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Editor’s Daily Routine : 에디터의 매일

에디터들은 이번 호를 준비하며 일상적인 것들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매일매일 보는 옆자리 동료가, 조금은 시시해 보이는 일상이 모두 얼마나 값진지에 대해 말이죠. 문득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별일 없이 산다’가 떠오릅니다. ‘니가 들으면 십중팔구 불쾌해질 얘기가 바로 내가 별일 없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라는 내용의 노래입니다.

‘별일 없음’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에디터 4인의 일상을 들여다봤습니다. 출근 전 향수를 고르고 뿌리는 약 30초의 소중함을, 두 반려동물에게 아침밥을 내어주는 기쁨을, 자기 전 책을 꺼내 읽는 안락함을 말이죠.

에디터들의 데일리 루틴에서 여러분도 자신만의 소중함을 떠올리길 바라봅니다. 

by. 지지

 

에디터 지지는 자기 전 책을 읽는다.

af20ad185a99d.jpg일 년 일 년 나이를 먹어갈수록 좋은 것이 있다면 바로 스스로에 대해 조금 더 분명히 알게된다는 점 같습니다. 나의 취향과 선호에 대해, 내가 어떤 순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 그래서 나의 장점과 단점을 보완하는 일들에 대해 조금은 익숙해진달까요. 성장이란 어떻게 해야 내가 편안해지는지를 터득해나가는 일 같아요.

직장생활의 고단함도 그저 익숙해져 이제 그러려니 상태가 되어버린 저의 하루와 일주일은 다른 사람이 보면 심심할 정도로 규칙적입니다. 일주일에 두 번 운동, 일주일에 한 번은 일본어 공부, 주말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식사. 나인 투 식스 일을 하고 나면 내게 주어지는 시간은 무척 짧기에 최대한 알차게 사용해보려 하고 있어요.

시간이 늘 모자란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하다 요즘은 쇼츠 시청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중독에 가까울 만큼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편인데, 단 몇 초짜리 쇼츠를 몇 백 개(?)쯤 보고 나면 시간이 훌쩍 지나 있는 걸 발견했거든요. 그래서 최근엔 자기 전 반드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책을 읽습니다. 며칠 전에 본 쇼츠는 기억 안 나지만, 자기 전 읽은 책의 인상 깊은 한 구절은 며칠 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더라고요.

어젯밤에는 안그람 작가의 단편 만화집 『토마토, 나이프 그리고 입맞춤』을 읽었습니다. 첫 단편을 읽으면서 혼자 헉 하고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는데요. 짧은 탄식일 수도, 일종의 환희일 수도 있는 그런 순간이었습니다. 순간이 모여 하루가 되고 일 년이 되잖아요. 순간순간들을 전에 없던 꽉 찬 무언가로 채워보는 시도를 권해봅니다.

by. 지지

 

에디터 그나의 하루 시작과 끝은 ‘오도독오도독, 촙촙촙’이다.8e52d22911cc0.jpg

제가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제 곁에서 자고 있던 강아지 두 마리의 꼬리꼽터를 힘껏 받으며 사료 통으로 향하는 일입니다. 각자 다르게 생긴 밥그릇에 저마다의 양으로 사료를 채워주고 모두가 잠든 밤 사이 목을 축인 터라 메말라버린 물그릇에 신선한 물을 담아줍니다. 사료를 씹어 먹는 소리가 고요한 집을 채울 때쯤 저는 토마토를 믹서기에 넣어봅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토마토가 다 갈릴 때면 집안은 강아지들이 사료를 먹던 아까의 ‘오도독오도독’ 소리가 아닌, ‘촙촙촙’이라는 물 마시는 소리로 가득합니다. 두 마리의 아침식사가 오늘도 무사히 끝났다는 것이죠. 저는 매일 아침 그 풍경과 소리들을 마주합니다. 그리고 저녁을 마무리할 때 한번 더 마주하죠. 제 하루의 시작과 끝에는 ‘오도독오도독’ 그리고 ‘촙촙촙’이 늘 함께합니다.

