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터리하고 오싹한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여름이 오면 그 친구가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게 되는데요, 친구가 읽은 책의 줄거리를 들려줄 때는 귀를 바짝 기울이게 됩니다. 책 이야기를 어찌나 재미있게 하는지, 듣다보면 결말이 궁금해서 책을 구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죠. 친구는 특히 엘릭시르에서 나오는 미스터리 책장을 좋아하는데, 그 시리즈가 나왔을 때 별로 관심이 없던 저는 친구 덕분에 책을 읽게 되었고, 결국 미스터리 책장 시리즈를 모으게 됐어요. 셜리 잭슨의 『제비뽑기』, 다카기 아키미쓰 『유괴』, 마거릿 밀러의 『엿듣는 벽』 같은 책부터 교고쿠 나츠히코의 『우부메의 여름』, 미쓰다 신조의 『우중괴담』,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 같은 일본 공포소설도 친구의 추천으로 모두 읽게 되었죠.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처럼, 그의 추천은 무조건 믿고 따르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우리가 여름에 미스터리나 공포소설을 읽는 이유는 뭘까요?
여름밤은 길고 더워서 쉽게 잠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무더위에 지쳤을 때 미스터리 공포 소설을 읽으면 심장이 뛰고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으니까요. 여름휴가를 떠나 여유로운 시간 속에서 읽는 가벼운 미스터리 공포 소설은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죠. 또 대부분 페이지터너 소설이라 몰입하다보면 더위에 신경쓸 틈도 생기지 않잖아요? 네, 모두 맞는 말입니다. 그래서 전 여름이 되면 미스터리 공포 소설부터 챙겨둡니다. 불면의 밤을 더욱 불면하게 만들고, 긴장감에 소름이 돋기보다는 나도 모르게 꽉 쥔 손에 땀부터 나게 만들지만, 무더운 여름밤에 읽는 미스터리한(!) 소설이야말로 여름의 별미가 아닐까요?
곧 올해의 장마를 보내고 한여름의 무더위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번 계절책장에서는 다양한 미스터리 공포 소설을 통해 여러분을 한층 더 오싹하고 스릴 넘치는 세계로 초대하려 합니다. 숨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현실에서 벗어나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할 것이고, 예측 불가능한 결말은 충격과 감동을 선사하겠죠. 어때요? 미지의 공포와 마주할 용기를 내보시겠어요? 눈앞의 진실을 파헤치고, 숨겨진 비밀을 밝혀내며, 섬뜩한 순간을 함께 경험해볼까요?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 (조이스 캐럴 오츠 외, 현대문학, 2015)
-잔혹동화 속 오싹한 이야기들
“(…) 왜냐하면 가장 경이로운 세계가 동화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동화는 폭력적이다. 동화에는 상실이 있다. 살인, 근친상간, 굶주림, 부패가 있다. 이 모든 것이 이야기 속에 출몰하고, 우리의 뇌리에 머문다. 동화의 세계는 현실 세계이다. 동화의 세계에 들어 있는 주문은 거짓된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기도이다.”_머리말에서
우리가 알던 그 동화가 진짜 이야기가 아니었다니! 잔혹동화를 알게 된 것은 그림 형제를 통해서였어요. 그동안 알고 있던 「백설공주」의 이야기가 사실은 살인, 학대 그리고 질투를 다룬 끔찍한 소설이라거나, 「헨젤과 그레텔」 역시 과자로 만든 집의 환상을 심어주는 동화가 아니라 잔혹한 이야기라는 것을 말이죠.
