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Edito's New Year] 새해의 소망과 그 마음을 담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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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늘 목표를 세우지만 금방 무너지곤 하는데요, 그럼에도 매년 목표를 세우지 않으면 왠지 또 아쉬운 마음이 들곤 합니다. 그래서 올해에는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목표를 세워봤어요. 바로 매달 산을 오르는 ‘월간 산’ 프로젝트입니다. 동네에 있는 작은 산이라도 매월 한 곳씩 산행해 보려고 해요.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순간을 견디며 정상까지 다다르는 희열은 단순히 체력을 기르는 것을 넘어 일상을 버티는 단단한 근육이 되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이렇게 매달 목표를 이루며 성취감을 느끼기도 하고, 건강도 챙기며, 한 해를 의미 있게 보내보려고 해요.

 

산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면서 이 목표에 길잡이가 되어줄 만한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후카다 규야의 『일본백명산』입니다. 일본 전역의 명산들을 엄선해 그 품격과 아름다움을 기록한 이 책을 보며 산행의 의미를 미리 되새겨보려고 해요. 매달 산을 경험하며 기초를 다지는 데 집중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 책 속의 명산들도 하나하나 정복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원대한 꿈도 함께 꾸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자신만의 소소한 월간 프로젝트를 세워보는 건 어떠세요.


Editor. 햄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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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직장인이 되고 어떤 게 가장 변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어요. 그중 하나가 바로 영화관에 가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는 점입니다. 보고 싶은 영화가 개봉해도 부지런히 시간을 내어두지 않으면 작고 소중한 주말은 금세 휘릭 사라져버리기 일쑤죠. ‘아 맞다, 그 영화!’하고 떠올릴 때면 이미 영화관에서 내려갔거나 OTT에 올라와있기 마련이었습니다.

 

올해에는 ‘앗, 놓쳐버렸다.’하는 아쉬움에 머물지 않고, 좀더 부지런히 영화관으로 향하려 합니다. 다행히 1월에는 보고 싶은 영화들을 놓치지 않고 챙겨 본 덕분에 벌써 4편이나 관람했습니다. 이거 분명 오버페이스이긴 한데요. 집에서 뒹굴거리는 시간을 할애해서 다녀온 덕분에 주말이 풍성해진 기분입니다. 집에 돌아와서 유튜브나 위키를 떠돌며 영화의 여운을 즐기기도 하고요. 씨네필의 하루 체험판을 플레이하는 기분이랄까요.

 

제가 1월에 본 4편은 모두 작은 영화라 집 근처 독립 영화관에서 관람했는데요. 막상 대형 영화관은 걸어갈 거리에 없다 보니, 스스로 번개 약속을 잡듯 집을 나서기에는 더 큰 다짐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제가 세운 새해 목표는 단순히 ‘영화관에 자주 가자’가 아니라, SKT 이용자 혜택인 CGV 월 1회 무료 쿠폰을 12번 모두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 글이 발행되는 23일 금요일을 기준으로, 1월에 3일의 주말이 남아 있는데요. 저는 이중 하루를 골라 꼭 무료 쿠폰을 사용할 예정이에요. 매달 보고 싶은 영화가 없으면 어쩌나 싶기도 했지만, 이번 1월에만 보고 싶은 영화가 7편이나 되는 걸 보니 당분간 이런 걱정은 접어두어도 될 것 같습니다.

 

책 읽기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가 대중교통인데요. ‘핸드폰 대신 책 읽는 나’의 모습이 꽤나 마음에 들기 때문이에요. 큰 영화관으로 향하는 버스 안, 제 가방 속에 로베르트 발저 『장미』를 넣어가려고 합니다. 발저의 산문은 버스 여정 중에 한두 조각씩 꺼내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그의 글은 이야기가 갑자기 시작되거나, 작가의 의식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게 만드는데요. 이 과정이 마치 영화의 장면처럼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지기 때문이에요. 저 이 책 제 영화관 메이트로 잘 고른 것 같아요!


