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Editor's BOOM : 요즘 우리가 매진하고 있는 일

뭐랄까 이번 <계절공방>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차 있는 것 같지 않나요? 출근 후 각자의 자리에서 말 그대로 ‘미친 듯이’ 일하다가 점심 무렵 또는 퇴근할 때가 되어서야 제대로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하는 날도 여러 번인 우리 에디터들…. (잠시 말을 잃게 되네요.)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다른 일에 소홀할 리 없기에 에디터들에게 요즘 각자 매진하고 있는 일에 대해 물었습니다. 역시나 모두들 가지각색 열과 성을 다해 살아가고 있더라고요. 오늘은 <계절공방> 에디터 송쏘, 일립, 디또의 일상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ditor. 지지

 

나도 이제 그 말을 이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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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 재밌다는 사람들, 소위 ‘운동 좋아파’들은 고통을 즐기는 가학적인 면이 있는 게 아닐까… 질투어린 의심을 할 만큼 운동을 즐기지 못하던 사람, 과거의 저였습니다. 저는 ‘운동 숙제파’로 살아왔어요. 어리석게도 마른 몸이 탐나 운동을 하던 때도 있었고, 대체론 운동 이후 찾아오는 찰나의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 싫은 마음을 억눌러가며 몸을 움직이는 사람이었죠. 마치 여름밤의 살얼음 낀 생맥주 한잔을 떠올리며 대낮의 강렬함을 견뎌내는 것처럼요. 그렇게 러닝머신 위에서 지루함과 고통을 견디며, 저는 늘 궁금했어요. ‘운동 좋아파’들이 말하는 ‘운동이 즐겁다’라는 말의 의미가 도대체 무엇인지. 나처럼 생맥주에 방점이 있는 건지, 아니면 정말 운동하고 있는 그 순간 자체가 재밌다고 말하는 건지. 그럴 리가 없지만 만일 후자라면,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숨이 차고, 다리가 후들거리고, 1분이 1시간처럼 흐르며 이 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게 되는데. 그게 재밌다니. 말도 안 돼.

분명 그랬는데. 삽시간에 퍼져가는 들불처럼 제 안의 배신도 불현듯 피어났습니다. 얼마 전부터 ‘운동 숙제파’를 슬그머니 빠져나와 ‘운동 좋아파’의 문턱을 기웃거리고 있는 거 아니겠어요. 사건의 진상은 이러합니다. 근래 들어 다양한 프로젝트와 이슈가 겹치며 신경써야 하는 일들이 많다보니, 퇴근 후에도 끊임없이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잠시 쉬면서 책을 읽거나 콘텐츠를 볼 때조차 인사이트를 얻어야 한다는 강박을 느끼는 지경이었죠. 어떤 순간에도 뇌가 깨끗하게 비워지는 느낌을 느끼기 어려웠고, 그러다 그 귀한 느낌을 운동을 하다가 느끼고 말았고… 그렇게 배신이 시작되고 말았습니다.

제가 요즘 빠져서 하는 운동은 50분 동안 사람들과 그룹을 지어 정해진 운동 루틴을 해내는 고강도 인터벌 운동이에요. 타이머가 울리면 일단 움직여야 하고, 어려운 동작들을 해내려면 몸의 감각에 집중해야 하죠. 그렇게 집중한 채 정신없이 주어진 세트를 하다보면 어느새 50분이 끝나있어요. 도저히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고, 사람들과 함께하니 중간에 혼자 멈춰 설 수도 없죠. 잘했든 못했든 일단 시작하면, 끝이 오더라고요.

어느 날, 50분 운동이 끝나고 체육관 바닥에 드러누워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불현듯 체육관에 들어온 이후 아무 생각도 하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런 깨끗한 비움의 상태가 얼마 만이었는지. 그 산뜻한 무無의 상태가 너무나 짜릿해서. 문득 이게 바로 ‘운동이 재밌다’라는 말의 의미인가, 이해하고 말았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몰랐다니. 이건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재미였습니다.

그 뒤로 저는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여전히 퇴근하고 운동 갈 생각을 하면 피곤하고 귀찮은데, 이상하게 기다려져요. 예전에는 ‘오늘은 또 얼마나 힘들까’하는 생각만 들었다면, 요즘은 그 뒤로 ‘오늘은 또 얼마나 생각이 없어질까’ 하는 묘한 기대감이 따라붙었죠. 그 작은 꼬리표 하나가 오늘도 저를 체육관으로 이끕니다. 그러니 아무래도 이쯤에서 ‘운동 좋아파’를 향해 이렇게 말해야 할 거 같아요.