여기 원작 동화에 현대 작가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이야기를 더하거나 보다 흥미롭게 표현한 작품을 모은 책이 있습니다. 조이스 캐럴 오츠를 비롯하여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 존 업다이크 등 영미권의 영향력 있는 작가 41명이 앤솔러지 형식으로 고전동화를 현대적인 시각에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러시아 민담 속 「바바 야가 이야기」를 시작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림 형제의 「노간주나무」 「헨젤과 그레텔」 같은 동화가 있고,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눈의 여왕」, 조셉 제이콥스의 「잭과 콩나무」, 괴테의 「마왕」, 샤를 페로의 「신데렐라」와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까지 다양한 동화와 소설이 새롭게 쓰였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앨리사 너팅이 쓴 「오빠와 새」(그림 형제, 「노간주나무」)입니다. 원작과 조금 다르지만 뼈대는 같습니다. 이 책의 제목처럼 엄마가 오빠를 죽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빠는 오빠를 먹죠. 엄마가 저지른 끔찍한 짓도 무섭지만, 아들이 사라졌는데도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무지한 아빠의 행동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동화에서는 아무것도 몰랐다는 이유로 두번째 기회를 주는 일이 흔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그 기회가 아이들의 삶에서 아버지와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결론은 아니라는 것을 믿고 싶어요.
여러분은 어떤 잔혹동화가 가장 잔인했을까요?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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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에드거 앨런 포, 문학동네, 2009)
-극한으로 치닫는 인간의 광기와 공포
아래로, 여전히 끊임없이, 여전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아래로! 나는 진자가 좌우로 왔다갔다 할 때마다 헐떡거리며 몸부림쳤다. 그것이 진동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중략) 기계의 힘이 조금만 약해져도 그 예리하고 번쩍이는 도끼가 여지없이 내 가슴팍에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나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것은, 나의 몸을 떨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희망이었다. 종교 재판소의 지하 감옥에 갇힌 사형수에게 속삭이는 그것의 정체는 바로 희망, 고문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희망이었다. _「나락과 진자」에서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를 알게 된 것은 앞서 말한 그 친구 덕분입니다. 길을 가다가 고양이만 보면 도망가기 바쁜 친구에게 이유를 물으니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 때문이라고 말했죠. 그때만 해도 제게 에드거 앨런 포는 「애너벨 리」라는 아름다운 시를 쓴 시인이었기에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기회가 되면 읽어볼게”라고 말하고 못 읽고 있다가, 이 책이 나왔을 때 문득 그 친구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이 책에는 「검은 고양이」 외에도 「나락과 진자」 「때 이른 매장」까지 총 3편의 짧은 소설이 실려 있어요.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시리즈답게 으스스한 일러스트가 포함되어 있죠. 「검은 고양이」가 얼마나 무서웠기에 친구가 보기만 해도 치를 떠는지 궁금해서 가장 먼저 읽어봤지요. 그런데 아아, 에드거 앨런 포! 읽고 나니 그가 최고의 공포소설 작가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말이죠, 무서워해야 할 것은 고양이가 아니라 인간이지 않을까요? 이 소설은 인간 내면에 잠재한 어둠과 죄의식, 광기가 만들어낸 섬뜩한 이야기였거든요. 고양이가 무섭다기보다는……. 친구에게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본 것도 같은데, 답이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아닌 것 같아요. 이번에 만나면 고양이가 무서운지, 인간이 무서운지 꼭 물어봐야겠어요. 아마도 친구가 어렸을 때 읽은 이야기라 고양이가 무섭다고 했겠지만, 이제 시간도 흐르고 나이도 들었으니 고양이보다는 인간이 더 무서운 존재라는 걸 알게 되지 않았을까요?
이 책에서 저는 「나락과 진자」가 훨씬 무서웠습니다. 종교 재판소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어두운 감옥에 갇힌 주인공의 심리와 지하 감옥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숨막히는 공포를 만들어냈습니다. 읽는 내내 긴장감과 두려움으로 조마조마했어요. 금방이라도 우물 속으로 빠져버릴 것 같고, 조금씩 내려오는 진자에 절단당할 것 같은 극단의 공포가 읽는 저에게도 전해졌거든요. 그러니 수많은 문학 작가에게 영향을 준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무더위에 짜증이 날 때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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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4분 뒤』 (스티븐 킹, 엘릭시르, 2018)
-공포 호러의 세계로 나를 인도한 스티븐 킹
“왜 그런 식으로 말을 해?” 에이미가 물었다.
“나는 원래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데?” 그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미시시피에서는 다들 이런 식으로 말을 하지.”
