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계절공방, 김애란 작가를 만나다

바깥이 여름으로 무성한 계절. 


『바깥은 여름』 이후 8년 만에 ‘두꺼운 안부 엽서’를 들고 찾아온 김애란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며, 김애란 작가가 전해준 단어와 문장 곳곳에서 안녕을 묻는 그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 느껴졌어요. 시절의 안녕과 모두의 안녕을 비는 그의 마음이 여러분에게도 닿기를 바라며. 


김애란 작가와 나눈 이야기를 계절공방 구독자분들께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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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LCC)




Q. 작년에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내고 일 년 만에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로 독자들을 찾아오셨어요. 『이중 하나는 거짓말』 출간 이후 어떻게 지내셨나요?


주위의 많은 분들과 마찬가지로 긴 겨울을 견디며 봄을 기다렸어요. 이 봄과 여름이 없었다면 독자분들 뵙는 일도 어려웠을 것 같고요. 덕분에 『안녕이라 그랬어』 또한 세상에 잘 나올 수 있었습니다. 


Q. 작가님의 팬으로서 장편소설에 이어 새 소설집까지, 연이은 출간이 반가웠습니다. 평소 긴 호흡의 작업을 이어오시던 작가님께 이번 연속 출간은 어떤 흐름 속에 있었던 걸까요? 장편과 단편을 연이어 세상에 내놓게 된 계기나 집필 방식의 변화가 있으셨다면 들려주세요.


순전히 우연인데요. 어떤 글을 시작하고 맺는 시간이 늘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요. 장편을 매만진 시간 동안 단편 또한 창밖의 눈처럼 조용히 쌓인 듯해요. 장편 내고 골방에서 나갔더니 사방이 설경이라 어리둥절해하다 ‘이제 눈사람을(단편집을) 만들 때가 되었다’ 다짐한 듯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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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애란 작가의 책상 풍경 ⓒ김애란


Q. 이번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 이야기를 해볼게요. 제목부터 인상 깊었습니다. ‘안녕’은 반가움을 표현하는 인사이자, 이별을 고하는 말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평안을 바라는 말이기도 하지요. 아직 작품을 읽지 않은 독자라면 이 말이 담고 있는 여러 결을 상상하게 될 것 같아요. 여러 단편 중 이 제목을 표제로 삼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독자들이 ‘안녕이라 그랬어’라는 제목을 처음 마주할 때 어떤 감정을 느끼기를 바라시나요?


『이중 하나는 거짓말』 속 ‘거짓말’과 마찬가지로 『안녕이라 그랬어』 속 ‘안녕’ 또한 여러 의미를 담을 수 있는 큰 괄호라 생각했어요. 말씀 주신 대로 그 안에는 만남과 작별, 안부의 뜻이 모두 담겨 있고요. 독자분들 역시 제 책을 ‘두꺼운 안부 엽서’로 받아들여주시면 좋을 듯해요. 


Q. ‘두꺼운 안부 엽서’라는 표현이 참 좋아요. 저는 7편의 수록작 중 「좋은 이웃」이 유독 마음에 남았습니다. 아마 저에게 지금 ‘집’이라는 공간이 주요한 문제라서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작가님은 이번 소설집에 실린 작품 중 유독 마음이 가는 작품이 있을까요? 혹은 독자들이 가장 먼저 만나주었으면 하는 작품이 있다면요?


「홈 파티」를 먼저 보셨으면 해서 소설집 맨 앞에 놓았습니다. 말 그대로 소설의 첫 문이니까 초대의 의미로요. 제 데뷔작이 ‘방’에 관한 이야기였던 만큼 비슷하되 조금 다른 결로 독자분들을 맞고 싶었습니다. 저 또한 「좋은 이웃」에 마음이 가는데 마감 당시 제 가슴속에 황량했던 풍경이 자주 떠올라서인 듯해요. 


Q. 말씀해주신 대로 이번 단편집에서는 이전 작품들과는 다른 결이 느껴졌어요. 특히 주거나 계층의 불균형 같은 문제처럼 더 예민하고 현실적인 층위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눈에 띄었는데요, 그 안에 담긴 감정과 움직임에서 작가님 특유의 섬세하고 깊은 시선이 느껴졌고요. 이번 작업을 하며 작가님의 관심사나 감정의 결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기본 주제는 계속 유지하되 형식에 변화를 주고 싶었습니다. 초기작에서는 ‘방’ 하나만 다뤘다면 이번 책에서는 겹겹의 네모를 그리려 했고요. 마치 디오라마처럼 ‘네모난 아파트 속에 네모난 다이닝룸, 거기 네모난 식탁 위에 놓인 네모난 희곡 한 편’이라는 식으로요. 시선 또한 ‘위아래’와 ‘앞뒤’를 계속 번갈아 살피는 식으로 넓히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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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애란 작가의 책상 풍경 ⓒ김애란


Q. 시선을 말씀해주셔서 인물들의 연령대가 달라진 것도 눈에 띄어요. 특히 직전에 출간한 『이중 하나는 거짓말』 속 주인공들이 십대였다면, 이번 소설집에는 인생의 어느 구간을 지나온 중장년 인물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시선이 머무는 인물의 나이가 달라지면, 이야기의 호흡이나 감정의 결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이번엔 왜 이 나이대의 인물들에게 마음이 갔는지, 그들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그리고 싶으셨는지요.


