷한 종류의 이야기들이 한국의 사이트들에서도 많이 창작되었는데요, 그중 제일 재미있다고 생각한 괴담을 소개해드립니다!
포스타입이라는 플랫폼에 연재된 〈괴이현상 실종자수색연합〉 시리즈입니다.
설정을 설명드리자면, ‘괴이’라는 초자연적 존재에게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들 중 일부가 괴이현상 실종자수색연합의 대원으로 활동하게 되는데, 그 대원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링크의 글들입니다.
분량은 짧지 않고, 대원들이 추가한 내용이나 사담 등이 다수 추가되어 있으며 현재까지는 웹으로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괴담을 좋아하신다면 꼭 읽어보시길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한 줄 한 줄 읽어내려갈 때마다 기괴하고 생생하게 그려지는 미지의 세계, 그리고 캐릭터들의 심리와 관계성이 일품입니다.
이 글의 또다른 매력은 각 캐릭터에게 뚜렷한 배경이 있다는 점입니다. 많은 나폴리탄 괴담이 1인칭이고 캐릭터보다는 설정에 조금 더 무게를 둔 것과 달리, 〈괴이현상 실종자수색연합〉에서는 캐릭터 하나하나에게 사연과 목표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을 찾기 위해 죽음을 불사하고 위험에 뛰어드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간직한 뒷이야기에서 진한 감동이 몰려와 괴담의 장르적 재미와는 다른 즐거움을 줍니다.
“그럼에도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본 연합에 가입하셨다는 것은, 귀하 역시도 연합의 다른 일원들과 마찬가지로 소중한 사람을 괴이에게 잃었기 때문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_〈괴이현상 실종자수색연합〉 서문에서
나폴리탄 괴담의 서늘한 장르적 재미와 휴먼 드라마의 진한 감동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좋은 글입니다.
이 작품으로 나폴리탄 괴담을 접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by. 일립
생과 사라는 미스터리

몇 년 전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의 흥행을 기억한다. 그간 한국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캐릭터들의 등장과 소름 돋도록 현실적으로 묘사된 한국사회의 내밀한 풍경까지. 특히 나는 서울 주변 소도시에 사는 주인공 삼 남매의 서울 출퇴근기를 무척 좋아했다. 뼈아플 정도로 날카로운 현실 풍광이 모니터 안에서 펼쳐지면 웃기기도, 슬프기도, 또 소름이 돋기도 한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마지막 회 즈음 주인공 염미정의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나서다.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누군가의 인생도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무서웠지만, 어머니의 유골함을 집에 모시고 난 후 주변 인물의 질문은 더 섬뜩했다. “어머니의 유골함을 집에 두다니 무섭지 않아?” 그때 염미정 가족들이 짓던 멍한 표정은 그 장면을 바라보는 내 표정과 다르지 않았다. 나는 그 질문이 너무 무서웠다.
꿈에서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만났을 때 나는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늘 허리가 굽어 있었던 외할머니는 어찌 된 영문인지 꿈속에선 꼿꼿했다. 생전엔 본 적 없는 모습이었지만 난 단번에 그녀를 알아봤다. 꿈속의 외할머니는 하늘빛 한복을 입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문밖에 서 있던 외할머니. 나는 있는 힘껏 외할머니를 불렀지만 무슨 일인지 할머니는 미동도 없었다. “할머니, 나야! 문 좀 열어줘!” 그렇게 몇 번을 소리를 지르다 꿈에서 깼다. 평소 내가 꿔본 적 없는 기이한 꿈이었고, 이상할 정도로 생생했다.
아침밥을 먹으며 엄마에게 꿈에서 외할머니를 봤다고 말하자 엄마의 첫마디는 이랬다. “혹시 하늘색 한복을 입고 계시던?” 그때 나는 왈칵 울었던 것 같다. 정말 외할머니를 만났다는 안도감과 신기함이 뒤섞였다. 알고 보니 엄마의 꿈에서도 늘 외할머니는 그 색깔의 한복을 입는다고 한다. 생전 외할머니와 엄마가 했던 약속, “만약 죽어서 꿈에 찾아온다면 꼭 예쁜 옷을 입고 와달라”는 그 약속을, 할머니는 기억하고 있는 걸까?
난 그날 이후 삶과 죽음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게 됐다. 생과 사가 완전히 분리된 것은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 느꼈다. 미스터리로 가득한 삶에서 이런 작은 소망 하나는 얼마나 귀중한지……. 비록 소중한 사람이 여기에 없다 할지라도 완전히 단절되어 있지는 않다고 믿어보고 싶어졌다. 이건 내게 무섭지 않은 이야기다.
by. 지지
모르는 사람들의 노크소리는 무.섭.다.

