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Editor's Love : 사랑하는 이와 가고 싶은 곳

‘사랑’ 하면 떠오르는 사람. 여러분 주변에는 누가 있나요? 오늘 이 자리에는 <계절공방> 에디터들의 러블리한 동료들을 초대했습니다. 이제 막 결혼한 새 신부부터(결혼이나 신혼생활에 대한 에피소드는 없는데 이렇게 소개해도 괜찮겠지요?) 늘 반려동물 사진을 꺼내 보여주는 못 말리는 애묘(견)인까지! 

사랑이 넘치는 그들에게 물었어요. "사랑하는 이와 가고 싶은 곳이 있나요?" 그렇게 모인 사연에는 사랑이 듬뿍 묻어 있었어요.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며 사랑이 무엇인지 다시금 깨닫게 된 경험도, 그들과 함께 머무른 곳이라면 어디든 가장 행복한 장소로 바뀌는 마법도, 모두 사랑의 힘이 아닐까 싶어요.

Editor. 지지


사랑은 서로를 책임지는 것 

저의 주말 오전 첫번째 일정은 ‘나무’와 걷는 것입니다. 나무는 저와 함께 사는 개의 이름입니다. 산책 코스는 주로 한강 아니면 남산인데요. 어느 쪽으로 갈지는 대문 밖으로 나선 나무의 코가 이끄는 방향에 따라 정해집니다. 산책길에 배가 고프면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먹기도 하고요.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때는 반려견이 출입할 수 있는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십니다. 141600ce24a15.jpeg

제가 거주하는 이태원 근방은 반려견 동반이 허용되는 장소가 비교적 많은 편인데요. ‘노노샵’은 그중에도 가장 마음 편히 방문하는 곳입니다. 호들갑스럽지 않으면서도 세심한 배려와 조건 없는 환대가 가득 느껴져 자주 찾게 됩니다. ‘지구를 위한 행복한 공간’을 지향하는 노노샵은 다양한 비건 제품을 판매하는 그로서리 존, 식품 및 화장품 리필 스테이션, 비건 카페 및 작은 책방 등으로 알차게 나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가게 곳곳에 스며든 환경과 동물에 대한 고민이 불편함보다는 즐거움으로 느껴지는 신기하고 재밌는 공간입니다. 입구의 안내문에는 ‘반려견과 어린이 손님 모두 반가워요’라고 쓰여 있는데요. 어린이의 시선에 맞추어 조금 낮은 위치에 붙여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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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주말 오전의 여유를 만끽하는 시간은 제 일상의 커다란 행복인 동시에, 인간의 편의에 맞춰 설계된 도시에서 비인간동물이 살아가는 일의 고단함을 체감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SNS 계정에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다고 쓰여 있어 방문했는데, 막상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면 묘하게 인상을 찌푸리거나 개가 너무 크다며 입장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고, 야외 테라스만 이용 가능하다거나(이 추운 겨울에!), 강아지를 무조건 안고 있어야 한다고 당부하는 곳도 있었습니다(십 킬로그램이 넘는 강아지를 안고 있으면 커피잔을 들 수 없는데!). 오랜만에 다시 방문한 가게가 반려견 동반 금지로 바뀌어버린 일 역시 비일비재했습니다. 

업주의 사정을 이해하는 것과 별개로, 나무와 나란히 문 입구에서 머뭇거린 시간들을 통해 저는 누구나 자유롭고 안전하고 환대받는 공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조금 거창하지만 동물권뿐 아니라 노키즈존에 대한 법적 규제나 출근길 전장연 시위에 관심을 갖게 되기도 했습니다. 누군가가 사랑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는다면, 저는 ‘서로를 책임지는 것’이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그건 제가 나무와 함께하는 삶에서 배운 것입니다. 사랑하는 존재가 마음 놓고 살기 바란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곳을 책임지는 마음 또한 중요하다는 것도요. 물론 가슴에서 발까지의 거리는 여전히 무척이나 멀지만, 사랑하는 만큼 커지는 세계는 자꾸자꾸 말할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 노노샵 Nono Shop

주소: 서울 용산구 보광로 90, 202호
운영 시간: 화~목, 일 12:00~21:00 (20:00 라스트 오더)/ 금~토 12:00~22:00(21:00 라스트 오더)

노노샵 카페 공간에서는 비건치고 맛있는 게 아니라 누가 먹어도 맛있는 음료와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추천 메뉴는 프랄리네 라테와 바나나 브레드.



