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Editor’s Reading Life

‘계절공방’ 다섯 에디터들이 ‘읽는 생활’에 대한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누구보다 ‘읽기’에 진심이며 ‘활자중독자’이기도 한 다섯 명은 요즘 어떤 것을 읽고 또 생각하고 있을까요?

에디터 그나의 마음을 울린 어느 ‘작가와의 만남’부터 에디터 일립이 빠져든 ‘시인의 말’, 그리고 에디터 롤러가 자주 읽고 있는 ‘뉴스레터’까지. 이번 기사를 읽다보면 한 가지는 읽고 싶은 글이 반드시 생길 거예요.


“책은 내가 읽지 않으면 이야기가 나아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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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서이제 작가님이 한 북토크에서 했던 말입니다. 정확히는 영화와 책의 차이점을 묻는 한 독자의 질문에 “영화는 틀어두면 내가 보지 않더라도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책은 내가 시간을 들여 문장을 읽지 않으면 이야기가 나아가지 않는다”라고 대답한 것이었는데요. 그 무렵 저는 책이 좋아 출판사에서 일하기 시작했지만 일이 되고부터는 어쩐지 즐기지 못하는 것 같다고 느끼고 있었죠.

작가님의 한마디는 수년 전의 일이 되었고 작가님 스스로도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저는 아직도 종종 그 말을 곱씹어봅니다. 내가 어떤 일을 어떤 마음으로 해나가야 하는지 의미가 필요할 때마다 말이죠. 업무 특성상 읽어야 하는 원고들과 문장들이 늘 제 주변에 쌓여 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내 주위에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멈춰 있다’라고 생각하며 이야기가 나아가게 합니다.

저의 일은 독자들이 읽지 않으면 나아가지 않는 이야기들을 알리는 것입니다. 내가 마음먹지 않으면 나아가지 않는 세상이 있다는 것. 달리 말하면 아직도 세상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서사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죠. 얼마나 매력적인가요? 여러분 곁에는 얼마나 많은 세상이 멈춰 있나요?

by. 그나



‘시인의 말’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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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저에게 시를 잘 아느냐고 물어볼 때면 저는 (약간의 부끄러움에) 애매하게 웃으면서 (단호히) 고개를 젓습니다. 출판사에 입사하기 전에는 전혀 몰랐고, 지금도 ‘안다’에 많이 가까워지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시를 잘 모르기에 더 심혈을 기울여 가장 먼저 읽는 글이 있는데, 바로 ‘시인의 말’입니다. 시인이 시집이라는 하나의 세계를 닫으며 마지막으로 적는 글을 손전등 삼아 저는 시의 세계로 조심스레 걸어들어가곤 합니다.

시를 좋아하지만 잘 알지는 못하는 저와 비슷한 마음으로 시를 읽는 분이 많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시인의 말을 두 편 소개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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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이원하, 문학동네, 2020)

 

편지 아닌 편지를 쓰게 되었는데
그 편지의 첫 문장이 이렇게 시작해요.

 저 아직도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2020년 4월
이원하


‘시’라는 것이 어떻게 시인에게로 오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저는 언제나 시의 존재를 신비롭게만 여겨왔습니다. 타자화라는 느낌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원리를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방도가 없었는데요, 그런 생각을 바꿔준 말입니다.

어떤 시집은 편지 아닌 편지일 뿐이라고, 타인에게 절절한 진심을, 때로는 ‘아직도’의 미련을 전하는 또다른 형식이라고, 그러니 읽어내려는 노력으로 다가서면 되는 거라고. 그런 격려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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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사랑을 한다』 (김복희, 문학동네, 2020)

나는 아주 투명하게 들여다보이고 싶다. 

2020년 여름
김복희

 

가끔은 시보다도 이런 시를 쓰는 시인의 마음이 어떨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어떤 생각을 하면 이런 시를 쓸 수 있는지, 어떤 태도로 삶을 대해야 이런 언어가 나오는지.

그 대답을 아주 우연히 알게 된 이 시집의 문장에서 얻었습니다. 무엇도 숨기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시를 쓰는 시인들과 그런 마음으로 적어내려간 시어들을 들여다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느낍니다.

by. 일립



저는 활자중독자, 글이 있다면 무조건 읽고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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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 아침 루틴은 독서에서 ‘뉴스레터 읽기’로 바뀌었습니다. (좋은 걸까요?) 뉴스레터는 수없이 많은 정보의 바다에서 내게 정말 필요한 것만 골라 전해주기 때문에 마치 나만을 위한 맞춤 정보 쇼핑몰과 같다고 할 수 있어요. 처음에는 업무에 도움이 되는 출판 관련 뉴스레터로 시작했지만, 다양한 분야의 흥미로운 레터들을 만나면서 제 ‘읽는 생활’의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그후로 메일함을 열 때마다 마치 새로운 세상을 발견한 듯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찼고, 처음 만나는 정보들에 눈이 휘둥그레지며 읽지 않았다면 결코 알지 못했을 지식을 얻기도 했어요. 그 덕분에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심사를 발견했고, 다양한 분야에 대해 알아가며 세상을 더욱 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러니 활자중독에서 빠져나오기 힘든가봅니다. 세상의 모든 정보는 읽어야지만 알 수 있으니까요. 

