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이 마무리되어가는 11월 말 여러분들은 어떻게 한 해를 추억하고 있나요? 연말결산 질문과 답을 주고받으며 2024년을 돌아보는 요즘, 계절공방 에디터들도 비슷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그중 저희의 화두는 바로 ‘균형’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일과 일상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 오르락내리락하는 내 감정의 중심은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등 일상의 균형 맞추기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었어요. 오늘 에디터스 코너에서는 각자의 삶의 균형을 맞추는 것들에 대해 고백해보려 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지는데요. 각자의 일명 균형 꿀팁들을 전해주셔도 좋겠습니다.
Editor. 지지
여행으로 균형 맞추기

2024년은 뭐랄까, 마음이 급했습니다. 이제 정말 여러 가지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불안감이 현실적으로 엄습해왔거든요. 소위 청춘이라고 말하는 시기도 그렇고…… 엄마의 모습도 예전과 다르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무엇이든 미루지 않고 바로바로 하기로 결심한 첫해가 바로 올해였어요.
늘 일에 파묻혀 오직 바로 눈앞의 것들을 쫓아가기에도 급급했던 지난날을 후회하지는 않아요.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오늘 같은 날이 있을 수 있었겠지요. 그렇지만 잠시 쉼표를 찍으며 일과 일상을 균형을 맞추지 못해 놓친 일들에 대해서는 생각이 많아집니다. 그래서 올해 제가 찾은 균형은 가끔씩 떠나는 ‘여행’이 아니었나 싶어요. 조금은 반강제적으로 떠나는 ‘여행’을 통해 조금이나마 일상에 브레이크를 걸어주게 되었달까요.
특히 5월에 엄마와 단둘이 떠난 거제 여행이 자주 생각납니다. 지평선을 따라 지어진 숙소에서 바라본 남해는 제가 태어나서 처음 본 남쪽 바다였어요. 그뿐인가요. 엄마와 나란히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처음 듣는 엄마 이야기와 처음 보는 엄마 표정도 접했어요. 그곳에서의 시간은 유독 처음인 것들이 많았습니다.
‘망했어.’ ‘끝났어.’라고 생각한 순간에 경험한 ‘처음’은 무척이나 달콤했습니다. 어쩌면 제가 간절히 듣고 싶었던, ‘아직 끝이 아니야.’라는 응답을 내면에서 들을 수 있었기 때문 아닐까요.
앞으로 ‘균형’이 제게 중요한 단어가 될 것 같습니다. 올해의 경험으로 깨달은 건 균형에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어요. 내년에는 이 연습을 좀 더 잘해보고 싶습니다.
본래 음에서 크게 이탈한 현은 단번에 조율이 되지 않는다. 변화가 크면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저항도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어르고 달래듯이, 점진적으로 피치를 올려야 한다. 그러니까 시간이 필요하다.
_김유진, 『평균율 연습』 중에서
Editor. 지지
완벽하지 않은 균형

올해 나의 중심을 잡게 한 힘의 원천은 어디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올해 내가 중심이 잡혔던가, 올 한해 나는 삶의 밸런스를 잘 맞추었던가, 흔들렸던 순간들뿐이었나……. 하며 주제 너머로 깊이 빠져버렸습니다.
기억을 따라 다시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가보니, 흥미롭게도 중심을 잃은 듯했던 순간들에 늘 책이 있었어요. 남산도서관에서 그저 즐거움을 위해 읽었던 책, 동기와 어학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갔던 도서관에서 집에 가기 전 도서관 책장에서 꺼냈던 책,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곳이 책을 만드는 회사인 것까지. 제게 책은 즐거움이자 휴식이었고, 그러다가 꿈이 되었고, 결국 일이 되었습니다.
남산도서관은 대학 과정을 마친 제게 한동안 도피처 같은 장소였어요.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막막할 때, 그냥 그곳에 가서 책을 읽었어요. 그렇게 무작정 빌린 책들은 걸음이 멈춰있던 저를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게 해줬습니다.