사랑은 내가 할 수 있는 대신 해주는 것

살면서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연인을 만나든, 가족과 함께하든 사랑이 눈에 보이는 순간을 이따금 발견하게 되는데요. 그건 바로 상대방이 할 수 있는 (귀찮거나 힘든) 일을 대신해주는 것입니다. 그런 순간들은 생각보다 우리 일상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트에서 장을 본 뒤 무거운 짐을 대신 들어주는 일, 연인의 신발끈이 풀렸을 때 바로 주저앉아 신발끈을 고쳐 매주는 일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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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런 소소한 사랑의 모습이 식탁에서 가장 크게 빛을 발하는 건 생선을 발라서 밥 위에 얹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시 바르는 일이 싫어서 생선 먹는 일을 주저하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어린 시절 바다 가까이에 살았던 저희 집  밥상 위에는 종종 생선이 올라왔습니다. 목구멍이 가시에 찔려본 사람은 알 거라 믿습니다. 끄집어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해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고통을요. 전 몇 번의 고통을 경험한 끝에 생선을 먹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집도한다는 심정으로 아주 섬세하게 가시를 바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사람들은 구성원들의 먹는 속도를 쫓아갈 수 없습니다. 

생선이 밥상에 올라올 때면 뒤처지는 딸을 둔 엄마는 결국 본인이 직접 밥 위에 생선을 얹어주기 시작합니다. 엄마의 노고 덕에 전 다시 식탁에서 저만의 페이스를 찾게 되었는데요. 돌이켜보니 그게 사랑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2025년에 식탁에서 지금의 연인과 가족에게 사랑을 베풀기 바라는 마음으로 식당 한곳을 추천합니다. 바로 ‘한끼두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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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끼두끼’에서는 메뉴를 볼 것도 없이 무조건 ‘국내산 참 고등어 정식’을 주문하세요. 메뉴를 주문하면 [참 고등어구이+생고기 김치찌개+젓갈 3종+가마솥 밥] 구성으로 크게 한 상 차림이 나옵니다. 생선을 못 먹는 분도 김치찌개와 밑반찬으로 충분히 ‘완공’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생선의 비린 맛을 싫어한다면 함께 나오는 소스로 커버 가능합니다. 연인과 가족에게 사랑을 베푼다는 마음으로 갓 지은 밥에 고등어를 발라 얹어주세요. (고등어는 생선 가시를 바르기에 가장 난이도가 쉬운 레벨입니다.) 예상하지 못한 사랑의 순간을 식탁에서 맞닥뜨릴 때 행복은 두 배가 되겠죠?


■ 한끼두끼

주소: 경기 파주시 지목로 154
운영 시간: 화~일 11:00~ 21:00 (15:00~17:00 브레이크 타임, 20:00 라스트 오더)

<계절공방> 독자님들에게 보내는 제 사랑이 담긴 식당입니다. (이전에 ‘생선 굽는 마음’을 소개한 뒤로 기분 탓인지 손님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맛집 한곳을 잃었습니다.) 이번에도 저의 맛집을 잃는다는 각오로 추천합니다. 연인, 친구, 가족 누구와도 방문시 후회 없을 곳입니다. 다만, 점심 피크 시간에는 조금 붐빌 수 있으니 여유를 갖고 방문해주세요.



애인과 고양이라니 ‘사랑’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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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SBS 전원마을이라는, 세트장처럼 아름다운 한 주택 단지에 꼭꼭 숨어 있는 식당이 있습니다. 바로 ‘채식공간 녹두’인데요. 채식 요리를 선보이는 이곳은 맛은 물론이요, 공간의 분위기도 참 좋은지라 저는 기념할 일이 있을 때마다 이곳을 방문합니다.

이 공간이 저에게 더욱 특별해진 이유는 지금은 반려 고양이가 된 '임자'를 이곳에서 처음 만났기 때문인데요. 여느 날과 다름없던 평일 저녁, 애인과 함께 녹두에서 든든한 식사를 하고 주변을 어슬렁어슬렁 산책하다가 어디선가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었고요. 가까이 갔을 때 그것이 새가 아닌 어미 잃은 새끼 고양이라는 걸 알았죠. 저녁 먹으러 갔다가 냥줍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정말이지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른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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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과 자주 찾는 공간에 반려 고양이의 고향(?)이라는 훈장까지 붙은 셈이니 저에게는 이곳이 ‘사랑’이라는 이름 그 자체인데요. 어느 기분 좋은 날에 아끼는 누군가와 함께할 나들이 장소를 찾고 계신다면 이곳을 적극 추천합니다. 예상치 못한 사랑스러운 추억이 생길지도요?


■ 채식공간 녹두

주소: 경기 파주시 산남로107번길 35-35 녹두
운영 시간: 매주 목, 금, 토 11:00~20:00 (토요일 ~20:30)

일주일에 3일만 운영하니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 늘 단골들로 북적이니 방문 전 예약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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