“모트, 그만해!”
“내가 한 말 못 알아들었나?” 그가 물었다. “귀가 먹은 건 아니지? 그는 죽었어. 자살했다고.”
“그만해, 모트.” 그녀는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무섭잖아. 싫어,”
“괜찮아.” 그가 뒷짐을 풀었다. 책상 맨 위 서랍에서 꺼낸 가위가 한쪽 손에 들려 있었다. 그가 가위를 든 손을 들었다. 태양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가 가위를 벌렸다가 오므리자 날이 불가사리 모양으로 반짝였다. “조금 있으면 무서운 게 사라질 테니까.” 그는 에이미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_「자정 2분 뒤 : 비밀의 창, 비밀의 화원」 중에서
처음으로 책을 읽으며 무섭다고 느낀 때는 언제인가요? 저는 어릴 때부터 무서운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어요. 한국의 모든 고전(!) 귀신이 등장하는 〈전설의 고향〉을 자주 봤는데, 매주 방영 시간이 되면 TV 앞에 앉아 “내 다리 내놔” 하며 한쪽 다리로 달려오는 귀신이나 밤마다 하얀 소복을 입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나타나는 영혼들을 보면서 무섭다기보다는 짠하다는 느낌을 받았죠. 그런 제게 진짜 무서운 게 뭔지를 알려준 작가가 바로 스티븐 킹이에요.
스티븐 킹의 소설에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인물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들은 우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삶을 살아가죠. 주위를 둘러보면 비슷한 사람이 한둘은 있는 그런 인물입니다. 광신도 엄마로 인해 학교에서도 왕따를 당하던 캐리(『캐리』), 인기 소설가를 광적으로 좋아한 나머지 납치 감금을 하는 여인 애니(『미저리』), 어린 아들과 함께 아내를 살해하고 처절하게 몰락하는 ‘나’(「1922」) 등은 실제로는 뒤틀린 인물들이지만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런 삶 속에서 느끼는 공포는 ‘어쩌면 나도?’ 같은 상상을 하게 만들기에 더욱 오싹해지죠.
스티븐 킹이 쓴 많은 단편 중에서 최근에 읽은 작품은 『자정 4분 뒤』에 수록된 「자정 2분 뒤: 비밀의 창, 비밀의 화원」이었어요. 반전의 묘미가 있는 심리 스릴러 공포물입니다.
인기 소설가인 모턴 레이니는 최근에 아내와 이혼한 뒤 메인주의 외딴 호숫가 별장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 어느 날, 정체불명의 농부 존 슈터가 찾아와 그가 자신의 소설을 표절했다고 주장합니다. 처음에는 무시했지만, 농부의 위협이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고 표절이 아니라는 증거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죠. 하지만 증거 제시는 순조롭지 않았고, 결국에는……. 작가의 창작과 표절이라는 복잡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심리적 공포 요소를 통해 긴장감을 유지한 소설이었는데요, 스티븐 킹의 소설은 직접 읽어보셔야 합니다. 그 섬세한 묘사와 소름 끼치는 문장들, 책을 읽다가 왠지 고개를 들기도 꺼려지는 은근한 공포가 스며들거든요.