학교 도서관과 관련된 또다른 기억이 떠오릅니다. 어학 시험 준비를 위해 동기와 함께 매일 같이 스터디룸에서 보냈던 시간. 공부가 끝나면 꼭 한 권씩 책을 빌려 갔어요. 어떤 책은 그냥 깔깔 웃으려고 골랐고, 어떤 책은 나 자신을 더 잘 알고 싶어서 읽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 책을 만들고 전하는 일을 하는 이곳에서 저는 또다른 균형을 맞춰가고 있습니다. 사회초년생으로서 균형을 잡는 건 여전히 쉽지 않아요. 퇴근 후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지 하고 다짐하면서도 피곤에 떠밀려 잠들어 버릴 때도 있고, 주말이 너무 짧다고 느껴질 때마다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습니다. 그렇게 힘든 날에도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중심이 잡히는 기분이 들었어요. 회사에서 느끼는 긴장은 잠시 내려놓고, 책 속에서 저만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어쩌면 중심이란 완벽히 서 있지 못해도 그저 책을 펼치는, 그 행동만으로도 지킬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Editor. 디또
덕질은 나의 힘 : 밴드 사운드 중독자

유감이지만 인정해야 하는 정체성, 여러분도 가지고 계신가요? 저의 경우에는 그게 바로 오타쿠입니다.
저는 에디터 소개에도 “듣고 읽고 쓰는 오타쿠”라고 적어둘 정도로 진한 오타쿠이고, 오타쿠로서의 삶에 너무 충실해버린 나머지 에세이 출간까지 하게 된 가련한 오타쿠입니다.
그런 제가 인생을 걸고 덕질하는 대상은 바로 '록Rock 밴드'입니다. 특히 해외 밴드 지분이 높고, 가장 좋아하는 밴드는 최근 재결합 소식으로 저를 눈물짓게 한 영국의 형제 밴드 오아시스Oasis입니다. 그 외에는 스톤 로지스The Stone Roses, 더 스미스The Smiths, 악틱 몽키스Arctic Monkeys, 스트록스The Strokes, 마이 케미컬 로맨스My Chemical Romance, 블리처스Bleachers, 스웨이드The Londson Suede, 뉴 오더New Order, 프라텔리스The Fratellis, 커티너스The Courteeners 등이 있습니다. 요새는 (국내 밴드인) 검정치마와 (최근 엄청난 신보를 낸) 더 큐어The Cure를 잘 듣고 있고요.
그리고 이들은 저의 힘입니다. 일상과 노동과 정신머리의 중심축이고, 동시에 평범하고 남루한 일상을 반짝이게 만들어주는 렌즈이기도 해요.
헤드폰을 쓰고 플레이리스트를 여는 순간, 저는 지상의 중력을 잠시 벗어나 그 순간 온전히 자유로워집니다. 제가 어떤 곡을 고르든 드럼과 베이스로 이루어진 리듬 세션은 심장을 뛰게 하고, 화려하고 거친 기타 리프는 그 위를 질주하고, 밴드의 정체성인 프런트맨의 목소리는 고막에 정통으로 꽂힙니다. 그 순간의 희열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그 기쁨을 위해 앨범을 사고 고급 이어폰, 헤드폰을 장만하고 CD와 LP, CDP와 턴테이블을 사고 내한 공연에 가고, 가끔은 해외까지 따라갑니다. 작년과 올해에는 일본에 갔고, 내년에는 영국에 갈 겁니다. 제 의지가 아닙니다.
이런 오타쿠가 된 대가로 통장 잔고는 처참해졌지만, 인생을 위해서 지불하는 돈이라고 생각하면 그럭저럭 수지 타산이 맞는 것 같아요. 어차피 중독된 거,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기꺼이 행복해지기로 했습니다.
이토록 매력적인 록 음악, 여러분도 한번 들어보시는 건 어떠실까요? 저의 오늘 pick은 악틱 몽키스의 Suck it and see입니다. 서정적인 기타 사운드와 낭만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트랙이랍니다.
