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Editor’s Summer, 여름 준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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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률 - 『여름 안에서』


올해 여름 조짐이 심상치 않습니다. 그리스에서는 폭염에 산불까지 이어져 사망자가 발생하고 미국에서는 불볕더위로 기온이 40도까지 오르는 등 전 세계가 이상기온으로 들끓고 있어요. 제주에도 장마가 시작됐대요. 이제 곧 전국에 매일 비 소식이 전해지겠죠?

장마 후 이어질 푹푹 찌는 더위만 생각하면 여름은 정말이지 공포의 대상이지만, 여름밤에 먹는 아삭한 수박과 샤워 후 살결에 닿는 차가운 에어컨 바람처럼 오직 여름에만 경험할 수 있는 근사한 순간도 참 많아요. 그래서 무서우면서도 기다려지는 게 또 여름 아닐까요.

여러분은 이 여름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계절공방 에디터 5인에게 여름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방법을 물었습니다. 연례행사처럼 챙겨보는 드라마부터 이 계절을 오롯이 만끽하게 해줄 다양한 꿀 아이템까지. 에디터들의 노하우가 가득 담긴 이번 호를 절대 놓치지 마세요.

by. 지지

 


■ 일립’s 여름 준비물: 인센스 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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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퇴근 후 집에 오자마자 창문을 열어야 하는 계절입니다.

전기세를 무릅쓰고 에어컨을 틀기엔 애매한 날씨. 저절로 밤바람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요. 그럴 때 저는 창문을 여는 동시에 인센스 스틱 하나를 꺼냅니다. 불을 붙이고 후 불어 불꽃을 끈 다음, 남은 불씨에서 천천히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보며 집을 채우는 고요한 향기를 들이마십니다.

‘인센스 스틱’ 하면 대부분 사찰에서 혹은 제사상에 쓰는 향을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향조의 제품이 있습니다. 인도산이 가장 유명하지만 일본산도 종류가 다양하고, 국내산도 의외로 발군의 품질을 보여 여러 가지를 골라 피워보는 맛이 있답니다.

요새 제가 가장 자주 피우는 것은 HEM의 레인포레스트 향입니다. 답답하지 않은 은은한 향기가 시원하고, 또 가격도 착한 제품이죠! (공식 홈페이지 기준 20개입 한 통에 1,900원이니 개당 100원도 안 되는 셈입니다. 홈 프레그런스 제품군에서는 가장 저렴한 축에 속하지 않나 싶습니다.)

인센스뿐만 아니라 홀더를 구매하는 즐거움도 다양합니다. 전통적인 나무 홀더, 실용적인 세라믹 홀더, 세련된 메탈 홀더, 투명함이 예쁜 유리와 색색의 아크릴 홀더까지! 저는 이미 나무, 세라믹, 아크릴 이렇게 세 개를 가지고 있지만 요즘은 시원한 메탈 홀더를 탐내고 있답니다 :)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재가 안 떨어지도록 바닥이 넓은 모양, 그리고 물로 씻기 편한 재질이 실용적입니다. 참고하세요!

남은 여름은 아직도 길고 밤바람은 매일 밤 저희를 찾아올 예정입니다. 베란다 문을 열어야 하는 계절이 끝나기 전, 인센스 하나와 홀더 하나를 구매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by. 일립

 


■ 에일’s 여름 준비물: 수박을 먹으며 〈수박〉을 보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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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은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아침부터 끼쳐오는 더운 바람과 무섭게 내리쬐는 햇볕과 때 이른 장마 소식까지 말이죠. 아직 8월은 까마득한데, 이 계절을 어떻게 보낼지 벌써부터 걱정이 됩니다. 그럴 때면 저는 여름의 청량감을 드라마로 찾아다녀요. 2007년 한국을 강타한 〈커피프린스 1호점〉은 말할 것도 없이 모두의 여름 드라마일 겁니다. 그리고 90년대의 기무라 타쿠야 배우를 만날 수 있는 〈롱 베케이션〉은 또 얼마나 매력적이게요! (이 드라마를 보면 유독 촌스러운 와인 잔에 레드와인을 담아 마시고 싶어집니다.)

그렇게 올해는 어떤 드라마를 볼까 싶었는데, 얼마 전 새로운 드라마를 만났어요. 2003년 일본에서 방영한 〈수박〉이라는 드라마입니다. 부모님 집에 살던 34살의 성실한 신용금고 직원 ‘하야카와 모토코’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집을 나와 ‘해피니스 산챠’라는 하숙집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요. 이 ‘해피니스 산챠’에는 모토코를 포함해 총 4명의 여성이 거주합니다. 직업도 나이도 각각 다른 그들이 소소하고 일상적인 행복을, 때로는 엉뚱하고 기상천외한 일들을 함께 경험하며 성장해나가는 에피소드가 펼쳐집니다.