by. 그나


에디터 롤러는 오늘도 산책을...821065a9be621.jpg

산책을 좋아합니다. 매일 밤 퇴근하고 돌아와 저녁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공원을 산책하는 일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루틴입니다. 이 동네로 이사와서 가장 좋은 일이기도 하고 이를 친구들에게 자랑하듯 말하기도 하지요. 공원에는 아주 긴 메타세쿼이아 나무 숲길이 있습니다. 아주 좋아하는 길입니다. 크게 둘러가는 길이다 보니 사람들이 잘 안 옵니다. 가끔은 혼자 그곳을 걸을 때도 있어요. 밤에는 조금 무섭기도 하지만 매일 이렇게 걷다보면 저절로 다이어트가 되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습니다. 굳이 운동을 할 필요가 없을 만큼 에너지 소비도 많은 편이죠. 매일 하는 산책에는 날씨가 상관없습니다. 요즘 같은 장마철에 하는 우중 산책은 또 얼마나 운치가 있게요.

친구들이 놀러 오면 공원 한 바퀴는 필수입니다. 걷기 싫어하는 친구를 끌고 산책 나가는 일은 재미있습니다. 친구는 투덜대지만 이내 즐거워하죠. 새소리도 들리고, 연꽃도 보고, 가끔 오리 가족도 만납니다. 아, 지난번엔 너구리 가족을 만난 적도 있어요. 주말 밤에는 분수 음악회도 열려요. 분수의 물줄기들이 각양각색의 조명에 따라 춤추는 광경은 정말 멋지거든요. 제가 들인 습관 중에 가장 잘한 일이 산책입니다. 그러니 매일의 루틴, 산책! 여러분도 꼭 해보세요!

…네, 저도 꼭 해보고 싶습니다. 공원 근처에 산 지 어언 이십여 년, 그 긴 시간 동안 산책을 습관으로 만들지 못해 꿈만 꾸고 있는 저는 게으른 걸까요? 아니요, 재미가 없습니다. 이상하게 혼자 걷는 일은 심심합니다. 혼자서 여행도 가고 밥도 먹고 영화도 보면서 혼자 산책은 정말 못합니다. 그러나 이런 페이커한(!) 글도 올리는 마당에 올여름을 시작으로 산책을 습관으로 만들어보고 싶군요. 다짐!

by. 롤러

 

에디터 일립은 매일 아침 향수를 뿌린다.1b8a9053b9c6e.jpg

여러분은 매일 지키는 습관, 혹은 신경써서 실행하는 루틴이 있으신가요?

제게는 매일 아침 뿌리는 향수가 습관이자 루틴입니다. 거의 대부분이 레몬-자몽-베르가못 등 시트러스를 베이스로 한 향수들인지라 뿌리고 나면 결과도 비슷하고 알아차리는 사람도 없는데다 향 특성상 지속력도 길지 않습니다만, 집을 나서기 직전 미묘한 차이 속에서 고민하는 30초는 제게 작은 사치이자 즐거움입니다. 각각의 브랜드마다 개성이 뚜렷한 유리병들을 들었다 놓으며 감각하는 물성도 마찬가지고요.

사실 원래 향수를 특별히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부모님이 잘 쓰지 않으셔서 접할 기회도 적었을 뿐더러 후각이 쉽게 지치는 편인 저는 지금도 달콤한 파우더 계열의 향을 맡으면 종종 멀미를 하곤 합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우연히 들어간 편집 숍에서 직원분의 추천에 따라 로에베의 ‘아이레 수틸레사(섬세한 공기)’를 시향한 날부터 향수를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름과 패키지와 향이 모두 어우러져 하나의 경험이 되는 순간을 접한 이후, 저는 크게 보면 비슷하지만 분명히 다른 향수들을 찾아 모으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즐거움이 생기는 순간이었죠!

〈계절공방〉을 통해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이 저처럼 우연한 기회에 만난 무언가를 새로 좋아하게 되길, 그리고 그것을 루틴으로 정립시키게 되길 조심스레 바라봅니다.

by. 일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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