장류진 작가의 단편 「새벽의 방문자들」을 읽었을 때, 내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아마도 그렇게 생각한 여성들이 저만은 아니었을 텐데요. 전 귀신 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탕탕탕: 이런 말을 하고 나면 귀신을 만날 수 있으니 우선 책상을 세 번 치며 액막이를 하고…… 엉?) 그렇게 생각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하나는 언젠가 읽은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만화 때문이었어요(혹시 떠오르는 만화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그 만화의 주인공은 어릴 때부터 몸이 허약했어요. 자주 악몽을 꾸고 헛것이 보였죠.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사라지지 않는 악몽과 헛것들에 지칠 무렵, 그 모든 것이 정신적인 문제였다는 걸 알게 돼요. 심신이 미약하다는 말 아시죠? 그 말처럼 몸이 약하면 정신도 약해져서 악몽을 꾸고 어쩌고저쩌고……. 그때 모든 것은 본인이 생각하기 나름이란 걸 알았어요. 그래서 귀신이 떠오르면 이내 웃어버립니다. 그럼 사라져요. (진짜!) 두번째 이유는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신 후였어요. 귀신이나 유령이 있다면 우리 부모님도 한 번쯤은 내 앞에 나타나실 거라 믿었는데 꿈에서도 안 보이시더라고요. 그래서 깨달았죠. 돌아가시면 그냥 무(無), 아무것도 아닌 무의 상태가 되는 것이라는 걸요. 그런고로, 귀신은 없다!
그런 제가 무서움을 느낄 때는 항상 ‘사람’ 때문입니다. 특히 장류진 작가의 소설에 나오듯 낮밤 상관없이 모르는 사람이 누르는 초인종이나 노크소리가 제일 무서워요. 처음에는 대답을 해주다가 언젠가부터 없는 척하고 사는데요. 「새벽의 방문자들」처럼 딱 저런 일이 제게도 있었기 때문이에요. 한동안 한밤중에 초인종을 누르거나 노크를 하는 남자들이 있었어요. 처음엔 누구냐고 묻기도 하고, 호수를 잘못 안 것 같다고 대꾸도 해주었지만 몇 번 반복하다보니 은근히 무서워지는 거예요. 갑자기 문을 잡아당기면 어쩌지? 계속 저렇게 초인종을 누르거나 노크를 해대면? 다행이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일은 사라졌지만, 이후로 모르는 사람의 방문이나 연락 없이 오는 친구들은 절대 사절! 아마도 혼자 사는 세상의 모든 여성들이 저와 비슷할 거예요. 그러니 누군가의 집에 방문할 때는 항상 연락 먼저 하는 일, 잊지 마세요.
by. 롤러

자! 지금 〈계절공방〉을 읽고 있는 장소는 모두 가지각색이겠지만 잠시 우리 모두 어느 산속 별장에 모여 있다고 상상해볼까요? 어두운 밤 우리는 거실에 둘러앉았습니다. 조금은 어두운 조도 아래 앞사람 얼굴도 흐릿하게 보이는 이때, 누군가 자기가 겪은 조금은 무섭고 기이한 일화를 털어놓기 시작합니다.
오늘 〈계절공방〉 에디터들은 여러분께 그러한 이야기들을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누구는 도시 괴담을, 누구는 오컬트를, 누구는 샤머니즘을……. 내용은 모두 천차만별인데요. 에디터들의 생생한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아래 버튼을 클릭해주세요.
by. 지지
"저는 있다고 믿어요."
사후세계나 샤머니즘과 관련된 이야기를 좋아하는 저는 요즘 퇴근 후 OTT 서비스를 통해서 〈귀신전〉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있습니다. 다른 콘텐츠로는 〈신들린 연애〉를 보기도 하죠. 그런 프로그램이 론칭되면 수많은 지인에게 “네가 좋아할 만한 것이 나왔어”라고 추천까지 받을 정도이니, 저의 이 분야 탐닉은 꽤나 오래된 취향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상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McGuffin’이라는 유튜브 채널의 ‘일본인 오컬트 수집가의 저주받은 아이템’ 편입니다.