제게 삼사십대, 특히 사십대는 삶의 한복판에 선 인물들처럼 느껴져요. 중간에서 부모와 자식을 동시에 돌보며 여러 삶의 숙제들을 이고 있는 이들이기도 하고요. 너무 순수하지도, 또 노회하지도 않은 눈으로 세상을 보며 고민하는 인물들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Q. 수록작 「홈 파티」에는 이런 문장이 나와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자리에 서보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이 질문에 작가님이 오래 머무셨을 거 같다는 추측이 드는데요. 실제로 어떠셨나요? 이번 소설집을 내면서 마음에 가장 오래 머물렀던 물음표가 있다면 어떤 것이었을까요? 


아무래도 ‘이웃은 왜 한 가지 얼굴이 아닌가?’였던 것 같아요. 저 자신도 한 가지 면만 가진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그 물음에 오래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대신 현상을 다룬 기사나 자료는 많으니 저는 우리 마음의 풍경을 그려보려 했고요.  


Q. 작가의 말에서 “삶이 무엇인지 모른 채 삶을, 죽음이 무엇인지 모른 채 죽음을 그릴 테지만, 때로는 그 ‘모름’의 렌즈로 봐야만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고 하신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 역시 ‘모른다’는 전제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느끼고, ‘다른 사람의 자리에 서보기 위해서’는 그 모름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이라고 느껴요. 어쩌면 이야기란 그런 모름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그리고 타인을 바라보는 행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님께 ‘모름’은 어떤 의미인가요? 또 이번 단편집을 쓰시며 이 ‘모름’의 감각이 어떤 식으로 작동했는지 궁금합니다.


다 알고, 다 깨닫고 쓰는 글은 소설이 아니라 명언집 또는 종교 서적에 가까울 것 같아요. 소설은 대체로 어떤 깨달음까지 가는 과정의 혼란을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한 뒤에도 끝내 모를 무언가와 마주하는 장르이지 않을까 싶어요. 다만 그 ‘모름’을 소중히 하는 태도가 무지나 게으름에 대한 알리바이가 되지 않도록 저도 잘 살펴야 할 테고요. 


Q. 모름을 소중히 하는 태도가 자칫하면 무지에 대한 합리화가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말씀. 참 공감이 가고, 한편으로는 나는 그런 적이 없었는지 반성도 하게 됩니다. 이제 작가님에 대한 질문을 드려볼게요. 작가님의 글쓰는 시간 외의 순간도 궁금합니다. 평소 글을 쓰지 않는 시간은 어떻게, 어떤 공간에서 주로 보내시나요?


전에는 카페나 도서관을 자주 이용했는데 코로나 시기 이후로 집에 머무는 때가 많아졌어요. 당연히 생활인으로서 해야 할 일과 창작자로서 할 일을 한 공간에서 같이 해나가고 있고요. 창작자로서의 숙제를 피하느라 생활인 자아에 몰두한 뒤 후회하는 일이 요새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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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애란 작가의 책상 풍경 ⓒ김애란


Q. 새 소설집이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온 요즘, 작가님의 마음에는 어떤 계절이 머물고 있나요? 


저는 특정 계절보다는 간절기라는 말을 좋아해요. 따지고 보면 모든 계절은 이전 계절과 다음 계절 사이에 있기도 하고요. 계절 한복판에서 어느 순간 온도와 습도가 변하고 바람이 변하는 순간이 좋습니다. 유년기와 청소년기 사이, 청년기와 장년기 사이도 모두 간절기지요. 


Q. 이번 소설집을 읽는 독자라면, 아마 책을 덮는 순간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될 것 같아요. 요즘 작가님 마음속에 자라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작은 단서라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장편의 경우 ‘구경꾼’을 염두에 두고 이리저리 이야기를 굴려보고 있습니다. 약간 서스펜스물이면 좋겠다 싶고요. 단편은 여느 때처럼 그간 제가 써온 이야기를 다양하게 변주하는 식으로 꾸릴 것 같습니다. 


Q. 약간 서스펜스물이라니. 약간 기대, 사실 아주 큰 기대가 돼요! (웃음) 응원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작가님의 다음 눈사람들(장편과 단편집)이 튼튼하게 뭉쳐지기를 바라겠습니다. 혹시 이번 집필 기간 동안 읽었던 작품이 있다면 계절공방 구독자분들을 위해 짧은 코멘트와 함께 소개 부탁드려요. 


조세희 선생님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박완서 선생님의 「닮은 방들」 등을 의식하며 몇몇 단편을 썼습니다. 기댈 언덕, 믿을 구석이라 할까요? 종적으로, 또 횡적으로 선배 및 동료 작가들이 쓴 글들을 참고하며 제게 한국근현대문학이라는 기댈 언덕이 있어 참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Q. 마지막으로 계절공방 구독자분들에게, 안녕의 인사말 부탁드려요.


비 온 뒤 초록이 짙어져가는 계절입니다. 얼마 뒤에는 또 낙엽이 지겠지요? 독자분들 모두 어느 계절 안에서든 좋은 활자들과 더불어 늘 안녕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저 또한 앞으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그 계절을 잘 기록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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