여름에 미스터리 공포 소설을 찾게 되면 가장 먼저 챙겨두는 작품이 스티븐 킹의 소설입니다. 어떤 책을 펼쳐도 실망시키는 법이 없고 여전히 읽을 작품이 많다는 것이 열혈 독자로서는 행운이랄까요. 이 무더운 여름에 읽을 단 한 권의 책을 아직도 구하지 못했다면 스티븐 킹의 소설을 추천합니다. 소설이 힘들다면 많은 작품이 영화나 드라마로도 제작되었으니 찾아보고 책을 읽는 것도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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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산가옥의 유령 (조예은, 현대문학, 2024)
-기묘하고 비밀스러운 유령의 진실
“끼익, 문틈이 벌어지는 소리가 났다. 지금은 바람이 불지 않는다. 작은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저항할 수 없는 어떤 힘에 이끌려 활짝 열린 별채의 안쪽을 응시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퀭한 두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적산가옥’이란 1945년 패망한 일본인의 재산 중 주택을 의미하며, ‘적산’은 적의 재산이라는 뜻입니다. 이 단어를 듣고 제가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올린 곳은 군산 여행 중에 보았던 일본풍 가옥이었습니다. 그 집은 일본 여행 중에 머물렀던 일본 주택과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왠지 설명하기 어려운 섬뜩함을 느꼈습니다. 조금 어이없지만, 아마도 제가 일본소설 중 괴담 시리즈를 유독 많이 읽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조예은 작가의 신작은 그 적산가옥을 배경으로 합니다. 제목부터 오싹하고 소름 끼치지만 이미 유령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제하에 읽게 되니 시작부터 짐작이 가능해요. 구십을 넘긴 외증조모와 관련이 있을 테고, 유령은 당연히 그곳에 살았던 일본인일 거라는 것 말이죠. 역시 그랬습니다. 그런데 스토리 구조가 재밌습니다. 외증조모는 죽으면서 손녀에게 적산가옥을 유산으로 남깁니다. 손녀는 그 집을 개조해서 살기 위해 적산가옥에 들어가죠. 그날부터 매일 누군가가 눈에 보입니다. 그리고 꿈을 꿉니다. 꿈속에서 그녀는 외증조모가 되어 적산가옥에 살던 그 시절을 경험하면서 그 시대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따라갑니다. 그리고 지금 그녀 앞에 나타나는 저 유령은 누구이며 왜 그녀의 눈에만 보이는지 알게 되죠. 그 끔찍한 진실을.
이 소설을 읽으며 처음부터 궁금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별채! 비밀스러운 공간,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여러 가지 상상을 다 해봤는데요, 다 읽고 난 지금, 조예은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했어요. 한데 이렇게 다 보여주고 나면 마무리를 어떻게 하려는 걸까 걱정이 되었는데, 기승전결이 완벽한 스토리였어요. 그러니 이번 여름은 적산가옥으로 여행을 한번 다녀와도 좋겠습니다. 아마 시원해질 겁니다, 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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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하고 오싹한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여름이 오면 그 친구가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게 되는데요, 친구가 읽은 책의 줄거리를 들려줄 때는 귀를 바짝 기울이게 됩니다. 책 이야기를 어찌나 재미있게 하는지, 듣다보면 결말이 궁금해서 책을 구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죠. 친구는 특히 엘릭시르에서 나오는 미스터리 책장을 좋아하는데, 그 시리즈가 나왔을 때 별로 관심이 없던 저는 친구 덕분에 책을 읽게 되었고, 결국 미스터리 책장 시리즈를 모으게 됐어요. 셜리 잭슨의 『제비뽑기』, 다카기 아키미쓰 『유괴』, 마거릿 밀러의 『엿듣는 벽』 같은 책부터 교고쿠 나츠히코의 『우부메의 여름』, 미쓰다 신조의 『우중괴담』,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 같은 일본 공포소설도 친구의 추천으로 모두 읽게 되었죠.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처럼, 그의 추천은 무조건 믿고 따르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우리가 여름에 미스터리나 공포소설을 읽는 이유는 뭘까요?
여름밤은 길고 더워서 쉽게 잠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무더위에 지쳤을 때 미스터리 공포 소설을 읽으면 심장이 뛰고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으니까요. 여름휴가를 떠나 여유로운 시간 속에서 읽는 가벼운 미스터리 공포 소설은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죠. 또 대부분 페이지터너 소설이라 몰입하다보면 더위에 신경쓸 틈도 생기지 않잖아요? 네, 모두 맞는 말입니다. 그래서 전 여름이 되면 미스터리 공포 소설부터 챙겨둡니다. 불면의 밤을 더욱 불면하게 만들고, 긴장감에 소름이 돋기보다는 나도 모르게 꽉 쥔 손에 땀부터 나게 만들지만, 무더운 여름밤에 읽는 미스터리한(!) 소설이야말로 여름의 별미가 아닐까요?
