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ATION]2025 문동 엘베 어워즈 ㅡ 문학동네 임직원이 뽑은 올해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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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올해를 정리하는 결산 콘텐츠를 발행하는 걸 보자니, 비로소 연말이 실감 납니다. 계절공방 에디터들 역시 2025년을 돌아보며 한 해 동안 어떤 책을 읽었고 어떤 책이 좋았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눴어요. 자연스럽게 작년에 반응이 좋았던 ‘문학동네 임직원이 뽑은 올해의 책’ 콘텐츠를 올해도 이어가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바쁜 임직원분들이 부담 없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그러다 재미있는 의견이 나왔죠. 여전히 전자책보다 종이책을 사랑하고, 아이패드보다 줄노트를 가지고 다니는 분들이 월등히 많은 이곳에 맞는 방식, 바로 ‘엘리베이터 앙케이트’입니다. 그렇게 오늘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탄생한 ‘문학동네 임직원이 뽑은 2025년 올해의 책’을 소개합니다.

Editor. 송쏘

*책 표지 클릭 시 도서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공동 5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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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그녀의 것』 (김혜진, 문학동네, 2025) /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 (김혜순, 난다, 2025)

 

『오직 그녀의 것』은 편집자로 살아가는 ‘홍석주’라는 한 여성의 일대기를 다루는 장편소설입니다. 홍석주의 대학 시절부터 출판사 교열자로 시작한 첫 직장생활 그리고 진정한 편집자가 되어가는 한 생애를 쭉 따라 읽다 보면, 홍석주의 삶만큼이나 내 삶을 긍정하는 마음이 차오르게 돼요. 한 동료는 『스토너』 가 떠올랐다고 하더라고요. 멀리서 보면 단조로워 보이는 삶을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실은 그렇지 않다고 나지막이 말해주는 것 같달까요. 일만 하다 한 해가 가버린 것 같은 기분에 빠져 있는 많은 직장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소설입니다.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는 난다에서 시작하는 시집 시리즈의 첫 번째 타자로, 김혜순 시인이 독일 국제문학상 수상 이후 선보이는 열다섯 번째 시집입니다. 미발표작 시 65편을 싣고, 시인의 편지와 대표작 시 1편을 영문으로 번역해 수록했어요. 시인의 표현에 의하면, 이 시들을 쓰면서 고통도 슬픔도 비극도 유쾌한 그릇에 담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김혜순의 편지」). 시인들의 시인이라고 불리는 만큼, 김혜순 시인의 신작을 기다려온 많은 독자 분들께도 더없이 기쁜 소식이었죠. (추신, 그중 한 명이 바로 에디터 디또인데요. 김혜순 시인이 본사에 방문한 날, 사인을 받다 너무 기쁜 나머지 삐약거리며 울던 디또는 이날을 입사 이후 가장 행복한 날로 꼽고 있어요.)

 

내 몸에서 내 몸이 돋아나올 때
내 몸이 세상 전체일 때

이게 어느 순간의 일인지
네가 정말 알아챘으면 좋겠어

나는 명랑한 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 
_「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 부분

 


공동 4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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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피플 존』 (정이현, 문학동네, 2025) / 치즈 이야기 (조예은, 문학동네, 2025)

 

『노 피플 존』은 ‘도시 기록자’라 불리는 정이현 작가의 9년 만의 신작으로, 사회구조와 인간소외 문제를 핍진하게 표현해낸 아홉 개의 단편이 수록된 소설집입니다. 혼자 있고 싶은데, 혼자이고 싶지는 않고, 외로운데 혼자 있고 싶은 마음. 다들 공감 가지 않나요? 책의 제목 ‘노 피플 존’은 수록작 「단 하나의 아이」에서 언급되는 말로, 사회와 관계의 그물망 속에서 겪는 갖가지 문제들에서 벗어나 ‘사람 없는 세계’에 있고 싶어 하면서도 완전한 단절과 고립은 불안해하는 현대인의 모순적인 심리를 포착한 단어라고 해요.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위한, 우리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잔혹과 발랄. 이처럼 다른 두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붙여놓을 수 있는 세계가 있다면, 아마도 소설가 조예은이 만들어내는 SF적 세계가 아닐까요. 조예은 소설집 『치즈 이야기』에는 우리가 애써 누르고 살아가는 욕망과 충돌이 자리하고 있어요. 그래서 편안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분명 불편한데, 이상하게 눈을 떼기가 어렵습니다. 한편으로는 짜릿하기까지 하고요. ‘이래도 되나?’ 싶은데, 자꾸만 다음 장을 넘기게 되는 이야기. 짠데 달고, 역한데 사랑스러운. 현실과 상상의 아슬아슬한 경계가 궁금한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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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이언 매큐언, 문학동네, 2025)