드라마 제목이 〈수박〉인 이유는 각자 저마다의 하루를 보내고 ‘해피니스 산챠’에 모여 수박을 나눠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장면이 에피소드마다 나오기 때문인 듯합니다. 이 장면은 제가 유독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해요. 그들이 수박을 먹으며 하루의 힘든 일, 설렜던 일들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소화하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여름은 생기발랄하고 역동적이지만 쉽게 지치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매일을 무리하지 않고 잘 보내고 싶다면, 수박 한 통과 이 드라마를 준비해보시길!

by. 에일

 


■ 그나’s 여름 준비물: 서머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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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산책을 좋아하는 저는 이 무렵마다 듣는 곡이 있습니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OST 중 하나인 수프얀 스티븐스의 ‘Visions of Gideon’입니다. 저희 집 앞에는 작은 숲길이 있는데요. 아직 해가 완전히 땅을 데우기 전인 이른 아침에 일어나 그 숲길로 향합니다. 그리고 저만의 여름 플리를 들으며 계속해서 걷습니다. 흙을 밟고 제 키보다 훨씬 높은 나무들을 천천히 올려다보며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저는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게 됩니다. 그 순간은 제게 이미 너무 완벽하거든요.

by. 그나

 


■ 지지’s 여름 준비물: 여름, 하면 떠오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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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라 하면 공포나 스릴러 영화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책은 어떠신가요? 여러분에게는 여름 하면 떠오르는 책이 있나요? 여름을 배경으로 한다든가, 여름마다 꺼내 읽는 책이나 장르도 좋아요.

저는 이상하게 여름이 되면 그렇게 ‘만화’가 땡겨요. 컬러풀한 색감이 돋보이는 그림들은 여름의 짙음과 청량함을 더하고,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는 재미있는 만화책들은 더위를 씻어 가는 듯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빠져들게 만드니까요.

오늘은 계절공방 지면을 빌려 최애 여름 만화들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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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닷마을 다이어리』 (요시다 아키미, 문학동네, 2021)

요시다 아키미의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빼놓고 여름 만화를 논할 수 없지요. 일본의 가마쿠라를 배경으로 한 네 자매의 이야기는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흥행할 만큼 재미와 작품성 모두 높은 평가를 받아왔어요. 저자 요시다 아키미는 아무래도 ‘여름’ 장인이 확실합니다. 각 권에 붙는 부제(‘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 ‘그날의 파란 하늘’ ‘남빛’……)조차 여름의 또다른 이름들 같거든요. (너무 아름다워!)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이미 봤다면 『러버스 키스』는 어떠세요? 자칭 이 만화의 전담 마케터로 불릴 만큼 저는 잊을 만하면 이 작품을 주변에 홍보하는데요.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세계관을 잇는 또다른 이야기에 가슴이 웅장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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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여름 안에서』 (성률, 문학동네, 2020)

‘때론 악몽처럼 느껴질 때도 있는 여름을 자꾸만 그리워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라는 작가의 말을 여러 번 곱씹게 되는 책입니다. 딱 그 한 줄이 어울리는 작품이거든요. 수채화가 가득 담긴 큰 판형의 이 책을 처음 만났던 여름이 생생히 기억납니다. 만화 속 풍경이나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이 왜 이미 보고 들어 알고 있는 것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는지 모르겠어요. 여러분들도 이 만화의 마법 같은 매력에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by. 지지

 

■ 롤러’s 여름 준비물: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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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중 가장 좋아하는 달이 언제냐고 물으면 저는 5월의 끝자락과 6월의 초반, 그리고 이어지는 여름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봄도 아니고 여름도 아닌 그사이, 긴팔을 벗기엔 아직 애매하고 반팔로만 다니기엔 조금 쌀쌀한 듯하지만 산책하기에는 딱 좋은 달. 살랑살랑 불어오는 기분좋은 바람과 아직 강렬해지기 전의 부드러운 햇살, 해질 무렵 건물을 물들이는 노을을 바라보며 마시는 맥주 한 잔의 여유. 하루살이도, 불빛을 향해 달려드는 나방도 없어 테라스에 앉아 맥주를 마시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

초여름이 시작되면 냉장고 음료 칸을 차지하던 탄산수를 밀어내고 여름이 끝날 때까지 세계 각국의 맥주들로 가득 채웁니다. 저는 라거를 가장 좋아하지만, 가끔은 과일 향이 좋은 에일맥주도 몇 병 넣어둡니다.

퇴근 후 지친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달래주는 맥주, 그리고 뜨거운 태양을 피해 저녁 산책을 마친 뒤 마시는 맥주 한 모금의 그 짜릿함. 상상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으신가요?

행복할 여름을 위해 건배!

반전. 올해는 유월 중순부터 폭염경보가 날아왔습니다. 아무래도 좋아하는 달을 앞당겨야겠어요. 이러다가 봄과 여름 사이는 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by. 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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