곧 올해의 장마를 보내고 한여름의 무더위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번 계절책장에서는 다양한 미스터리 공포 소설을 통해 여러분을 한층 더 오싹하고 스릴 넘치는 세계로 초대하려 합니다. 숨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현실에서 벗어나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할 것이고, 예측 불가능한 결말은 충격과 감동을 선사하겠죠. 어때요? 미지의 공포와 마주할 용기를 내보시겠어요? 눈앞의 진실을 파헤치고, 숨겨진 비밀을 밝혀내며, 섬뜩한 순간을 함께 경험해볼까요?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 (조이스 캐럴 오츠 외, 현대문학, 2015)
-잔혹동화 속 오싹한 이야기들
“(…) 왜냐하면 가장 경이로운 세계가 동화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동화는 폭력적이다. 동화에는 상실이 있다. 살인, 근친상간, 굶주림, 부패가 있다. 이 모든 것이 이야기 속에 출몰하고, 우리의 뇌리에 머문다. 동화의 세계는 현실 세계이다. 동화의 세계에 들어 있는 주문은 거짓된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기도이다.”_머리말에서
우리가 알던 그 동화가 진짜 이야기가 아니었다니! 잔혹동화를 알게 된 것은 그림 형제를 통해서였어요. 그동안 알고 있던 「백설공주」의 이야기가 사실은 살인, 학대 그리고 질투를 다룬 끔찍한 소설이라거나, 「헨젤과 그레텔」 역시 과자로 만든 집의 환상을 심어주는 동화가 아니라 잔혹한 이야기라는 것을 말이죠.
여기 원작 동화에 현대 작가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이야기를 더하거나 보다 흥미롭게 표현한 작품을 모은 책이 있습니다. 조이스 캐럴 오츠를 비롯하여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 존 업다이크 등 영미권의 영향력 있는 작가 41명이 앤솔러지 형식으로 고전동화를 현대적인 시각에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러시아 민담 속 「바바 야가 이야기」를 시작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림 형제의 「노간주나무」 「헨젤과 그레텔」 같은 동화가 있고,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눈의 여왕」, 조셉 제이콥스의 「잭과 콩나무」, 괴테의 「마왕」, 샤를 페로의 「신데렐라」와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까지 다양한 동화와 소설이 새롭게 쓰였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앨리사 너팅이 쓴 「오빠와 새」(그림 형제, 「노간주나무」)입니다. 원작과 조금 다르지만 뼈대는 같습니다. 이 책의 제목처럼 엄마가 오빠를 죽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빠는 오빠를 먹죠. 엄마가 저지른 끔찍한 짓도 무섭지만, 아들이 사라졌는데도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무지한 아빠의 행동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동화에서는 아무것도 몰랐다는 이유로 두번째 기회를 주는 일이 흔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그 기회가 아이들의 삶에서 아버지와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결론은 아니라는 것을 믿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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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에드거 앨런 포, 문학동네, 2009)
-극한으로 치닫는 인간의 광기와 공포
아래로, 여전히 끊임없이, 여전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아래로! 나는 진자가 좌우로 왔다갔다 할 때마다 헐떡거리며 몸부림쳤다. 그것이 진동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중략) 기계의 힘이 조금만 약해져도 그 예리하고 번쩍이는 도끼가 여지없이 내 가슴팍에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나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것은, 나의 몸을 떨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희망이었다. 종교 재판소의 지하 감옥에 갇힌 사형수에게 속삭이는 그것의 정체는 바로 희망, 고문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희망이었다. _「나락과 진자」에서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를 알게 된 것은 앞서 말한 그 친구 덕분입니다. 길을 가다가 고양이만 보면 도망가기 바쁜 친구에게 이유를 물으니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 때문이라고 말했죠. 그때만 해도 제게 에드거 앨런 포는 「애너벨 리」라는 아름다운 시를 쓴 시인이었기에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기회가 되면 읽어볼게”라고 말하고 못 읽고 있다가, 이 책이 나왔을 때 문득 그 친구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이 책에는 「검은 고양이」 외에도 「나락과 진자」 「때 이른 매장」까지 총 3편의 짧은 소설이 실려 있어요.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시리즈답게 으스스한 일러스트가 포함되어 있죠. 「검은 고양이」가 얼마나 무서웠기에 친구가 보기만 해도 치를 떠는지 궁금해서 가장 먼저 읽어봤지요. 그런데 아아, 에드거 앨런 포! 읽고 나니 그가 최고의 공포소설 작가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말이죠, 무서워해야 할 것은 고양이가 아니라 인간이지 않을까요? 이 소설은 인간 내면에 잠재한 어둠과 죄의식, 광기가 만들어낸 섬뜩한 이야기였거든요. 고양이가 무섭다기보다는……. 친구에게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본 것도 같은데, 답이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아닌 것 같아요. 이번에 만나면 고양이가 무서운지, 인간이 무서운지 꼭 물어봐야겠어요. 아마도 친구가 어렸을 때 읽은 이야기라 고양이가 무섭다고 했겠지만, 이제 시간도 흐르고 나이도 들었으니 고양이보다는 인간이 더 무서운 존재라는 걸 알게 되지 않았을까요?
