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ATION]연말을 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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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브 빈치 『그 겨울의 일주일』『올해는 다른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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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it will be different.'


연말이 되면 괜스레 울적해져요. 영어 공부 앱 결제를 고민하던 게 불과 엊그제 같은데 그사이 11개월이 지나갔죠. ‘도대체 이게 뭐지? 올해는 뭘 한 거지?’라고 자책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거든요.


그래서인지 연말이 되면 아주 집중해서 봐야 하는 심각한 소설보다는 가볍고 산뜻한 책을 고르고 싶어집니다. 이런 책을 찾는 지인이 있다면 늘 추천하는 작가는 바로 ‘메이브 빈치’예요. 메이브 빈치의 소설은 일일연속극 같거든요. 보통 평일 저녁 시간대에 하는 일일연속극은 여러 미덕이 있어요. 기본 이상으로 재밌고, 다양한 삶이 묻어나며, 잠깐 한눈을 팔더라도 어느 정도 맥락을 이해할 수 있죠. 게다가 모두에게 거슬리지는 않는 방향으로 결론지어버리니, 뻔해 보여도 이만큼 편안한 게 없죠.


메이브 빈치의 작품은 겨울에 또 찰떡입니다. 그의 대표작 『그 겨울의 일주일』부터 시작해 『올해는 다른 크리스마스』까지 겨울에 어울리는 책들이 많거든요. ‘This is it will be different.’ 마치 연초마다 외치는 문장 같지만 바로 『올해는 다른 크리스마스』의 원제목인데요. 이 크리스마스 단편소설 속 인물들이 얼마나 예상하지 못하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지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래 이게 바로 인생이지 싶습니다.


Editor. 지지




김화진 『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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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책’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앞에 두고 어떤 책을 선택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최근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선물한 김화진 작가의 『동경』을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이 책을 읽을 때면 누군가가 떠오르고, 선물하고 싶어지곤 했거든요. 아마 그건 이 책이 이야기하는 것에 깊이 공감하고 나누고 싶다는 뜻이기도 할 테니까요.


30대 초반의 세 여성의 우정 그리고 일과 꿈 사이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세밀하게 표현해 놓은 소설인 『동경』을 읽으며 누군가의 일기장을 몰래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살아가는 이 나이대의 고민에 대한 어렴풋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 독서의 가장 큰 매력이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며 그 나이의 저만의 답을 찾을 수 있는 인생 책을 자주 만나고 싶습니다.

 

가끔 약에도 체해. 그럴 때 있잖아. 선의에도 걸려 넘어지잖아. 그런 걸 우리가 어떻게 다 알겠어. 우린 겨우 서른 언저리잖아.

『동경』, p.74

 

Editor. 다소루




안윤 『모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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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읽을 책을 고르다 보면 한참을 고민하게 됩니다. 한 해를 점검할 자기계발서나, 사두고 미뤄둔 숙제 같은 책을 집어 들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가장 좋아했던 책을 다시 꺼내 드는 쪽을 택했습니다. 바로 안윤 작가님의 소설집, 『모린』입니다.

 

저는 이 책을 떠올리면 왠지 모르게 핫초코가 떠오릅니다. 찬바람이 불면 자연스레 핫초코가 생각나는 겨울의 공식처럼, 제게는 겨울이 오면 『모린』이 떠오릅니다. 마침 이 책의 초판 발행일도 레터 발행일의 딱 1년 전인 2024년 12월 5일이더군요. (마치 운명처럼요!)

 

이 책에는 사랑과 상실이 담겨있습니다. 삶에 있어 커다란 감정인 건 분명하지만, 그 모양은 저마다 유일하지요. 안윤 작가님은 이런 유일한 사람, 그리고 사랑을 아주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저는 이 담담함이 좋았어요. 나만이 하는 ‘특별한’ 사랑이 아니라, 내가 하는 ‘유일한’ 사랑의 시점을 비춰주는 것 같아서요.

 

모린의 의미는, 유일한 사람, 그 ‘유일함’에 대해 진득하게 생각해보고 싶다면 이 단편집을 권합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따뜻한 겨울 음료를 곁들여서 말이에요.


미란씨는 무언가를 나중에 잃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없는 게 나은 것 같다고 했었죠. 나중에 잃게 되는 건 처음부터 없는 게 나은 것 같다고 했었죠. 나중에 잃게 되는 건 너무 가슴 아프다고요. 둘 중 하나만 택해야 한다면 난 나중에 잃는 것을 선택할 거예요. 그건 두 세계를 살아보는 거잖아요. 어쩌면 세 세계인지도 모르죠. 있음과 없음, 그 둘을 연결하는 잃음. 나는 나한테 주어지는 모든 세계를 빠짐없이 살아보고 싶어요.

『모린』, p.25

Editor. 디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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