오늘 아침에도 저는 MZ도 아니면서 MZ를 위한 투자 상식을 배우고 왔습니다. 주변 MZ들에게 아는 척을 할 수도 있고 읽는 것을 좋아하는 저의 욕구도 충족되니 이거야말로 일석이조 아니겠어요? 그러니 뻔한 뉴스들에 싫증이 났다면 ‘뉴스레터 읽기’를 시작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 추천 뉴스레터(텍스트를 누르면 구독 링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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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뉴스레터 : 자그마한 실천으로 삶과 삶터를 바꾸는 운동
캡처프레이즈 : UX 라이팅 관련 해외 아티클을 번역해드려요

by. 롤러



최고의 여행 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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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언제 책과 가장 친해졌나요? 돌이켜보면 저의 ‘읽는 생활’은 혼자 하는 여행길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목적지로 이동하는 기차에서, 바닷가 카페에서, 여행지의 유명한 책방에서 다양한 책을 만났어요. 그 책들은 제게 풍경이 되기도 하고 여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어느덧 책은 제게 최고의 여행 메이트가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혼자 하는 여행과 책은 무척 비슷한 성격을 가졌습니다. 헐떡이며 쫓기듯 보낸 일상에서 벗어나 느린 호흡의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아주 부지런하고 능동적인 행위라는 점에서요. 혼자 하는 여행에선 어떤 하루를 보낼지, 어떤 식사를 하고 얼마만큼 걸을지 모두 내가 결정하고 직접 움직여야 합니다. 책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직접 책을 고르고, 펼치고, 활자를 읽어내려가고, 생각을 좇아야 합니다. 이 모든 움직임에서 저절로 진행되는 것은 단 하나도 없지요.

그래서 저는 종종 책 덕분에 잠시 여행을 다녀온 기분마저 느낍니다. 대부분의 하루를 정신 없이 보내다가 책을 집어들고 나서야 비로소 시간을 온전히 향유하는 순간. 책 너머의 세상을 부지런히 쫓아가다 아름다운 문장을 만나 마음이 고요하면서도 부풀어오르는 순간. 그때부터 저만의 읽는 (여행) 생활이 시작됩니다.

by. 에일



요즘 세상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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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다는 것’. 출판사에서 십여 년 넘게 일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한 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출판사에 처음 입사한 그날부터 “출판은 사양산업이야”라는 누군가의 토로를 들었고, “올해가 가장 힘들다”라는 말도 거의 매년 들었던 것 같거든요. 그래서 늘 불안했고 (당장 직장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요!) ‘읽기’에 대해 늘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책을 읽게 하려면 무얼 해야 할까?’로 시작해서 ‘그럼 우린 왜 읽을까?’로 이어지는 기나긴 질문들을 말이죠.

여러분은 무얼 읽으시나요? 소설? 에세이? 만화? 아니면 뉴스레터? 그게 무엇이든 좋습니다. ‘독서’라고 하면 무릇 거창해 보이지만 ‘읽기’라고 하면 그래도 해볼 법하게 느껴지니까요. 그래서 무엇이라도 읽으면 독서로도 이어진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읽기의 재미를 스스로 터득한다면 언젠가는 깊은 독서도 가능할 테니까요.

최근 이런 읽기의 재미를 도와주는 책들이 다수 출간되었습니다. 바야흐로 숏폼의 시대에 책도 그에 부응하듯 짧은 글을 엮은 책들이 주목받고 있거든요. 책으로 정제된 짧은 단편과 산문들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읽기 초보자분들, 책태기가 온 분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시의적절’ 시리즈 | 난다

올해 1월, 김민정 시인을 시작으로 매월 새로운 시인의 책이 차례로 출간되고 있어요. 매일 한 꼭지씩 읽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어떤 날은 시, 어떤 날은 산문으로 다양한 글을 한 달에 걸쳐 매일 읽어볼 수 있습니다. ‘시의적절’이라는 시리즈명처럼 그달에 딱 맞는 글들이 실려 있어요.


• ‘위픽’ 시리즈 | 위즈덤하우스

한 편의 단편소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기. ‘위픽’ 시리즈는 1년 동안 50편의 단편을 50권의 책으로 출간하는 위즈덤하우스 출판사의 프로젝트 시리즈입니다. 2023년 시작해 2024년 2월 그 대단원이 마무리되었는데요. 구병모, 최진영, 조예은 등 지금 가장 핫한 작가들의 단편을 예쁜 장정의 책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소설 보다’ 시리즈 | 문학과지성사

문학 맛집 문학과지성사에서도 ‘소설 보다’ 시리즈를 매 계절 출간하고 있어요. 매 권마다 3편의 단편소설과 저자 인터뷰가 실리는데요. 200쪽 내외의 콤팩트한 구성이 한 계절을 나기에 충분한 분량이랍니다. 이번 여름 호에는 서장원, 예소연, 함윤이 작가의 소설이 실렸어요.


▶ ‘시의적절’ 더 알아보기 : aladin.co.kr

▶ ‘위픽’ 더 알아보기 : aladin.co.kr

▶ ‘소설 보다’ 더 알아보기 : aladin.co.kr


by.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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