이 책에서 저는 「나락과 진자」가 훨씬 무서웠습니다. 종교 재판소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어두운 감옥에 갇힌 주인공의 심리와 지하 감옥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숨막히는 공포를 만들어냈습니다. 읽는 내내 긴장감과 두려움으로 조마조마했어요. 금방이라도 우물 속으로 빠져버릴 것 같고, 조금씩 내려오는 진자에 절단당할 것 같은 극단의 공포가 읽는 저에게도 전해졌거든요. 그러니 수많은 문학 작가에게 영향을 준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무더위에 짜증이 날 때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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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4분 뒤』 (스티븐 킹, 엘릭시르, 2018)
-공포 호러의 세계로 나를 인도한 스티븐 킹
“왜 그런 식으로 말을 해?” 에이미가 물었다.
“나는 원래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데?” 그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미시시피에서는 다들 이런 식으로 말을 하지.”
“모트, 그만해!”
“내가 한 말 못 알아들었나?” 그가 물었다. “귀가 먹은 건 아니지? 그는 죽었어. 자살했다고.”
“그만해, 모트.” 그녀는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무섭잖아. 싫어,”
“괜찮아.” 그가 뒷짐을 풀었다. 책상 맨 위 서랍에서 꺼낸 가위가 한쪽 손에 들려 있었다. 그가 가위를 든 손을 들었다. 태양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가 가위를 벌렸다가 오므리자 날이 불가사리 모양으로 반짝였다. “조금 있으면 무서운 게 사라질 테니까.” 그는 에이미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_「자정 2분 뒤 : 비밀의 창, 비밀의 화원」 중에서
처음으로 책을 읽으며 무섭다고 느낀 때는 언제인가요? 저는 어릴 때부터 무서운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어요. 한국의 모든 고전(!) 귀신이 등장하는 〈전설의 고향〉을 자주 봤는데, 매주 방영 시간이 되면 TV 앞에 앉아 “내 다리 내놔” 하며 한쪽 다리로 달려오는 귀신이나 밤마다 하얀 소복을 입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나타나는 영혼들을 보면서 무섭다기보다는 짠하다는 느낌을 받았죠. 그런 제게 진짜 무서운 게 뭔지를 알려준 작가가 바로 스티븐 킹이에요.
스티븐 킹의 소설에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인물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들은 우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삶을 살아가죠. 주위를 둘러보면 비슷한 사람이 한둘은 있는 그런 인물입니다. 광신도 엄마로 인해 학교에서도 왕따를 당하던 캐리(『캐리』), 인기 소설가를 광적으로 좋아한 나머지 납치 감금을 하는 여인 애니(『미저리』), 어린 아들과 함께 아내를 살해하고 처절하게 몰락하는 ‘나’(「1922」) 등은 실제로는 뒤틀린 인물들이지만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런 삶 속에서 느끼는 공포는 ‘어쩌면 나도?’ 같은 상상을 하게 만들기에 더욱 오싹해지죠.
