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ATION]초록으로 기억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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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애란의 소설’이라 하면 가장 먼저 표지 이미지들이 떠오릅니다. 책은 전부 표지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녀의 소설들은 유독 그렇습니다. 왜일까요. 『바깥은 여름』 『이중 하나는 거짓말』 『안녕이라 그랬어』…… 이 세 권을 나란히 보고 있자니 아무래도 책의 표지와 내용이 처음부터 꼭 맞춰놓은 것처럼 잘 어울려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설이 마음속에 담길 때 도장처럼 새겨지는 이미지가 곧 표지로 탄생하는 거라면, 이보다 적합한 책은 찾기 힘들 정도라고 감히 말해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김애란 작가의 신간이 연달아 나오면서 동료들과는 더욱 즐거운 책 수다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읽은 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라고 읊조리듯 말한 동료와는 한 걸음 더 가까워지기도 했죠. 

 『안녕이라 그랬어』의 표지를 보며 제게 ‘초록’으로 기억되는 책들을 모아봤어요. 가녀린 초록부터 아주 진한 초록까지, 제 맘대로 펼쳐본 초록의 향연을 창밖 풍경과 함께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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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문학동네, 2025년)

역시 시작은 이 책이겠죠? 김애란 작가의 8년 만의 신작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입니다. 이 책의 원고를 읽고 모였던 회의가 생생히 기억납니다. 홍보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였건만 다들 자신의 감상을 이야기하기 바빴어요. 소설 속 상황은 나의 경험과 다르지만, 분명 언젠가 겪어본 감정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경험해봤을 이야기들을 모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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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버스 키스』 (요시다 아키미, 애니북스, 2017년)

『바닷마을 다이어리』로 잘 알려진 요시다 아키미의 또다른 명작 만화입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와 마찬가지로 바닷가 마을 가마쿠라를 배경으로 하고, 등장인물이 겹친다는 점에서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작품의 발표 시기는 약 20년 정도 차이가 나니 또 오묘합니다. 한 작가의 마음속에 20여 년이나 머문 그곳은 어디일까요? 저는 초여름 냄새가 날 때면 해마다 이 책을 꺼내 읽습니다. 풋풋한 여섯 고등학생의 이야기는 초여름이라는 계절과 너무나도 닮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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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래 애치먼, 잔, 2019년)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원작으로 유명한 퀴어 로맨스 소설입니다. 걸핏하면 습도가 80%를 넘는 무더운 여름만 경험해온 한국인으로서, 책과 영화에서 그려지는 이탈리아 북부의 건조한 여름이 무척 생소하게 느껴지면서도 한편 선망하게 되더라고요. 뜨거운 태양 빛에 물기 없이 말라버린 녹색 나뭇잎과 달달한 분홍 복숭아의 과즙이 동시에 떠오르는 책. (이 책의 개정판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구판 표지에는 탐스러운 복숭아가 매달린 가지가 그려져 있었답니다.) 그해 여름, 낯선 손님이었던 올리버와 만난 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린 엘리오의 이야기에 누구라도 현혹될 수밖에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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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초록』 (노석미, 난다, 2019년)

화가 노석미 산문집. 오랫동안 닉네임을 ‘매우 초록’이라고 쓸 정도로 이 책에 반해 있었습니다. 짙은 초록과 그 가득함을 ‘매우 초록’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구나, 정말 아름다운 말이다, 하며 감탄했어요. 책은 작가가 서울을 떠나 살아갈 땅을 찾는 이야기로 시작해요. 그리고 그 땅에 집을 짓고 살아가며 보낸 10년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보고 느끼고 쓰고 그리는 삶. 창밖에도 화폭에도 초록이 가득한 삶. 책을 통해서나마 그 ‘초록’ 안에서 숨 쉬는 상상을 해보곤 했습니다. 솔직담백한 글과 함께 수록된 멋진 그림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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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수첩』 (필리프 자코테, 난다, 2025년)

프랑스 시인 필리프 자코테의 에세이. 에세이라 분류되어 있지만 시로도 읽히는 책. 계절책장 주제를 ‘초록빛’으로 정하고 원고를 써내려가던 중 운명처럼 발견한 책으로, 저도 이제 막 읽기를 시작했어요. 

“모든 색 중에서 녹색이 가장 아름답고, 가장 위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 깊은 곳에 낮과 밤이 조화롭게 있어서일까?”라는 작가의 고백처럼, 책은 온통 초록빛으로 가득합니다. 벚나무, 작약, 호수, 조각달…… 그가 그리는 자연의 풍경은 찬란하기 그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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