Editor. 일립

2024년이 마무리되어가는 11월 말 여러분들은 어떻게 한 해를 추억하고 있나요? 연말결산 질문과 답을 주고받으며 2024년을 돌아보는 요즘, 계절공방 에디터들도 비슷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그중 저희의 화두는 바로 ‘균형’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일과 일상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 오르락내리락하는 내 감정의 중심은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등 일상의 균형 맞추기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었어요. 오늘 에디터스 코너에서는 각자의 삶의 균형을 맞추는 것들에 대해 고백해보려 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지는데요. 각자의 일명 균형 꿀팁들을 전해주셔도 좋겠습니다.
Editor. 지지
여행으로 균형 맞추기
2024년은 뭐랄까, 마음이 급했습니다. 이제 정말 여러 가지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불안감이 현실적으로 엄습해왔거든요. 소위 청춘이라고 말하는 시기도 그렇고…… 엄마의 모습도 예전과 다르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무엇이든 미루지 않고 바로바로 하기로 결심한 첫해가 바로 올해였어요.
늘 일에 파묻혀 오직 바로 눈앞의 것들을 쫓아가기에도 급급했던 지난날을 후회하지는 않아요.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오늘 같은 날이 있을 수 있었겠지요. 그렇지만 잠시 쉼표를 찍으며 일과 일상을 균형을 맞추지 못해 놓친 일들에 대해서는 생각이 많아집니다. 그래서 올해 제가 찾은 균형은 가끔씩 떠나는 ‘여행’이 아니었나 싶어요. 조금은 반강제적으로 떠나는 ‘여행’을 통해 조금이나마 일상에 브레이크를 걸어주게 되었달까요.
특히 5월에 엄마와 단둘이 떠난 거제 여행이 자주 생각납니다. 지평선을 따라 지어진 숙소에서 바라본 남해는 제가 태어나서 처음 본 남쪽 바다였어요. 그뿐인가요. 엄마와 나란히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처음 듣는 엄마 이야기와 처음 보는 엄마 표정도 접했어요. 그곳에서의 시간은 유독 처음인 것들이 많았습니다.
‘망했어.’ ‘끝났어.’라고 생각한 순간에 경험한 ‘처음’은 무척이나 달콤했습니다. 어쩌면 제가 간절히 듣고 싶었던, ‘아직 끝이 아니야.’라는 응답을 내면에서 들을 수 있었기 때문 아닐까요.
앞으로 ‘균형’이 제게 중요한 단어가 될 것 같습니다. 올해의 경험으로 깨달은 건 균형에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어요. 내년에는 이 연습을 좀 더 잘해보고 싶습니다.
본래 음에서 크게 이탈한 현은 단번에 조율이 되지 않는다. 변화가 크면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저항도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어르고 달래듯이, 점진적으로 피치를 올려야 한다. 그러니까 시간이 필요하다.
_김유진, 『평균율 연습』 중에서
Editor. 지지
완벽하지 않은 균형
올해 나의 중심을 잡게 한 힘의 원천은 어디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올해 내가 중심이 잡혔던가, 올 한해 나는 삶의 밸런스를 잘 맞추었던가, 흔들렸던 순간들뿐이었나……. 하며 주제 너머로 깊이 빠져버렸습니다.
기억을 따라 다시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가보니, 흥미롭게도 중심을 잃은 듯했던 순간들에 늘 책이 있었어요. 남산도서관에서 그저 즐거움을 위해 읽었던 책, 동기와 어학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갔던 도서관에서 집에 가기 전 도서관 책장에서 꺼냈던 책,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곳이 책을 만드는 회사인 것까지. 제게 책은 즐거움이자 휴식이었고, 그러다가 꿈이 되었고, 결국 일이 되었습니다.
남산도서관은 대학 과정을 마친 제게 한동안 도피처 같은 장소였어요.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막막할 때, 그냥 그곳에 가서 책을 읽었어요. 그렇게 무작정 빌린 책들은 걸음이 멈춰있던 저를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게 해줬습니다.