“나도 이제 그 말을 이해해”

Editor. 송쏘

 

퇴근 후 자진해서 산책을 나가게 하는 ‘피크민 블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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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요새 열과 성을 다해 몰입해있는 대상은 바로 닌텐도사의 게임, ‘피크민 블룸’입니다. (사실 어제 다운받았지만 심취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머리와 팔다리의 싱크가 잘 맞지 않아서 게임을 멀리하는 제가 몇 년 만에 다운로드한 게임인데요, ‘걷기를 즐겁게 하다’라는 주제로 스마트폰을 들고 산책을 하며 진행됩니다.

기본적으로 육성+수집형 게임으로,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작고 귀여운) 외계 생물 ‘피크민’을 모으고 또 기르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플레이어가 걸으면 걸을수록 피크민의 수와 종류가 늘어나고, 그렇게 늘어난 피크민 무리와 함께 걸어서 더욱 많은 피크민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이 게임의 목적이랍니다!

색색의 피크민들과 함께 걷고, 걸으면서 얻은 정수(Nectar)를 피크민들에게 먹여 꽃을 피우고, 피크민들이 가져다주는 사과, 오렌지, 복숭아, 피크민 씨앗 등의 아이템을 얻는 단순한 게임이지만 왠지 힐링되는 느낌에 자꾸 열어보게 됩니다. 특히 피크민들이 저를 위한 선물을 들고 헐레벌떡 다가올 때는 정말 귀엽답니다.

게임 내부의 AR(증강현실) 기능을 이용해 피크민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도 있는데요, 진짜로 피크민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 같은 느낌에 괜히 한 번 더 웃게 되어요.

여러분도 한번 다운받고 시도해보세요! 퇴근 후 자진해서 산책을 나가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실지도 몰라요. 요새 지쳐버린, 그래서 작고 귀여운 자극이 필요한 분들에게 특히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이 글은 광고가 아니지만 닌텐도사의 연락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0.<)

Editor. 일립

 

응원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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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가 가장 매진하고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역시 가을야구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사실 최근 응원하는 팀이 경기에 져서 마음이 좋지 않지만, 그래도 야구에 몰두하고 있다는 건 변하지 않으니까요.

사람들은 왜 야구를 볼까요? 1년에 144경기나 치르는 동안, 아무리 강팀이라도 절반 정도는 패배하죠. 그래서 시즌 중 절반은 화가 난 채로 보내요. 그런데도 야구에 계속 빠져들 수 있는 이유는 응원하는 그 순간에 느끼는 행복 때문 아닐까 싶어요. 누군가를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일 자체가 주는 기쁨이 크거든요. 선수들은 팬들의 무한한 응원을 받고, 팬들은 선수들의 에너지를 받는 이 건강한 관계가 결국 야구가 계속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요?

정규시즌이 끝나고, 10월에 접어들며 시작되는 가을야구는 선수들도 팬들도 더 비장해지는 시기예요.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하고, 감정이 더 예민해지죠. 경기장의 긴장감은 TV로도 느껴지지만, 현장에서 직접 체감하는 무게감과 비교할 수 없어요. 추워진 날씨 탓일까요? 몸은 움츠러들지만 마음은 더 뜨겁고, 내 주위가 모두 같은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에 묘한 벅참이 밀려와요.

결국 야구에서 승패도, 순위도 중요하지만, 내가 이 팀을 응원하고 있다는 그 사실만은 변하지 않아요. 팀이 이기든 지든, 잘하든 못하든, 모든 과정을 함께하죠. 그런 무조건적인 사랑은 단순히 결과에만 좌우되지 않아요. 한 시즌 동안 함께 기뻐하고, 아파하고, 울고 웃었던 모든 순간이 쌓여서 만들어진 감정이니까요.

사실 야구는 경기장에 국한되는 일이 아니에요. 야구를 응원하는 과정은 제 일상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어요. 어느덧 시즌의 시작과 끝이 내 시간의 흐름이 되고, 팀의 승리가 내 하루의 기쁨이 되고, 패배가 오늘의 아쉬움으로 남죠. 이런 감정들이 반복되며 내가 이 팀과 함께 자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렇기에 그 어떤 순간보다 가을야구는 특별하죠. 시즌 내내 함께한 그 긴 여정의 정점에 서 있는 지금, 승패와 상관없이 내가 응원하는 이 팀과 함께 걸어온 모든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져요. (그래도 이겨야겠지요.)

Editor. 디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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