Editor. 디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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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번 주제가 새해 ‘계획’이었다면 하얀 화면 위 깜박이는 커서를 바라보며 한참을 망설였을 거 같아요. 새해가 밝은 지 보름도 더 지났지만 여전히 어떠한 계획도 세우지 못했거든요. 사실 세우고 싶은 계획이랄 게 있는지 모르겠어요. 계획이라면 원하는 지점이 있을 때 그 지점에 도달하려는 방법을 헤아리는 일일 텐데, 요즘 저는 제가 어디에 닿고 싶은지 모르겠거든요.

 

그래도 ‘계획’이 아닌 ‘소망’이라면 할말이 조금 생겨요! 우선은 이런 시기가 어서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커요. 그리고 어서 봄이 됐으면 해요. 봄이 되면 좀 더 가뿐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요.


산엔 겨울만 가장 오래 남아 있는 줄 알았는데 봄도 가장 먼저 와 있다.

p.18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은 작가 박완서의 타계 14주기를 맞이해서 2025년 출고된 산문집이에요. 미출간 원고 5편을 수록해서 더 큰 주목을 받았죠. 작년 이맘때 읽었던 터라 저에겐 새해 하면 떠오르는 책이 되었어요. 특히 친구들과 좋은 기운을 받아보자며 한탄강주상절리길을 걸으러 떠났던 철원에서 읽어서 더더욱 그런가 봐요. 문득 이 책을 처음 읽던 작년만 해도 지금과 사뭇 다른 기운으로 새해를 맞이했던 거 같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 책을 꺼내 들었는데 겨울만큼이나 봄도 먼저 와있다는 문장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어쩌면 봄은 이미 와있는데 제가 볼 마음이 없었던 걸 수도 있겠어요. 저처럼 봄을 구하는 분들이 있다면, 새해 첫 책으로 꼭 읽어보시길.

 

Editor. 송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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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마지막 영화로 미야케 쇼 감독의 <여행과 나날>을 보고 왔습니다. 때마침 주말이었고, 창밖으로 펑펑 눈이 오는 풍경을 보다 충동적으로 영화를 예매했어요. ‘눈으로 듣고 귀로 보는, 오감으로 영화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관객들로 하여금 체험의 영화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라는 미야케 쇼 감독의 인터뷰를 보고 조용하고 아무 일이 없는 날 이 영화를 보고 싶었거든요. 그날이 딱 그런 날이라고 생각했어요.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독이 말한 체험의 영화가 무슨 말인지 실감했습니다. 스크린과 나, 단둘이 오롯이 있는 기분은 정말 오랜만에 느낀 것 같아요. 큰 사건 하나 없는 이 영화가 왜 좋았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해야 할까요? 제가 내린 답은 ‘살아가는 감각이 느껴졌다’입니다. 주인공 ‘이’가 글을 더 이상 써 내려가지 못하고 힘들어할 때 느껴지는 상실감. 관객과의 대화에서 “나는 재능이 없는 것 같다”라고 말하는 솔직함과 용기. “이렇게 즐거웠던 건 오랜만이에요.”라고 말할 때 믿을 수 없을 만큼 천진난만한 모습까지. 아무 의미 없어 보였던 장면이, 너무 잔잔해서 멈춰 있는 것처럼 보였던 순간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이 느껴졌습니다. 혼자만의 결론을 내린 후 심은경 배우와 이동진 평론가의 인터뷰, 미야케 쇼 감독의 다양한 이야기 그리고 영화 잡지에 실린 특집 기사까지 찾아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연말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참 만족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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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 <여행과 나날> 스틸컷


그래서 저의 2026년 목표는 깊이 읽고, 보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동료 마케터에게 추천받은 신형철 비평가의 『정확한 사랑의 실험』을 아주 천천히 읽어보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저는 사랑 이야기를 가장 좋아하니까요. 책 속에 언급된 영화와 문학을 다 읽고 보려면 아마 올해를 몽땅 쏟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통해 저 역시 더 깊어지고 나가아갈 거라는 기대감이 들어요. 2026년의 어느 날 저도 영화 속 ‘이’처럼 “이렇게 즐거웠던 건 오랜만이에요.”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책 머리말 한 문장만으로 저를 사로잡은 『정확한 사랑의 실험』 속 문장으로 글을 마칩니다.