#오컬트 #수집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감히 단언컨대 ‘환장’할 영상입니다. 전 세계의 저주받은 물건들을 수집하는 남성분이 나오는 영상인데, 그 영역이 어마어마합니다. 인형, 가면, 제사 도구, 돌, 액세서리 등등 종류를 가리지 않죠. 작은 집의 가장 큰 방을 내어줘도 저주받은 물건들로 공간이 부족할 정도입니다. 영상에서는 집에 있는 물건들을 한두 개씩 소개하면서 그 물건에 얽힌 사연 등을 상세히 설명해줍니다. 수집가가 설명하는 물건은 아프리카 어느 부족이 제사를 지낼 때 쓰는 물건이나 누군가가 나쁜 마음을 먹고 타인을 저주하는 인형, 일본의 어느 낡은 가옥을 부수던 공사장에서 발견된 가면 등 정말 다양한데요. 특히 그 가면은 본인이 집으로 가지고 온 순간부터 온몸이 아프거나 이상한 꿈을 꾸는 등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상황을 만들어냈다고도 해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은 저처럼 ‘과학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세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있다고 믿어요.
by. 그나
나폴리탄 괴담을 아시나요?
나폴리탄 괴담은 일본의 한 사이트에서 시작된 종류의 괴담으로, 어떤 존재를 미스터리하게 묘사하지만 뚜렷한 설명은 없이 독자의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괴담입니다. 규칙을 통한 간접적인 묘사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죠.
불쾌하거나 징그럽거나 저주받는 기분이 드는 건 아니면서도 곱씹어 생각할수록 무서운 종류의 이야기들이라 저는 아주 좋아합니다. 이런 나폴리탄 괴담이 인기를 끌면서 비슷한 종류의 이야기들이 한국의 사이트들에서도 많이 창작되었는데요, 그중 제일 재미있다고 생각한 괴담을 소개해드립니다!
포스타입이라는 플랫폼에 연재된 〈괴이현상 실종자수색연합〉 시리즈입니다.
설정을 설명드리자면, ‘괴이’라는 초자연적 존재에게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들 중 일부가 괴이현상 실종자수색연합의 대원으로 활동하게 되는데, 그 대원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링크의 글들입니다.
분량은 짧지 않고, 대원들이 추가한 내용이나 사담 등이 다수 추가되어 있으며 현재까지는 웹으로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괴담을 좋아하신다면 꼭 읽어보시길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한 줄 한 줄 읽어내려갈 때마다 기괴하고 생생하게 그려지는 미지의 세계, 그리고 캐릭터들의 심리와 관계성이 일품입니다.
이 글의 또다른 매력은 각 캐릭터에게 뚜렷한 배경이 있다는 점입니다. 많은 나폴리탄 괴담이 1인칭이고 캐릭터보다는 설정에 조금 더 무게를 둔 것과 달리, 〈괴이현상 실종자수색연합〉에서는 캐릭터 하나하나에게 사연과 목표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을 찾기 위해 죽음을 불사하고 위험에 뛰어드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간직한 뒷이야기에서 진한 감동이 몰려와 괴담의 장르적 재미와는 다른 즐거움을 줍니다.
“그럼에도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본 연합에 가입하셨다는 것은, 귀하 역시도 연합의 다른 일원들과 마찬가지로 소중한 사람을 괴이에게 잃었기 때문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_〈괴이현상 실종자수색연합〉 서문에서
나폴리탄 괴담의 서늘한 장르적 재미와 휴먼 드라마의 진한 감동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좋은 글입니다.
이 작품으로 나폴리탄 괴담을 접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by. 일립
생과 사라는 미스터리
몇 년 전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의 흥행을 기억한다. 그간 한국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캐릭터들의 등장과 소름 돋도록 현실적으로 묘사된 한국사회의 내밀한 풍경까지. 특히 나는 서울 주변 소도시에 사는 주인공 삼 남매의 서울 출퇴근기를 무척 좋아했다. 뼈아플 정도로 날카로운 현실 풍광이 모니터 안에서 펼쳐지면 웃기기도, 슬프기도, 또 소름이 돋기도 한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마지막 회 즈음 주인공 염미정의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나서다.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누군가의 인생도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무서웠지만, 어머니의 유골함을 집에 모시고 난 후 주변 인물의 질문은 더 섬뜩했다. “어머니의 유골함을 집에 두다니 무섭지 않아?” 그때 염미정 가족들이 짓던 멍한 표정은 그 장면을 바라보는 내 표정과 다르지 않았다. 나는 그 질문이 너무 무서웠다.