스티븐 킹이 쓴 많은 단편 중에서 최근에 읽은 작품은 『자정 4분 뒤』에 수록된 「자정 2분 뒤: 비밀의 창, 비밀의 화원」이었어요. 반전의 묘미가 있는 심리 스릴러 공포물입니다.
인기 소설가인 모턴 레이니는 최근에 아내와 이혼한 뒤 메인주의 외딴 호숫가 별장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 어느 날, 정체불명의 농부 존 슈터가 찾아와 그가 자신의 소설을 표절했다고 주장합니다. 처음에는 무시했지만, 농부의 위협이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고 표절이 아니라는 증거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죠. 하지만 증거 제시는 순조롭지 않았고, 결국에는……. 작가의 창작과 표절이라는 복잡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심리적 공포 요소를 통해 긴장감을 유지한 소설이었는데요, 스티븐 킹의 소설은 직접 읽어보셔야 합니다. 그 섬세한 묘사와 소름 끼치는 문장들, 책을 읽다가 왠지 고개를 들기도 꺼려지는 은근한 공포가 스며들거든요.
여름에 미스터리 공포 소설을 찾게 되면 가장 먼저 챙겨두는 작품이 스티븐 킹의 소설입니다. 어떤 책을 펼쳐도 실망시키는 법이 없고 여전히 읽을 작품이 많다는 것이 열혈 독자로서는 행운이랄까요. 이 무더운 여름에 읽을 단 한 권의 책을 아직도 구하지 못했다면 스티븐 킹의 소설을 추천합니다. 소설이 힘들다면 많은 작품이 영화나 드라마로도 제작되었으니 찾아보고 책을 읽는 것도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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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산가옥의 유령 (조예은, 현대문학, 2024)
-기묘하고 비밀스러운 유령의 진실
“끼익, 문틈이 벌어지는 소리가 났다. 지금은 바람이 불지 않는다. 작은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저항할 수 없는 어떤 힘에 이끌려 활짝 열린 별채의 안쪽을 응시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퀭한 두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적산가옥’이란 1945년 패망한 일본인의 재산 중 주택을 의미하며, ‘적산’은 적의 재산이라는 뜻입니다. 이 단어를 듣고 제가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올린 곳은 군산 여행 중에 보았던 일본풍 가옥이었습니다. 그 집은 일본 여행 중에 머물렀던 일본 주택과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왠지 설명하기 어려운 섬뜩함을 느꼈습니다. 조금 어이없지만, 아마도 제가 일본소설 중 괴담 시리즈를 유독 많이 읽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조예은 작가의 신작은 그 적산가옥을 배경으로 합니다. 제목부터 오싹하고 소름 끼치지만 이미 유령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제하에 읽게 되니 시작부터 짐작이 가능해요. 구십을 넘긴 외증조모와 관련이 있을 테고, 유령은 당연히 그곳에 살았던 일본인일 거라는 것 말이죠. 역시 그랬습니다. 그런데 스토리 구조가 재밌습니다. 외증조모는 죽으면서 손녀에게 적산가옥을 유산으로 남깁니다. 손녀는 그 집을 개조해서 살기 위해 적산가옥에 들어가죠. 그날부터 매일 누군가가 눈에 보입니다. 그리고 꿈을 꿉니다. 꿈속에서 그녀는 외증조모가 되어 적산가옥에 살던 그 시절을 경험하면서 그 시대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따라갑니다. 그리고 지금 그녀 앞에 나타나는 저 유령은 누구이며 왜 그녀의 눈에만 보이는지 알게 되죠. 그 끔찍한 진실을.
이 소설을 읽으며 처음부터 궁금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별채! 비밀스러운 공간,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여러 가지 상상을 다 해봤는데요, 다 읽고 난 지금, 조예은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했어요. 한데 이렇게 다 보여주고 나면 마무리를 어떻게 하려는 걸까 걱정이 되었는데, 기승전결이 완벽한 스토리였어요. 그러니 이번 여름은 적산가옥으로 여행을 한번 다녀와도 좋겠습니다. 아마 시원해질 겁니다, 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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