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출근길에 교복을 입고 책가방을 멘 아이들이 보이겠죠? 봄의 시작인 3월은 새 학기의 달이기도 하니까요. <계절공방> 에디터들은 이번 호를 꾸리며 각자의 학창시절을 추억하고, 그때는 몰랐던 참으로 아름다웠던 나날을 그리워하는 중이에요. 이십 년 가까이 학교와 그 언저리에 있었는데, 그 시절을 떠나오니 마치 완전히 다른 세계에 들어선 것처럼 도무지 학교와 접점을 찾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그러다 문득 우리 회사의 어린이팀 편집자들을 떠올렸습니다. 업무적으로 아이들과 자주 소통하고, 또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봐야 하는 직업을 가진 편집자들이 궁금해졌어요. 오늘은 청소년 도서를 만드는, 일명 코딱지 편집자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by. 지지
훔치고 싶은 장면들

중학교 2학년 때, 좋아하는 만화책방이 문을 닫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슬픈 일과 기쁜 일은 늘 동시에 일어난다고…… 그럼에도 박수를 치며 좋아할 수 있었던 건, 만화책방에서 책을 싼값에 처분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그 당시 일주일 용돈이 1만2천원 정도였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을 전부 끌어모아 『퍼니퍼니 학원 앨리스』 전권을 구매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방에서 몰래 가장 좋아하는 두 주인공의 키스 장면을 펼쳤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페이지는 처참하게 찢겨 있었다. 한동안 실의에 빠져 하루에 두 끼만 먹었다(그때는 하루에 네 끼를 먹었다). 시간이 지나자 그 헛헛한 마음은 슬픔이 되었다가 분노로 바뀌었다가 결국에는 호기심으로 남았다. 훔치고 싶을 정도로 좋은 장면이란 무엇일까.


편집자가 되고 나서부터는 그런 장면을 책으로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청소년소설을 담당하면서 그 소망을 되새길 때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맹탐정 고민 상담소』 시리즈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새로운 시작을 앞둔 맹탐정과 그의 절친 용우가 바닷가에서 대화하는 장면이다.
“용우야, 넌 뭐가 되고 싶어?”
용우가 나를 바라봤다. 한참 동안 서로를 응시했다. 용우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나.”
불현듯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내가 되고 싶어.”
“넌 꼭 그렇게 될 거야.”
나는 용우가 꼭 용우가 될 거라고 믿었다.
(이선주, 『맹탐정 고민 상담소 3』, 200쪽)
청소년소설을 편집하다보면 내가 잊고 있었던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누구나 꼭 한 번 경험하지만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 간직한 신비로움,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 매 순간 달라지는 뚜렷한 감정의 진폭을 청소년소설을 편집하며 다시 한번 느낀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마음만은 그 시절 속에 머물 수 있다는 게 청소년소설만의 매력이 아닐까. 훔치고 싶은 무수한 장면들이 만나 한 권의 책이 될 때까지 청소년소설을 마음껏 사랑하고 싶다.

이제 곧 출근길에 교복을 입고 책가방을 멘 아이들이 보이겠죠? 봄의 시작인 3월은 새 학기의 달이기도 하니까요. <계절공방> 에디터들은 이번 호를 꾸리며 각자의 학창시절을 추억하고, 그때는 몰랐던 참으로 아름다웠던 나날을 그리워하는 중이에요. 이십 년 가까이 학교와 그 언저리에 있었는데, 그 시절을 떠나오니 마치 완전히 다른 세계에 들어선 것처럼 도무지 학교와 접점을 찾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그러다 문득 우리 회사의 어린이팀 편집자들을 떠올렸습니다. 업무적으로 아이들과 자주 소통하고, 또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봐야 하는 직업을 가진 편집자들이 궁금해졌어요. 오늘은 청소년 도서를 만드는, 일명 코딱지 편집자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by. 지지
훔치고 싶은 장면들
중학교 2학년 때, 좋아하는 만화책방이 문을 닫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슬픈 일과 기쁜 일은 늘 동시에 일어난다고…… 그럼에도 박수를 치며 좋아할 수 있었던 건, 만화책방에서 책을 싼값에 처분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그 당시 일주일 용돈이 1만2천원 정도였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을 전부 끌어모아 『퍼니퍼니 학원 앨리스』 전권을 구매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방에서 몰래 가장 좋아하는 두 주인공의 키스 장면을 펼쳤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페이지는 처참하게 찢겨 있었다. 한동안 실의에 빠져 하루에 두 끼만 먹었다(그때는 하루에 네 끼를 먹었다). 시간이 지나자 그 헛헛한 마음은 슬픔이 되었다가 분노로 바뀌었다가 결국에는 호기심으로 남았다. 훔치고 싶을 정도로 좋은 장면이란 무엇일까.
편집자가 되고 나서부터는 그런 장면을 책으로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청소년소설을 담당하면서 그 소망을 되새길 때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맹탐정 고민 상담소』 시리즈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새로운 시작을 앞둔 맹탐정과 그의 절친 용우가 바닷가에서 대화하는 장면이다.
“용우야, 넌 뭐가 되고 싶어?”
용우가 나를 바라봤다. 한참 동안 서로를 응시했다. 용우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나.”
불현듯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내가 되고 싶어.”
“넌 꼭 그렇게 될 거야.”
나는 용우가 꼭 용우가 될 거라고 믿었다.
(이선주, 『맹탐정 고민 상담소 3』, 200쪽)
청소년소설을 편집하다보면 내가 잊고 있었던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누구나 꼭 한 번 경험하지만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 간직한 신비로움,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 매 순간 달라지는 뚜렷한 감정의 진폭을 청소년소설을 편집하며 다시 한번 느낀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마음만은 그 시절 속에 머물 수 있다는 게 청소년소설만의 매력이 아닐까. 훔치고 싶은 무수한 장면들이 만나 한 권의 책이 될 때까지 청소년소설을 마음껏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