 

현대 영문학의 거장 이언 매큐언의 걸작,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등 『레슨』의 위대함을 설명할 수 있는 표현은 넘치지만, 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표현은 따로 있어요. 한창 무덥고 습한 여름. 가만히 있어도 짜증이 올라오던 시기였는데요. 『레슨』을 편집중이던 편집자와 함께한 점심시간이었어요. 요즘 어떤 책을 읽고 있냐는 저의 가벼운 물음에 편집자 님이 『레슨』을 얘기한 거예요. 솔직히 그때 들었던 설명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분량이 긴데 지루하지가 않고, 걸작인데 자극적이다…… 등),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건 그 편집자님의 눈빛이에요. 편집중인 작품을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좋아할 수가 있나 싶었거든요. 담당 편집자도 홀린 『레슨』은 이언 매큐언의 첫 자전적 소설로, 매큐언의 분신인 ‘롤런드’의 일생을 통해 가족과 사랑, 개인과 역사의 본질을 다루며 ‘진정한 삶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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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이기호, 문학동네, 2025)

 

‘우리 집 강아지가 알고 보니 유럽 왕실에서 기르던 귀족 혈통이라면?’

타고난 이야기꾼, 이기호 작가의 11년 만의 장편소설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입니다. 제목에 등장하는 ‘이시봉’은 이기호 작가가 함께 살고 있는 반려동물 이름으로, 그동안 이기호 작가의 작품에 종종 등장해왔는데요. 이번 소설에서는 주인공 ‘이시습’이 함께 살고 있는 비숑 프리제, 강아지로 등장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귀족 혈통임이 밝혀져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바로 그 강아지죠. 이기호 작가는 ‘이시봉의 까만 눈동자를 바라볼 때마다 이야기 하나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그만 이렇게 길어지고 말았다’고 말합니다. 제가 이 소설을 읽고 든 생각도 비슷합니다. 한 존재를 너무 사랑하면, 나를 만나기 훨씬 전부터 무사히 존재했기를 바라게 되는 거구나. 그런 마음으로 시공간을 뛰어넘는 서사를 만들어내고 마는 거구나. 이시봉과 그 위로 몇 대에 걸쳐 이어지는 개들의 일생과 인간의 삶을 교차시키며, ‘비인간’ 동물과 그들이 함께 살아가는 ‘비동물’ 인간의 관계를 짚어냅니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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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문학동네, 2025)


『바깥은 여름』 이후 8년 만에 나온 김애란 작가의 새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입니다. 이 책을 어떻게 소개해야 좋을지 고민하게 되는데요. 가장 먼저 추천사로 신형철 문학평론가님이 남긴 “나는 김애란이 오랫동안 사회학자였고 이제야말로 유감없이 그렇다고 주장할 것이다.”라는 문장에 깊은 공감을 표하고 싶어요. 이번 소설집은 ‘공간’을 주요 무대로 이야기를 펼쳐갑니다. 주거 문제나 계층의 불균형처럼, 지금 우리의 삶과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려운 현실들이 일곱 편의 단편에 스며들어 있어요. 김애란의 소설이 그래왔듯, 일상의 언어로 사회의 단면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힘이 인상적이에요. 그리고 끝내 한 물음표 앞에 우리를 머물게 합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자리에 서보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24쪽) 하고요. 참으로 김애란다운, 김애란식의 인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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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표는 2025년 12월 4일부터 2025년 12월 10일까지 문학동네 본사 엘리베이터를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 투표는 해당 계절책장 콘텐츠를 위해 진행되었으며, 아날로그 투표 방식에 의해 일부 중복 투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참고해서 너그러이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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