학교 도서관과 관련된 또다른 기억이 떠오릅니다. 어학 시험 준비를 위해 동기와 함께 매일 같이 스터디룸에서 보냈던 시간. 공부가 끝나면 꼭 한 권씩 책을 빌려 갔어요. 어떤 책은 그냥 깔깔 웃으려고 골랐고, 어떤 책은 나 자신을 더 잘 알고 싶어서 읽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 책을 만들고 전하는 일을 하는 이곳에서 저는 또다른 균형을 맞춰가고 있습니다. 사회초년생으로서 균형을 잡는 건 여전히 쉽지 않아요. 퇴근 후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지 하고 다짐하면서도 피곤에 떠밀려 잠들어 버릴 때도 있고, 주말이 너무 짧다고 느껴질 때마다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습니다. 그렇게 힘든 날에도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중심이 잡히는 기분이 들었어요. 회사에서 느끼는 긴장은 잠시 내려놓고, 책 속에서 저만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어쩌면 중심이란 완벽히 서 있지 못해도 그저 책을 펼치는, 그 행동만으로도 지킬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Editor. 디또
덕질은 나의 힘 : 밴드 사운드 중독자
유감이지만 인정해야 하는 정체성, 여러분도 가지고 계신가요? 저의 경우에는 그게 바로 오타쿠입니다.
저는 에디터 소개에도 “듣고 읽고 쓰는 오타쿠”라고 적어둘 정도로 진한 오타쿠이고, 오타쿠로서의 삶에 너무 충실해버린 나머지 에세이 출간까지 하게 된 가련한 오타쿠입니다.
그런 제가 인생을 걸고 덕질하는 대상은 바로 '록Rock 밴드'입니다. 특히 해외 밴드 지분이 높고, 가장 좋아하는 밴드는 최근 재결합 소식으로 저를 눈물짓게 한 영국의 형제 밴드 오아시스Oasis입니다. 그 외에는 스톤 로지스The Stone Roses, 더 스미스The Smiths, 악틱 몽키스Arctic Monkeys, 스트록스The Strokes, 마이 케미컬 로맨스My Chemical Romance, 블리처스Bleachers, 스웨이드The Londson Suede, 뉴 오더New Order, 프라텔리스The Fratellis, 커티너스The Courteeners 등이 있습니다. 요새는 (국내 밴드인) 검정치마와 (최근 엄청난 신보를 낸) 더 큐어The Cure를 잘 듣고 있고요.
그리고 이들은 저의 힘입니다. 일상과 노동과 정신머리의 중심축이고, 동시에 평범하고 남루한 일상을 반짝이게 만들어주는 렌즈이기도 해요.
헤드폰을 쓰고 플레이리스트를 여는 순간, 저는 지상의 중력을 잠시 벗어나 그 순간 온전히 자유로워집니다. 제가 어떤 곡을 고르든 드럼과 베이스로 이루어진 리듬 세션은 심장을 뛰게 하고, 화려하고 거친 기타 리프는 그 위를 질주하고, 밴드의 정체성인 프런트맨의 목소리는 고막에 정통으로 꽂힙니다. 그 순간의 희열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그 기쁨을 위해 앨범을 사고 고급 이어폰, 헤드폰을 장만하고 CD와 LP, CDP와 턴테이블을 사고 내한 공연에 가고, 가끔은 해외까지 따라갑니다. 작년과 올해에는 일본에 갔고, 내년에는 영국에 갈 겁니다. 제 의지가 아닙니다.
이런 오타쿠가 된 대가로 통장 잔고는 처참해졌지만, 인생을 위해서 지불하는 돈이라고 생각하면 그럭저럭 수지 타산이 맞는 것 같아요. 어차피 중독된 거,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기꺼이 행복해지기로 했습니다.
이토록 매력적인 록 음악, 여러분도 한번 들어보시는 건 어떠실까요? 저의 오늘 pick은 악틱 몽키스의 Suck it and see입니다. 서정적인 기타 사운드와 낭만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트랙이랍니다.
Editor. 일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