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사랑이며 겸손인, 책 -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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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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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모든 불행은 자기 방에 홀로 머물러 있지 못하는 데서 온다”라는 파스칼의 말을 신뢰하기에 용케도 나는 책을 읽습니다. 책은 나만의 방이고 책은 나 혼자이고 책은 내적 머무름이니 그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 나라는 걸 책이 확인시켜준 연유입니다. 내가 넘겨버린 책장이 온전히 내게 넘어올 수 있을 거란 데서 배우는 자세, 성실. 내가 넘겨버리지 못한 책장은 끝끝내 내게 넘어올 수 없을 거란 데서 배우는 태도, 정직. 그렇게 나를 모자라지 않게, 또 넘치지도 않게 만들어주는 일이 겸손이다 싶으니까 오늘도 나는 책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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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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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 (루이지 피란델로, 김효정 옮김, 최측의농간, 2018)

 

『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이란 루이지 피란델로의 책 제목이 꼭 나만 같아 여전히 나는 책을 읽습니다. 그 누구보다 이기적인 사람이 나라는 걸 아는 까닭입니다. 어떤 좋음에 의해 책을 가진다 할 적에, 어떤 싫음에 의해 책을 버린다 할 적에, 나로 하여금 그 눈치를 보게 할 누군가가 있다? 그러면 그 사람을 버려도 될 일이고요, 나로 힘입어 그 눈치를 모르게 할 누군가가 있다? 그러면 그 사람만 챙기면 될 일이고요. 그렇게 내게서 나를 잃지 않게 하고, 나를 나와 잘 지내게 만들어주는 일이 사랑이다 싶으니까 오늘도 나는 책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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