이 책에 실린 글 중 하나를 나는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썼다. 그녀를 정확히 사랑하는 일로 남은 생이 살아질 것이다.

p.11


Editor. 다소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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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독 고요했던 2025년 12월 마지막 주, 고등학교 시절 친구 아버지의 부고 문자를 받았다. 아직 이별을 마주하기엔 서툰 나이, 나와 동창들은 정말 오랜만에 한 테이블에 둘러앉게 되었고, 그 시절 이야기를 나누며 추억에 빠져들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거기서 오랜만에 만난 한 사람에게서 그날 장례식장에서 충분히 얘길 나누지 못한 것 같다며 전화가 왔다. ‘이게 얼마 만이야.’로 시작된 대화는 한참이나 이어졌다. 십여 년을 넘게 서로의 소식을 모른 채 지냈다 보니 나눌 이야기들이 참 많았다. 


  어두운 밤, 약간은 몽롱한 정신으로 대화를 이어 나가던 그때, 정신이 번쩍 드는 말을 상대방이 해왔다. “넌 네 얘기를 별로 안 하잖아.” 이 한마디가 충격적이었던 건 내게 이런 말이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 나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서도 정확히 똑같은 얘길 들은 적이 있기 때문에…… ‘아니, 혹시 둘이 모의라도 했나.’ 싶을 정도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억울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 나는 어디 가서 입을 꾹 닫고 있는 스타일도 아니고, 오히려 가끔은 말이 많다는 꾸중을 듣기도 하니까. 


  통화 중에는 부정했지만, 그럼에도 가슴 한구석이 서늘했던 건 (그리고 그 말로 한동안 우울했던 건) 아마 한편으로는 속내를 들킨 기분 때문인 것 같다. 난 그 누구보다 내 얘기를 잔뜩 하고 싶은 사람인데 왜 그런 소릴 듣는 걸까 하는 의문,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가까운 이들에게 여전히 이런 소릴 듣는다는 사실이 일종의 좌절감으로 다가왔다. 


  이런 와중에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이야기를 들려줘요』(원제는 Tell Me Everything)가 눈에 들어왔다. 이 책에 기대어 내 이야기를 마음껏 떠들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작품에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세계관의 총집합이라 할 만큼 그간 그가 썼던 소설 속 인물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서로 대화를 나눈다. 올리브 키터리지와 루시 바턴은 ‘기록되지 않은 삶’을 주제로 자신들 인생에서 보고 들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밥 버지스와 루시 바턴 역시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함께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내 요점은, 이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아주 복잡하다는 거예요. 밥, 우리는 모두 아주 복잡하고, 우리가 누군가와 한순간이라도―어쩌면 평생―같이한다는 건 우리가 그들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연결되어 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연결되어 있지 않죠. 왜냐하면 누구도 다른 사람의 마음속 깊은 틈으로는 들어갈 수 없으니까요. 심지어 그 사람 자신도 자기 마음의 ‘깊은 틈’으로는 들어가지 못해요. 하지만 우리는―우리 모두는―그럴 수 있는 것처럼 살아가요. 그리고 난 그걸 존중해요. 밥. 정말로 존중해요.” _306p.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흐르는 모래 위에 서 있다.’ 이 작품의 미덕은 그 어떤 등장인물도 완벽하지 않으며, 그들의 삶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점에 있다. 하지만 소설은 그게 삶이라고, 그저 삶인 거라고 몇 번이고 되뇌어준다. 최근의 내 상황과 이 작품에 어느 접점이 있는 건지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책을 읽으며 계속해 밑줄을 그었고 유독 한쪽 끝을 많이 접었다. 올해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떤 소망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이 책의 마지막 단락은 작은 힌트가 되었다. 

Editor.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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