꿈에서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만났을 때 나는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늘 허리가 굽어 있었던 외할머니는 어찌 된 영문인지 꿈속에선 꼿꼿했다. 생전엔 본 적 없는 모습이었지만 난 단번에 그녀를 알아봤다. 꿈속의 외할머니는 하늘빛 한복을 입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문밖에 서 있던 외할머니. 나는 있는 힘껏 외할머니를 불렀지만 무슨 일인지 할머니는 미동도 없었다. “할머니, 나야! 문 좀 열어줘!” 그렇게 몇 번을 소리를 지르다 꿈에서 깼다. 평소 내가 꿔본 적 없는 기이한 꿈이었고, 이상할 정도로 생생했다.
아침밥을 먹으며 엄마에게 꿈에서 외할머니를 봤다고 말하자 엄마의 첫마디는 이랬다. “혹시 하늘색 한복을 입고 계시던?” 그때 나는 왈칵 울었던 것 같다. 정말 외할머니를 만났다는 안도감과 신기함이 뒤섞였다. 알고 보니 엄마의 꿈에서도 늘 외할머니는 그 색깔의 한복을 입는다고 한다. 생전 외할머니와 엄마가 했던 약속, “만약 죽어서 꿈에 찾아온다면 꼭 예쁜 옷을 입고 와달라”는 그 약속을, 할머니는 기억하고 있는 걸까?
난 그날 이후 삶과 죽음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게 됐다. 생과 사가 완전히 분리된 것은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 느꼈다. 미스터리로 가득한 삶에서 이런 작은 소망 하나는 얼마나 귀중한지……. 비록 소중한 사람이 여기에 없다 할지라도 완전히 단절되어 있지는 않다고 믿어보고 싶어졌다. 이건 내게 무섭지 않은 이야기다.
by. 지지
모르는 사람들의 노크소리는 무.섭.다.
장류진 작가의 단편 「새벽의 방문자들」을 읽었을 때, 내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아마도 그렇게 생각한 여성들이 저만은 아니었을 텐데요. 전 귀신 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탕탕탕: 이런 말을 하고 나면 귀신을 만날 수 있으니 우선 책상을 세 번 치며 액막이를 하고…… 엉?) 그렇게 생각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하나는 언젠가 읽은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만화 때문이었어요(혹시 떠오르는 만화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그 만화의 주인공은 어릴 때부터 몸이 허약했어요. 자주 악몽을 꾸고 헛것이 보였죠.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사라지지 않는 악몽과 헛것들에 지칠 무렵, 그 모든 것이 정신적인 문제였다는 걸 알게 돼요. 심신이 미약하다는 말 아시죠? 그 말처럼 몸이 약하면 정신도 약해져서 악몽을 꾸고 어쩌고저쩌고……. 그때 모든 것은 본인이 생각하기 나름이란 걸 알았어요. 그래서 귀신이 떠오르면 이내 웃어버립니다. 그럼 사라져요. (진짜!) 두번째 이유는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신 후였어요. 귀신이나 유령이 있다면 우리 부모님도 한 번쯤은 내 앞에 나타나실 거라 믿었는데 꿈에서도 안 보이시더라고요. 그래서 깨달았죠. 돌아가시면 그냥 무(無), 아무것도 아닌 무의 상태가 되는 것이라는 걸요. 그런고로, 귀신은 없다!
그런 제가 무서움을 느낄 때는 항상 ‘사람’ 때문입니다. 특히 장류진 작가의 소설에 나오듯 낮밤 상관없이 모르는 사람이 누르는 초인종이나 노크소리가 제일 무서워요. 처음에는 대답을 해주다가 언젠가부터 없는 척하고 사는데요. 「새벽의 방문자들」처럼 딱 저런 일이 제게도 있었기 때문이에요. 한동안 한밤중에 초인종을 누르거나 노크를 하는 남자들이 있었어요. 처음엔 누구냐고 묻기도 하고, 호수를 잘못 안 것 같다고 대꾸도 해주었지만 몇 번 반복하다보니 은근히 무서워지는 거예요. 갑자기 문을 잡아당기면 어쩌지? 계속 저렇게 초인종을 누르거나 노크를 해대면? 다행이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일은 사라졌지만, 이후로 모르는 사람의 방문이나 연락 없이 오는 친구들은 절대 사절! 아마도 혼자 사는 세상의 모든 여성들이 저와 비슷할 거예요. 그러니 누군가의 집에 방문할 때는 항상 연락 먼저 하는 일, 잊지 마세요.
by. 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